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인류의 의학 기술이 마침내 난공불락의 성벽 하나를 무너뜨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헌터증후군 신경합병증 치료제 '아블라야(Avlayah)'를 가속 승인한 것은 그 어떤 혁신적 신약의 탄생보다 값진 의미를 지닌다. 현대 의학의 난제 중 난제였던 '혈액-뇌 장벽(BBB)'을 생물의약품이 스스로 걸어서 통과한 역사적 사건이다.
헌터증후군 환아와 가족들에게 지난 20년은 고통스러운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기존 효소 대체 요법이 말초 장기의 증상을 완화하며 생명을 연장해왔지만, 정작 아이들의 인지 능력을 앗아가는 뇌 신경 손상 앞에서는 무력했다. 뇌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BBB가 역설적으로 치료제의 진입을 가로막는 거대한 방패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덴알리가 개발한 '트랜스포트비하클' 플랫폼은 뇌세포의 철분 흡수 경로를 역이용하는 '트로이의 목마' 전략으로 이 철옹성을 뚫어냈다.
철분을 실어 나르는 수송체를 속여 약물을 뇌 안으로 밀어 넣는 이 방식은, 현대 의학이 수십 년간 두드려도 열리지 않았던 뇌의 빗장을 푼 결정적 열쇠가 됐다. 이제 뇌는 더 이상 약물이 닿을 수 없는 고립된 섬이 아니다.
이러한 성과를 바라보는 외신의 평가도 극찬 일색이다. 미국의 의학 전문 매체 스탯(STAT)은 "아블라야의 승인은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 개발에 있어 수십 년간 이어온 'BBB 잔혹사'를 끝낼 수 있는 기술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분석 전문기관인 이밸류에이트(Evaluate)는 "이 기술은 헌터증후군을 넘어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뇌 질환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임상에서 확인된 지표는 경이롭다. 투여 24주 만에 뇌 신경 손상의 핵심 물질인 '헤파란 황산'이 91%나 감소하고, 환자의 93%가 정상 범위를 회복했다는 사실은 이 약물이 가진 파괴력을 증명한다. FDA 마티 마카리(Marty Makary) 국장이 언급한 '규제적 유연성' 또한 주목할 대목이다. 대리 지표를 근거로 한 가속 승인은 절박한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치료 기회를 제공하려는 보건 당국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이제 공은 우리에게 넘어왔다. 전 세계 2000명, 국내 70~80여 명에 불과한 소수 환자들을 위한 약물이지만 그 가치는 숫자로 환산할 수 없다. 연간 4억 원에 달하는 기존 치료비 부담을 고려할 때, 혁신 신약의 신속한 국내 도입과 건강보험 급여 적용 등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아블라야'가 연 헌터증후군의 새로운 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인류 최초로 뇌의 성벽을 넘은 이 작은 약물이 전 세계 모든 희귀질환 가족들에게 '희망이라는 구호 물자'를 전달하는 진정한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아래 관련기사 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