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미국 정부가 세계 최저 수준의 약가로 의약품을 직접 판매하는 공식 웹사이트 'TrumpRX.gov'를 전격 가동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공언해온 최혜국(MFN) 약가 정책이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집행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화이자(Pfizer),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등 글로벌 빅파마 16곳이 이미 백기를 들었고, 비만 치료제 등 인기 품목의 가격이 최대 89%까지 폭락한 현실은 국내 바이오 업계에 거대한 해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이러한 '스타 품목'의 가격 파괴는 전체 의약품 시장의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가 깊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유독 뼈아픈 이유는 미국이 약가를 참조하는 대상 국가에 한국을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그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낮은 약가를 감수하면서도 '국내 선출시 후 글로벌 진출'이라는 공식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이제 한국의 낮은 약가는 미국 시장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는 구조를 형성하며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시장에서의 상업성이 훼손되면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기술 수출)의 가치 역시 하락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 시장의 낮은 약가가 글로벌 진출의 발판이 아닌, 수익성을 갉아먹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외신 보도와 글로벌 시장의 반응은 더욱 냉혹하다. 블룸버그(Bloomberg) 등 주요 매체들은 이번 정책이 제약사의 R&D 투자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 경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참조 국가들의 약가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거나 아예 해당 국가로의 공급을 늦추는 '런칭 스킵(Launch Skip)'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국내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 저하와 건강권 침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보건 환경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도 더 이상 거센 파고를 지켜보며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우선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전 세계 시장의 약가를 통합 관리하는 '글로벌 원-프라이스(One-Price)' 전략을 정교하게 수립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의약품을 안보 자산으로 규정하는 '바이오 안보(Bio-security)'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 관세나 제조 시설 규제가 약가 정책과 결합될 가능성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단순히 약을 잘 만드는 단계를 넘어, 미국 현지 제조 시설 확보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정책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외교적 역량이 절실해진 시점이다.
정부 역시 이번 사태를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 국내 약가가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목을 잡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되지 않도록 수출용 신약에 대한 별도 약가 체계 마련 등 정책적 뒷받침을 서둘러야 한다. 미국의 MFN 정책은 K-바이오에게 생존을 건 시험대다. '트럼프알엑스(TrumpRX)'라는 파고를 넘지 못하면 한국은 글로벌 신약의 변두리 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 위기는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는 재앙이지만, 전략을 가진 자에게는 판을 바꿀 기회다. 우리 기업과 정부는 지금 당장 머리를 맞대고 글로벌 약가 전쟁에서 살아남을 최후의 방어선을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