니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유한양행의 국산 항암 신약 '렉라자'가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허가를 획득하는 등 K-바이오의 글로벌 영토 확장을 이끄는 '기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번 허가는 렉라자가 미국과 유럽 등 메이저 시장뿐 아니라, 동남아시아라는 거대 신흥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입증한 결과다.
무엇보다 렉라자의 행보는 국산 신약도 글로벌 블록버스터와 당당히 겨룰 수 있다는 '성공 방정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제 관심은 선발 주자가 열어젖힌 이 길을 후발 주자들이 어떻게 더 넓히고 공고히 다질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미국암연구학회 2026 연례학술대회(AACR 2026)에서 목격된 암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이제 암은 장기라는 공간적 개념보다 '유전자 변이'라는 기전적 결함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는 '렉라자'가 선점한 EGFR 변이 시장 외에도, RAS나 HER2 등 수많은 유전적 결함을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시장이 끊임없이 창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후발주자들이 주목해야 할 지점은 바로 이 '시장의 세분화'다. 미국 '레볼루션 메디신(Revolution Medicines)'의 사례에서 보듯, '렉라자'가 차단하는 경로의 하위 단계나 혹은 전혀 다른 드라이버 변이(Driver mutation)를 정밀 타격하는 신약들은 기존 치료제와 경쟁하기보다 오히려 치료의 사각지대를 메우며 시장을 확장한다. 국산 바이오텍들 역시 '렉라자'가 닦아놓은 글로벌 임상과 허가 경험을 자산 삼아, 더 정밀하고 특화된 변이 시장을 선점하는 '니치 버스터(Niche-buster)'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정부와 규제 당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유전자 변이 중심의 '암종 불문 치료제'가 보편화되는 흐름에 맞춰 제도적 유연성 확보가 시급하다. 그간 국내 건강보험 급여나 임상 승인 기준은 암이 발생한 '장기'를 기준으로 적응증을 세분화해왔다. 이로 인해 최첨단 항암 기전을 갖춘 글로벌 신약조차 국내 현장 도입과 급여 적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는 향후 동일한 기전의 신약을 우리가 직접 개발했을 때에도 부딪힐 수 있는 문제다. 암의 본질이 유전적 질환으로 재정의되는 만큼, 정책적 틀 역시 장기 중심에서 기전 중심으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 그것이 정밀 의료의 가치를 실현하고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길이다.
'렉라자'는 K-바이오가 글로벌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제는 그 뒤를 잇는 후발주자들이 정밀한 기술력과 세분화된 전략으로 그 길을 더 넓은 영토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제2, 제3의 '렉라자'는 단순히 같은 길을 걷는 자가 아니라, 그 길 끝에서 새로운 치료의 지평을 여는 자가 거머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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