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헬스코리아뉴스] 암 치료의 역사에서 가장 큰 적은 암세포 자체가 아니라, 치료제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해가는 암세포의 영악한 '생존 본능'이다. 특히 난소암 환자들에게 1세대 치료제 이후 찾아오는 내성과 재발은 현대 의학이 반드시 넘어야 할 거대한 벽이었다.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난소암 대상 임상 2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은 온코닉테라퓨틱스의 항암 신약 후보물질 '네수파립'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는 것도 그 벽을 허물 '이중 망치'를 확보했다는 점에서다.
이번 임상의 핵심은 PARP와 Tankyrase라는 두 가지 효소를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 기전'에 있다. 쉽게 말해 암세포의 생존 전략을 두 갈래에서 차단하는 것이다. PARP는 손상된 암세포의 DNA를 고치는 '수리공' 역할을 한다. 기존 치료제가 이 수리공의 손발을 묶어 암세포를 죽였다면, 암세포는 곧이어 Tankyrase라는 효소를 활성화해 새로운 성장 우회로를 만들어내며 내성을 갖췄다.
◆ 약물 내성(耐性)의 벽을 깨다 ··· 암세포 '수리공' 죽이고 '탈출로'도 차단
네수파립은 바로 이 지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암세포의 DNA 복구(PARP)를 막는 동시에, 내성의 원인이 되는 성장 신호(Tankyrase)까지 차단하는 '이중 잠금'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수리공도 없애고 우회로까지 끊어버리는 이 혁신적인 방식은 기존 PARP 저해제에 반응하지 않던 난치성 환자들에게 '재유지요법'이라는 새로운 생존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네수파립의 임상 2상 진입은 단일 적응증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위암, 췌장암, 자궁내막암에 이어 이번 난소암까지 4개 암종에서 동시에 임상 2상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은, 이 물질이 특정 암을 넘어 다양한 고형암을 아우르는 '범암종(Pan-tumor) 치료제'로서의 잠재력을 입증했다는 증거다. 이는 향후 글로벌 허가 전략과 기술이전(L/O)·공동개발(상업화) 협상에서도 중요한 전략적 레버리지로 작용할 수 있다.
◆ '혁신적 후보물질+강력한 임상 역량' 결합, 이상적 '연합군 모델' 지향
주목할 점은 이번 임상이 국내 대형 바이오제약사인 셀트리온의 항혈관신생억제제 베그젤마(Vegzelma)와의 병용요법 협력을 통해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혁신적인 후보물질(바이오텍)과 강력한 임상 역량(대기업)이 결합한 '연합군 모델'은 K-바이오 생태계가 지향해야 할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장악한 항암제 시장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가장 확실한 생존 전략이기 때문이다.
미국 FDA의 희귀의약품 지정과 패스트트랙(Fast Track) 가능성 등 제도적 이점까지 확보한 네수파립은 이제 단순한 '유망주'를 넘어 글로벌 허가를 향한 '본격적인 검증대'에 올라섰다. 항암 신약 개발은 험난한 과정이지만, 난치성 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라는 희망을 주는 일보다 가치 있는 혁신은 없다.
암세포의 끈질긴 생존 본능을 무력화하려는 이 집요한 도전이, 종국에는 '내성 없는 암 치료'라는 인류의 오랜 숙원을 해결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