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경 이사장 임명 9시간만에 막말 논란으로 자진사퇴
위원장 인선 과정서 당내 논의 '無'.. 비명계, 이 대표 책임론 제기
혁신기구 출범 지연에 당내 불만 고조.. 비명계가 당 주도권 잡게 될 수도

위원장 인선 과정서 당내 논의 '無'.. 비명계, 이 대표 책임론 제기 [사진=연합뉴스]
위원장 인선 과정서 당내 논의 '無'.. 비명계, 이 대표 책임론 제기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재명 대표가 혁신기구 책임자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임명한다고 발표한 지 9시간만에 이 이사장이 막말 논란에 휩싸여 자진 사퇴했다.

혁신기구 출범으로 국면 전환을 기대했던 당 지도부는 이 이사장의 낙마로 코너에 몰리게 됐다. 비명계의 ‘이 대표 책임론’에도 더욱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

당내 갈등이 더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예상보다 이 대표의 2선 후퇴가 빠르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5일 오전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 이사장을 당 혁신기구 수장으로 임명했다고 직접 발표하면서 당 쇄신에 관한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5월 14일 당 쇄신을 주제로 한 의원총회에서 전당대회 투명성과 민주성을 강화하는 정치혁신 방안을 준비하기 위해 당 차원 혁신기구를 만들겠다고 결의했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코인 사태' 등 잇따른 악재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비명계를 중심으로 쇄신 요구가 거세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혁신기구 위원장 '구인난'이 장기화된 것이다. 후보군에 오른 인사들 상당수가 고사하면서 의총 결의 후 한달 가까이 진척이 없었다. 그러던 중 이 이사장을 '어렵게' 모셔온 것.

하지만, '천안함 자폭'을 비롯한 이 이사장의 과거 발언과 주장이 여론의 비판을 받으며 임명 발표 9시간만에 사퇴 수순으로 이어졌다.

이번 낙마 사태로 비명계의 이 대표 사퇴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혁신위원장 선임 과정에서 당내 논의 없이 선임 전날 저녁에서야 당 최고위원이나 이 위원장 본인에게 통보됐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재명 대표가 사퇴를 하루라도 빨리 해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혁신위원장 인선이 이런 식으로 공론화 작업도 없고 검증도 제대로 안 된 상태가 이재명 대표 체제의 본질적인 결함"이라며, "민주당이 놓여 있는 사면초가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는 데 바람직하게 이끌어 나갈 인물을 찾는데 이런 식으로 이렇게 해서야 되겠냐"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표가 이 위원장 선임까지의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이래경씨에 대한 추천, 검증, 이 과정을 당원과 국민들한테 자세히 밝혀야 한다"면서 "그에 따라서 책임 문제도 분명히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김철민 의원도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명운을 좌우할 혁신위원장이라면, 당의 원로들과 중진의원들, 그리고 오랜 세월 당을 위해 헌신해온 분들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심사숙고해서 선임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인선 과정을 문제 삼았다. 

민주당으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혁신기구를 출범해야 하지만 이 이사장의 낙마로 위원장 인선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 이사장의 사의 표명 직후 취재진과 만나 '다음 혁신위원장은 어떤 점을 고려하겠나'라는 질문에 "역량 있고 신망 있고 그런 분들을, 주변 의견을 참조해서 잘 찾아봐야 되겠다"고 답했다.

혁신기구 출범 지지부진.. 비대위 전환 가능성도 제기

그러나 애초에 '플랜B'가 없었다면 혁신기구 출범은 6월을 넘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는 민주당에게 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건영 의원은 지난 2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혁신기구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의원들의 만장일치로 구성하기로 하지 않았나.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게 나오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물어볼 거다. 민주당의 혁신에 대한 능력에 의구심을 가질 테니까. 빨리 답하지 않으면, (혁신을) 출발하기도 전에 무너져버린다. 혁신의 시간은 민주당을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비명계가 당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민주당의 혁신 논의가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원내대표 선출 후 시작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친명계 인사였던 이 이사장의 낙마로 박 원내대표에게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대표의 '2선 후퇴'는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당 혁신기구에 '전권'을 위임하기로 한 것은 친명계와 비명계간 당내 갈등 봉합과 지도부 책임론에 답하기 위함이었다. 당 혁신기구가 지지부진해 진다면 비대위 전환이 새로운 카드가 될 수 있다.

신평 변호사는 지난 4일 정치권의 말을 인용해 초선의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밝히며 "이탄희 의원이 만약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면 민주당은 면목을 일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래 전부터 '비대위'(비상대책위)체제로 바뀔 것이라는 말이 나왔으나 최근에는 좀 더 구체화 해 이탄희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나는 이것의 함의가 지대하다고 본다"고 썼다.

이어 "먼저 이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시대착오적인 세계관, 현대판 위정척사의 관념에 사로잡혀있는 운동권 세력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 그리고 이 의원은 더욱 중요하게 초선이면서도 끝 모를 강경그룹인 '처럼회'에 휩쓸리지 않았다"며 "당연히 그의 손에는 볼썽사나운 피가 묻지 않았다. 끝으로 이 의원은 그러면서도 개혁적인 자세를 잃지 않고 성(誠)을 다해 이를 추구해왔다"고 이탄희 민주당 의원을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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