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국가 필수 의약품의 고질적인 수급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가 발벗고 나섰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일 발표한 '2026년 수급불안정의약품 생산 지원 사업'은 의약품 공급 안정화를 위한 전향적인 조치다. 정부는 올해 관련 예산을 지난해 9억 원에서 36억 원으로 4배나 대폭 증액했다. 이를 통해 GC녹십자, 종근당, 삼진제약, 비씨월드제약, 맥널티제약, 한국팜비오 등 6개 기업의 7종 필수 의약품 생산 시설 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폼목들은 소아·임산부 치료와 응급 현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필수 약물이지만, 그동안 노후화된 생산 시설과 채산성 저하로 인해 일시 품절과 공급 지연이 반복되어 왔다.
GC녹십자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급하는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 '히스토불린주'는 이번 정부 지원을 통해 생산량을 현재 26만 병에서 2028년 52만 병으로 2배 늘릴 계획이다. 비씨월드제약의 결핵치료제 '튜비스정'과 '튜비스투정' 역시 생산량을 각각 2배로 확대한다. 맥널티제약의 국내 유일 임신성 당뇨 검사액인 '글루오렌지100'도 생산량을 25% 증산하기로 했다. 타 기업의 생산 중단으로 수요가 전적으로 쏠렸던 종근당의 광범위 항생제 '세파졸린주'도 생산 시설 확충을 통해 기존 600만 바이알에서 900만 바이알로 공급량을 1.5배 증산한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대목은 국내 단독 생산기업들의 공급 중단 보고로 위기감을 키웠던 필수 응급 주사제들의 공급 재개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이다. 수술 전 진정과 간질 등 응급상황에 필수적인 '로라제팜 주사제'는 삼진제약이 정부 지원을 받아 생산 장비를 신규 구축하기로 했다. 삼진제약은 연내 품목 허가를 취득하고 즉시 공급을 개시해 공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영유아 응급 치료와 급성 부신 부전증에 쓰이는 '히드로코르티손 주사제' 역시 한국팜비오가 신규 품목 허가를 취득해 조속히 시장 안정화에 나서기로 했다. 현장의 공급 절벽을 막기 위해 정부 예산을 마중물로 삼아 민간 제약사들의 자발적인 증산과 생산 참여를 이끌어낸 이번 조치는 매우 시의적절하다.
그러나 정부 예산 수혈을 통한 생산 시설 지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한 첫걸음일 뿐이다. 제약사들이 필수 의약품 생산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원가 보전이 쉽지 않은 저약가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원료 의약품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는 매년 상승하고 있으나 국가 필수 의약품의 약가는 장기간 동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가 일회성으로 시설비와 장비비를 보조해 주는 정책은 초기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향후 지속 가능한 생산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생산 원가를 합리적으로 반영해 주는 제도적 보완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예산 투입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를 바탕으로, 필수 의약품 공급망을 상시 점검하는 시스템을 확고히 구축해야 한다. 소아와 임산부, 그리고 응급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국가 필수 의약품 지정 범위를 실효성 있게 넓히고 관련 예산 규모도 매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동시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원가 보전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장기 공급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라는 단기 처방과 제도적 보완이라는 중장기 전략이 맞물릴 때, 비로소 국민 건강권을 지키는 단단한 의약품 안보망이 완성될 것이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