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당청구 장기요양기관 신고·포상금 제도 알리기에 나섰다. 부당청구 사실이 확인되면 장기요양기관 관련자에게는 최고 2억 원, 이용자와 일반 신고인에게는 최대 5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이 제도는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2009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그만큼 부당청구 문제가 오래되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재정 누수가 장기요양보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강보험 현지조사에서도 매년 수백억 원 규모의 부당청구가 적발되고 있다.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등 불법개설기관까지 범위를 넓히면 누수 규모는 훨씬 커진다.
이는 결국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올해 건강보험료 인상도 이런 재정 부담이 커지는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 올해 직장가입자 건강보험료율은 7.19%다. 지난해보다 0.1%포인트 인상됐다. 2024년과 2025년 두 해 연속 동결됐던 보험료가 다시 오른 것이다.
직장가입자의 월평균 본인부담 보험료는 15만 8464원에서 16만 699원으로 올랐다. 한 달에 평균 2235원을 더 내는 셈이다. 지역가입자도 8만 8962원에서 9만 242원으로 1280원 늘었다.
액수만 보면 크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료는 국민 대부분이 매달 내는 의무 부담이다. 한번 올라간 보험료는 내려갈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오히려 고령화와 의료비 증가를 감안하면 인상 압력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보험료를 올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역·필수의료를 강화하려면 재원이 필요하다. 새로운 치료기술이나 치료제가 등장해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2025년 건강보험 급여비는 94조 6796억 원으로 전년보다 8.2% 증가했다.
보험료 인상은 고령화와 의료비 증가를 겪는 여러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국민에게 더 내라고 요구하기 전에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건강보험 곳간에서 부당하게 빠져나가는 돈부터 막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매년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현지조사를 실시한다. 거짓·부당청구가 확인되면 해당 금액을 환수하고 업무정지나 과징금 처분을 내린다. 불필요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한 제도다. 그런데 적발 실적을 보면 문제가 결코 가볍지 않다.
2025년 현지조사를 받은 요양기관은 556곳이었다. 이 가운데 497곳에서 부당청구가 확인됐다. 적발 금액은 255억 원이었다. 2024년에도 730곳 가운데 612곳에서 378억 원의 부당청구가 적발됐다.
물론 현지조사는 모든 의료기관을 무작위로 조사하는 방식이 아니다. 부당청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기관 등을 중심으로 대상을 선정한다. 적발 비율이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른바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같은 불법개설기관이다.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이나 약사의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곳이다. 건보공단이 파악한 이들 불법개설기관의 건강보험 재정 누수액은 누적으로 약 3조 4300억 원에 달한다.
건강보험료는 국민이 아플 때 치료받기 위해 납부한, 사실상 혈세나 다름없는 재원이다. 고의로 공단을 속여 돈을 빼낸다면 누군가는 그만큼 치료의 혜택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부족한 재원은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채운다. 가입자인 국민 모두가 피해를 보는 셈이다. 우리가 부당청구 행위를 '도둑'에 빗대는 이유다.
그렇다면 대응도 사후 환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청구자료와 의료이용 정보 등을 활용해 의심 사례를 더 빨리 찾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을 조기에 적발할 수 있는 조사 역량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이미 빠져나간 돈을 되찾는 것보다 애초에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도 함께 줄여야 한다. 과잉진료와 불합리한 지출 구조가 있다면 과감하게 손봐야 한다. 꼭 필요한 환자에게 돌아가야 할 재원이 엉뚱한 곳에서 새면 결국 선량한 가입자가 그 비용을 대신 부담한다. 건강보험 재정 관리에 관용이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은 국민의 호주머니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더 걷는 것과 제대로 쓰는 것은 함께 가야 한다. 국민에게 보험료를 더 부담해 달라고 요구하려면 정부와 공단부터 곳간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건보료를 더 걷기 전에 곳간의 도둑부터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