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헬스코리아뉴스] 신라젠의 차세대 항암 플랫폼 기술인 'SJ-650'의 연구 결과가 유전자·세포치료 분야의 세계 최정상급 저널인 '몰큘러 테라피(Molecular Therapy)'에 채택되었다는 소식은 국내 바이오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남다르다. 한때 임상 실패와 경영 위기로 상장 폐지 기로까지 몰렸던 기업이, 다시금 '과학적 본질'이라는 정공법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해냈기 때문이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이번 논문 채택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항암바이러스 치료제가 품고 있던 해묵은 숙제, 즉 '전신 투여의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했다는 점이다. 그간의 항암바이러스는 정맥에 주사하면 암세포에 도달하기도 전에 체내 면역 체계에 의해 파괴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의사가 종양 부위를 확인하며 직접 주삿바늘을 찔러 넣는 '국소 투여' 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곧 보편적 치료제로 나아가는 데 거대한 장벽이 되었다.
하지만 신라젠 연구진은 바이러스 표면에 보체 조절 단백질(CD55)을 입히는 혁신적인 설계를 통해, 면역 시스템의 감시를 피해 암세포까지 미사일처럼 날아가는 '정맥 투여'의 과학적 근거를 증명해 보였다. 이는 항암바이러스가 일부 환자만을 위한 '특수 의약품'이 아니라, 전이암 환자들에게도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는 '메인스트림 항암제(Mainstream Anticancer Drug)'가 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특히 이번 성과는 국내 바이오 생태계에도 중요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의 진정한 힘은 화려한 홍보 문구나 단기적인 주가 부양책이 아니라, 오직 연구실에서 묵묵히 쌓아 올린 '데이터의 신뢰성'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세계적인 학술지가 해당 기술의 작용 기전(Mechanism)을 공식 인정했다는 것은, 향후 글로벌 빅파마와의 기술 수출(L/O) 논의에서 가장 강력하고 객관적인 보증수표를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논문 게재가 곧바로 상업적 성공이나 신약 승인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 막 대량 생산 공정을 개발하고 임상 진입을 앞둔 단계인 만큼,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고 험하다. 그러나 불신과 냉소가 가득했던 'K-항암바이러스' 시장에서 신라젠이 보여준 이번 행보는, 흔들리지 않는 원천 기술만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열쇠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K-바이오의 도약은 결코 우연이나 요행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신라젠이 증명했듯, 끈질기게 '과학적 근거(Science Evidence)'를 파고드는 집요함과 그 결실을 세계 무대에서 검증받으려는 도전 정신이 모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정부와 투자 시장 역시 눈앞의 단기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우리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의 깊이를 긴 호흡으로 지켜보고 응원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