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스코리아뉴스] 정부가 예고한 하반기 제네릭 약가인하 개편안을 앞두고 국내 제약업계에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한미약품, 대원제약, 동아에스티 등 주요 기업들이 연초부터 수익성이 낮은 글로벌 오리지널 의약품 도입에 열을 올리는 현상은, 결코 '성장의 신호'가 아니다. 정부의 일방적인 약가 인하 압박 속에서 '외형 매출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생존 전략일 뿐이다.
정부는 건보 재정 건전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정부가 제약산업의 구조와 생태계를 완전히 오판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지금의 정책은 산업의 허리를 꺾어 미래의 싹을 자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이번 약가인하 개편안은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첫째, '제네릭은 곧 불필요한 약물'이라는 편협한 인식이 문제다. 국내 제약사들에 있어 제네릭은 단순한 수익원이 아니다. 신약 개발이라는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캐시카우(Cash Cow)'다. 캐시카우를 강제로 옥죄면서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라"는 주문은, 마치 엔진에 기름을 빼면서 더 멀리 달리라고 채찍질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수익성 악화는 결국 R&D 투자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K-제약의 국가 경쟁력 상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게 뻔하다.
둘째, 정책적 모순이다. 한쪽에서는 '제약·바이오 강국'을 외치며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산업의 근간인 약가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엇박자 행정 속에서 국내 기업들은 자체 기술 개발보다는 '글로벌 제약사의 대리점'으로 전락하는 길을 택하고 있다. 오리지널 도입이 가속화될수록 국내 시장의 '제약 주권'은 약화되고, 장기적으로는 해외 의약품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져 오히려 건보 재정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정부는 간과하고 있다.
셋째,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속도전이다. 산업 체질을 개선하려면 기업들이 적응하고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정책적 유인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개편안은 기업들의 경영 계획을 무너뜨리는 급진적 인하에만 매몰되어 있다. 산업을 보호·육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보다 재정 절감이라는 '채찍'만 휘두르는 형국이다.
물론 약가인하는 필요하다. 건보재정의 건전화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지나치게 난립한 복제약은 오히려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약개발을 위한 R&D 투자보다 돈벌이에만 급급한 제약사도 정리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옥석은 구분해야 한다. 신약개발과 해외시장 개척 등을 통해 산업발전을 주도하는 기업까지 그물망식으로 포획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정책이다.
국민 건강과 제약 산업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산업의 허리가 꺾이지 않도록 세밀한 속도 조절과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제약사들의 '오리지널 의존증'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낳은 서글픈 자화상임을 명심해야 한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