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헬스코리아뉴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일본 시장에서 벌인 '아일리아' 특허 분쟁이 대법원의 최종 기각 판결로 막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일본 내 최초 허가'라는 화려한 명분은 챙겼을지 모르나, 정작 시장 점유율이라는 실리는 후발주자에게 통째로 헌납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퍼스트 무버'인 선발주자가 소송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동안, 아무런 리스크도 지지 않았던 후발주자가 시장에 '무혈입성'한 이례적인 사건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 꼴이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이번 사태가 관심을 끄는 것은 그 대상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평가받은 삼성이라서가 아니다. 삼바에피스의 전략적 판단 미스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일본 특허 연계 제도의 경직성과 오리지널사의 방어 전략을 과소평가했다. 바이엘이 핵심 적응증인 황반변성(AMD)을 걸고넘어질 것은 충분히 예견된 시나리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바에피스는 '부당 영업 방해'라는 다소 공격적이고 입증하기 까다로운 법리에 매몰됐다. 오리지널사가 자국 시장 보호에 보수적인 일본 법원에서 정당한 권리 행사를 주장할 때, 이를 '부당 행위'로 몰아붙인 것은 전략적 무리수였다는 지적이다.
둘째, '판결의 전이 효과'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 삼바에피스가 1심에서 얻어낸 "특허 침해로 보기 어렵다"는 유리한 판단은 양날의 검이었다. 이 판단은 삼바에피스의 시장 진입 근거가 되어야 했으나, 소송이 상고심까지 이어지며 발이 묶인 사이 후발주자가 '완벽한 허가'를 받아내는 '법적 가이드라인'으로 전락했다. 적의 무기를 뺏어왔으나, 정작 본인은 쓰지 못하고 뒤에 선 경쟁자에게 넘겨준 꼴이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속도전'인 동시에 '치밀한 수 싸움'의 현장이다. 특히 일본처럼 자국 기업 보호 색채가 강하고 법적 절차가 까다로운 시장에서는 단순히 기술력이 앞선다고 승리할 수 없다. 삼바에피스는 이번 사건을 통해 퍼스트 무버가 겪는 '개척자의 저주'를 뼈저리게 학습했을 것이다.
삼바에피스는 소송 결과에 대한 자책을 넘어, 왜 자신들이 판을 깔고도 주인공이 되지 못했는지 철저히 복기해야 한다. 법무와 영업, 그리고 각국 규제 기관과의 대관 업무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지 않으면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그저 허울 좋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번 '아일리아 잔혹사'가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