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선병원 부인과 변승원 전문의[헬스코리아뉴스 / 변승원] 많은 여성들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생리통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러한 생리통은 심부자궁내막증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자궁내막 조직은 본래 자궁 안에만 존재해야 하지만, 생리 기간 동안 이 조직이 난관을 통해 역류하여 주변 장기에 정착하게 되면 만성 염증을 유발하게 된다. 이로 인해 자궁내막증이 발생한다. 심부자궁내막증은 골반 복막, 방광, 요관 등 깊은 곳까지 침투한 경우를 의미한다.
자궁내막증은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않지만, 생리혈의 역류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질환은 심한 생리통, 허리 통증, 불규칙적 출혈, 다리 저림, 배변 통 등 다양한 증상을 동반하지만, 특징적인 증상이 없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생리통이나 허리 통증이 너무 심해 병원을 찾았다가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진통제를 복용해도 생리통이 조절되지 않거나, 생리 기간에 구역감과 어지럼증이 심한 경우, 심한 요통이 동반된다면 자궁내막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자궁내막증이 골반 신경을 침투하게 되면 사타구니, 허벅지, 종아리, 뒤꿈치에 저리고 찌릿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배 아래쪽이나 골반 깊은 곳에서도 통증이 느껴진다. 이러한 통증은 등이나 허벅지로 뻗어나가는 느낌을 주며, 아래로 빠질 듯한 통증, 쑤시는 느낌, 직장 압박, 어지럼증, 구역감, 설사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복통이나 설사가 있는 경우에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자궁내막증의 진단은 혈액검사와 함께 영상 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가장 일반적인 검사 방법은 질 초음파 검사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이다. 질 초음파 검사는 통증이 없고 간편하여 일반적으로 난소의 자궁내막종 발견을 위해 사용된다. 심도 있는 골반 진찰을 통해 질, 직장, 방광, 자궁천골인대의 심부자궁내막증을 감별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그러나 골반 복막 및 골반신경 부위의 심부자궁내막증은 MRI 검사로 관찰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방법으로 자궁내막증을 진단할 수 있지만, 가장 정확한 검사이자 치료 방법은 복강경 수술이다.
통증이 심하지 않거나 조직의 침범 범위가 크지 않은 경우에는 통증 완화를 치료 목표로 한다. 임신 계획이 있는 경우에는 최대한 빨리 임신을 시도할 것을 권장한다. 그러나 진통제로 조절되지 않는 극심한 통증이 있거나, 골반신경이 눌리는 압박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다른 요인으로 설명되지 않는 난임 환자에게는 복강경을 통해 자궁내막증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주변 장기를 침범한 경우에는 침범한 조직을 철저히 제거해야 하며, 직장의 근육층까지 침범했을 경우 장 일부를 제거한 뒤 문합하기도 한다. 방광이나 요관을 침범한 경우에도 절제 및 문합술이 시행될 수 있다. 증상이 매우 심하고 추후 임신 계획이 없다면, 재발 방지를 위해 자궁이나 난소를 제거하는 근치적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자궁내막증 조직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수술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며, 재발 위험이 높아진다. 환자의 절반 정도가 수술 후 5년 안에 재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침투된 조직의 범위가 넓을수록 수술이 어려워지므로, 수술을 받는 시기도 중요하다. 첫 수술 시 복강 내 퍼져 있는 자궁내막증 조직을 얼마나 잘 제거하느냐가 추후 재발률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숙련된 전문의가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재발하더라도 약물을 잘 복용하면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자궁내막증이 복강 내에 존재하더라도 골반신경을 물리적, 화학적으로 자극하지 않거나, 본래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는 환자는 증상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폐경 이후에는 생리혈의 역류와 호르몬 변화가 사라져 병이 진행되지 않는다. 그러나 난소에 자궁내막종이 있는 경우에는 추후 난소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어 지속적인 관리와 관찰이 필요하다. 자궁내막종의 크기가 증가한다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건강은 소중하다. 어떤 질환이든 사전에 준비하고 대처하면 그만큼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