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호 편집국장[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노쇠하거나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살아온 집을 떠나 병원이나 시설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정부가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을 만든 것도 그래서다. 지난 3월 27일 시행된 돌봄통합지원법은 노쇠·장애·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의료와 요양, 건강관리, 장기요양, 일상생활 돌봄, 주거 서비스를 통합해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취지는 더없이 좋다. 초고령사회에서 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문제는 누가 그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다.
통합돌봄은 대상자를 병원이나 시설로 불러들이는 제도가 아니다. 필요하면 의료·간호 인력이 환자가 사는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농어촌과 의료취약지역에서는 병원에서 일할 간호인력조차 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방문의료에 참여할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더 쉽지 않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환자의 집을 찾아갈 사람이 없다면 통합돌봄은 법전에만 존재하는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가 간호조무사의 통합돌봄 참여를 허용하는 방향의 돌봄통합지원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과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각각 발의한 돌봄통합지원법 개정안은 적용 지역 등에 일부 차이가 있지만, 간호인력 확보가 어려운 농어촌과 의료취약지역에서 일정한 자격과 교육을 갖춘 간호조무사를 방문간호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는 맥을 같이한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즉각 환영하고 나섰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에 따르면 700시간의 전문교육과정을 이수한 방문간호 간호조무사가 5200여 명에 이르고, 의원급 일차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는 무려 13만 8000여 명에 달한다. 협회는 이들을 무제한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인력난이 심한 취약지역에서 의사의 지도와 지시 아래 방문간호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두 직역을 동일하게 취급하자는 뜻은 아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교육과정과 자격체계부터 다르다. 당연히 업무범위에도 차이가 있다. 전문적인 간호 판단과 고도의 간호행위가 필요한 영역은 그에 맞는 자격을 갖춘 인력이 담당해야 한다.
문제는 현실이다. 현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숙련 인력까지 일률적으로 제도 밖에 세워두는 것이 환자를 위한 선택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이미 일정한 교육을 이수하고 의료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간호조무사가 있고, 특히 의료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 의사의 지시 아래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있다면 이를 합리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통합돌봄의 취지에 부합한다.
사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업무범위와 처우, 교육체계, 법적 지위를 둘러싼 충돌은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다.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논란이 극에 달했을 때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이 공동전선을 구축해 대한간호협회와 정면으로 맞서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직역 간 불신과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그러나 통합돌봄마저 과거의 직역 갈등을 되풀이하는 무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간호계가 간호조무사의 참여 확대에 환자 안전이나 서비스 질 저하를 우려한다면 그 우려를 제도 설계에 반영하면 된다. 참여 가능한 지역과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고, 필요한 교육 수준과 경력을 정하며, 의사 또는 간호사의 지도·감독 체계를 두는 방식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자격과 책임의 경계를 분명하게 정하는 것이 입법과 행정의 역할이다.
반대로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현실을 외면한 채 특정 직역만이 통합돌봄의 한 영역을 맡아야 한다고 고집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환자와 가족에게 돌아간다. 특히 도시보다 의료인력이 부족한 농어촌에서 이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돌봄통합지원법은 첫 조문에서부터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하여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책 판단의 방향도 환자를 향해야 한다. 어느 직역의 영역을 지키느냐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실제로 자신의 집에서 의료와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법은 이미 시행됐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장으로 달려갈 수 있는 의료서비스 제공자다. 환자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