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보건의료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남인순 의원과 최보윤 의원이 각각 발의한 이 법안의 핵심은 의료기사의 업무 범위를 기존 의사의 '지도' 아래에서 '지도 또는 처방·의뢰' 아래로 확대하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한 유연한 대처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보건의료 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직역 간의 첨예한 갈등과 환자 안전에 대한 문제가 맞물려 있다.
입법을 추진하는 국회와 찬성 측은 고령화 시대에 필수적인 '돌봄통합지원'의 원활한 시행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물리치료사 등 의료기사들이 가정을 방문해 재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의사가 물리적으로 동행하여 '지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즉, '처방'이라는 형식을 통해 의료기관 밖에서도 의료기사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서비스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것이 입법권자들의 시각이다. 의료기사 단체 역시 전문성 강화와 국민 편익 증진을 근거로 법안 통과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의 반발은 거세다. 의협은 21일 낸 입장문을 통해 이번 개정안이 의사의 면허권을 침해하고 국민의 안전에 위해를 초래할 '위험한 법안'이라고 규정했다. 의협의 논리는 명확하다. 의사의 실시간 '지도'가 '처방'이라는 간접적인 형태로 대체될 경우, 환자의 상태 변화에 따른 즉각적인 대응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재활치료나 검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져 법적·행정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의협은 정부의 '돌봄통합지원법' 추진 로드맵상 방문 재활의 본격 시행이 2028년 이후인 만큼 입법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시범사업을 통해 화상 통신 등 양방향 소통 수단을 활용한 의사의 '지도'가 충분히 가능함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의협은 무리하게 '처방' 개념을 도입해 의료 체계를 붕괴시키기보다, 의료기관 외에서의 행위에 대해서도 의사의 지도가 가능하도록 '지도'의 공간적 개념을 확장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보건의료 정책의 최우선 가치는 언제나 '환자의 안전'과 '치료의 질'에 두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특정 직역의 업무 권한 확대나 행정적 편의성이 환자의 생명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 '지도'라는 명확한 책임 구조를 '처방'이라는 포괄적 개념으로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국민 건강에 어떤 실익을 주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갈등을 부추기는 성급한 입법 대신, 의료계가 제시한 '지도의 공간적 확장'과 같은 대안을 검토하며 환자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