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 등 주요국 규제당국이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한 규제 완화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동일 효능의 약물을 더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환자 접근성은 높이고 부담은 낮추기 위한 정책적 행보다.
일례로 FDA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관련 새로운 지침 초안을 29일 공개했다. 지난 2015년 4월 제정된 'Scientific Considerations in Demonstrating Biosimilarity to a Reference Product: Updated Recommendations for Assessing the Need for Comparative Efficacy Studies(참조 제품과의 생물학적 유사성 입증에 대한 과학적 고려 사항: 비교 효능 연구의 필요성 평가를 위한 업데이트된 권장 사항)'을 개정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지침은 바이오시밀러를 더 빠르고 저렴하게 개발하기 위한 대안으로, FDA는 생물학적 유사성 연구를 단순화하고 불필요한 임상 테스트를 줄이기 위한 주요 업데이트를 제안하고 있다.
FDA는 별도의 이니셔티브를 통해 바이오시밀러를 '오리지널 브랜드 바이오의약품'과 상호 교체 처방할 수 있도록 하여 환자와 약사가 더 저렴한 옵션을 더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FDA의 이같은 조치는 고가약의 폐단을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예컨대 2024년 기준 미국에서 값비싼 고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은 전체 처방전의 5%에 불과하지만 전체 의약품 지출액의 51%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FDA에서 승인된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만큼 안전하고 효과적인데도 시장 점유율은 20%를 밑돌고 있다.
물론 이것은 FDA의 승인을 받은 바이오시밀러의 수가 매우 적은 영향도 없지 않다. 현재 미국에서 승인받은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76개에 불과하다. 케미컬 의약품의 복제약인 제네릭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수를 초과해 3만 개 이상 승인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도 향후 10년 동안 특허 보호를 잃을 것으로 예상되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약 10%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환자들은 고가의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하거나, 아니면 질병 악화에도 불구하고 약물을 복용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공보험을 지출하는 국가에도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가의 바이오시밀러 사용이 대중화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가령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는 2024년 한해에만 200억 달러(한화 약 28조 5660억 원)의 의료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2015년 이후 절감된 의료비는 무려 560억 달러(한환 약 79조 9848억 원)에 달한다. 바이오시밀러는 출시될 때 참조 바이오의약품(오리지널리티)보다 평균 50% 저렴해 환자들에게 즉각적으로 비용 부담을 낮춰줄 수 있기 때문이다.
FDA가 기존의 까다로운 바이오시밀러 개발 조건을 완화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은 약값에 허덕이는 환자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그는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과 관련, "바이오의약품은 많은 만성 질환을 치료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부담스러운 승인 절차로 인해 환자들이 보다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에 접근하지 못했다. 오늘 FDA의 대담한 조치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가속화하고,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환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겠다는 우리의 사명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티 마카리 FDA 국장도 "바이오시밀러 개발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호환성을 발전시킴으로써 수백만 명의 미국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암, 자가면역 질환 및 희귀질환에 대한 첨단 치료제에 대한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규제당국 수장들의 이런 발언은 향후 임상 없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시대를 여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종 지침은 3개월~6개월 후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시밀러 허가에 있어 비교 효능 연구(Comparative Efficacy Study, CES)의 생략을 저울질하는 곳은 FDA뿐만이 아니다. 유럽은 이미 2년 전에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EMA는 2023년 발간한 'Product Specific Guidance'에서 "효능 임상(Efficacy Trial)이 반드시 요구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누가 먼저 제도를 시행하든 간에 규제 완화는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희망의 선물'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흐름에 우리나라 식약처까지 동참한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