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신약 개발은 현대 의학의 난제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다. 성공보다 실패를 훨씬 더 자주 마주해야 한다. 무엇보다 조 단위의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 투자는 가장 큰 부담이다. 제약사들이 불확실성이 큰 분야에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다. 기업의 생존 논리상 당연하다.
그래서 최근 주목받은 것이 약물 재창출이다.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된 기존 약물의 활용 범위(적응증)를 넓히는 것이다. 개발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개발 이후 환자들이 누릴 혜택을 감안하면 투자 가지는 충분하다.
아직은 가설이지만 '염증성 우울증'이 대표적이다. '린버크(Rinvoq)', '젤잔즈(Xeljanz)', '올루미언트(Olumiant)' 같은 'JAK 억제제'는 우울증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실제로 대만 타이페이 의과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JAK 억제제를 사용한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우울증 발생 위험이 약 5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또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또 다른 임상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비용 부담이라는 장벽을 뛰어넘는 것이 첫번째 과제인 셈이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 기업, 환자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핵심은 위험분담제의 확대다. 약물 재창출이라는 혁신적 도전에 정부가 힘을 보태야 한다. 임상 데이터 확보를 지원하고, 개발 이후의 성과를 보장해야 한다.
국민 세금을 투자하는 만큼 정부도 뭔가 얻는 게 있어야 한다. 그 해답은 '사회적 편익'과 '데이터 주권'에서 찾을 수 있다.
혁신 치료제는 환자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약물 재창출로 우울증 환자의 사회 복귀가 빨라질수록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기업이 임상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는 향후 국가 보건 정책 수립의 귀중한 기초 자료가 된다. 예컨대 보건 위기 시 의약품 자급률을 높이고, 정밀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마중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약물 공급을 넘어, 국가 전체의 보건의료 안정망을 강화하는 일이다.
약물 재창출은 단순한 이윤 추구 수단이 아니다. 환자에게는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정부에게는 의료 체계의 효율을 높이는 도구다. 위험은 나누고 가치는 더해야 한다. 그곳에서 질병정복이라는 혁신의 열매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