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스코리아뉴스] 2025년 글로벌 바이오 지형도를 뒤흔들 상징적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의 신약 허가 건수(68건)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건수(46건)를 사상 처음으로 앞지른 것이다. 12월 집계가 포함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미국을 20건 이상 따돌렸다는 사실은 단순한 수치의 역전을 넘어, 글로벌 신약 개발의 주도권이 서구권에서 아시아, 특히 중국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다.
이번 결과는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생명공학 분야에서 중국의 '바이오 굴기'가 실질적인 결과물로 입증되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의 성장이 단순히 양적 팽창에 그치지 않고 질적인 도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중국 제약사들은 복제약(제네릭)에 치중했으나, 이제는 면역관문억제제(PD-1)와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최첨단 모달리티에서 미국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번에 FDA 승인을 받은 중국 아케소 바이오파마의 면역항암제 '안니커'는 중국산 신약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문턱을 넘는 것이 이제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중국 내부적으로도 NMPA는 항암제를 넘어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등 차세대 치료제 승인에 속도를 내며 자국 기업의 혁신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2019년 10개 불과했던 신약 허가 건수가 2025년 11월말 현재 68개까지 늘어나는 성과를 낳았다.
반면, 한때 '혁신의 보루'였던 미국 FDA의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 2025년 예산 삭감과 인력 감축이라는 내홍을 겪으며 신약 허가 건수는 3년 연속 감소세(2023년 55→2024년 50→2025년 46)를 보였다. 물론 FDA의 엄격한 승인 잣대는 여전히 글로벌 표준(Golden Standard)으로 통용되지만, 심사 지연과 행정적 비효율이 지속된다면 자본과 인재는 결국 더 빠르고 역동적인 시장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이제 생명공학은 단순히 질병을 고치는 의학의 영역을 넘어, 국가의 명운을 결정짓는 '전략적 병기'가 되었다. 미국이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며 중국 바이오 공급망 차단에 나선 것도 결국 이 패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절박함의 발로다. 하지만 법적 규제로 경쟁자를 묶어두는 사이, 정작 혁신의 심장부인 FDA가 예산 삭감과 관료주의에 갇혀 뒷걸음질 친다면 그 결과는 자명하다.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는 사이 중국은 거대한 임상 데이터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독자적인 생태계를 완성해 가고 있다.
2025년의 '글든크로스'는 우리에게도 엄중한 교훈을 던진다. 미·중 패권 다툼의 틈바구니에서 한국 바이오는 더 이상 관망자로 남을 시간이 없다.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에 흔들리고 중국의 물량 공세에 밀린다면, 우리 바이오 산업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혁신은 기다려주지 않으며, 시장은 냉혹하다. 정부는 규제 철폐의 속도를 높이고, 기업은 독보적인 초격차 기술로 무장해야 한다. 2025년의 '68대 46'이라는 숫자를 단순한 통계로 치부하는 순간, 대한민국 바이오의 미래 또한 도태의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패권의 축이 이동하는 지금, 우리는 생존을 위한 '파괴적 혁신'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