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난방비 지원 1000억원 예비비 즉시 재가
대통령실, 차상위 계층 등으로 지원 확대 논의
국힘 "중산층까지 지원 대책 꼼꼼하게"...당정 협의 예고
민주 "횡재세 나몰라라 하면 별도 관련 입법 추진할 것"

올겨울 최강 한파가 덮친 가운데 도시가스 요금 인상으로 인한 난방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9일 오후 서울시내 주택가에 설치된 보일러 연통. 2023.1.29 [사진=연합뉴스]
올겨울 최강 한파가 덮친 가운데 도시가스 요금 인상으로 인한 난방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9일 오후 서울시내 주택가에 설치된 보일러 연통. 2023.1.29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서정순 기자] 도시가스 요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난방비 급등이 현실화되자 민심을 달래기 위해 대통령과 대통령실, 당정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윤 대통령은 1000억원을 난방비로 긴급 수혈했고 정부여당은 저소득층, 중산층까지 확대 지원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난방비 폭탄 책임을 전임 정부 탓으로 돌리는 당정을 비판하면서 횡재세 도입을 촉구했다.

31일 한국부동산원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당 평균 난방비(지역난방·중앙난방 기준)는 2021년 12월 334원에서 지난 해 12월 514원으로 1년새 53.9% 올랐다.

2월 가스비는 '폭탄'을 넘어 '핵폭탄'이란 말이 나온다. 난방비 결제 설정일에 따라 2월 납부할 난방비 고지서가 발급된 일부 지역에서는 2~3배 오른 요금에 "지난 번 고지서는 맛보기였다" "1월 고지서는 애교였다" 등의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난방비 지원' 1천억원 예비비 지출안건을 재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3.1.30 [사진=연합뉴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난방비 지원' 1천억원 예비비 지출안건을 재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3.1.30 [사진=연합뉴스]

尹, 긴급 상정 '1000억원 예비비' 즉시 재가 "몰라서 못 받는 일 없도록" 지시

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국민들이 대폭 늘어나자 윤 대통령은 30일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확대를 위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1000억 규모의 예비비 지출 안건을 재가했다. 상승세를 타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난방비로 인해 꺾기자 재빨리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30일 윤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예비비 지출 안건을 즉시 재가했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유례없는 한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 국민들의 부담이 조금이라도 덜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신속하게 내려진 재가”라며 "오늘 대통령이 재가한 예비비 지출 안건은 지난 26일 대통령 지시에 따라 취약계층 117만6000가구에 대해 지원 금액을 100%, 2배 인상하기로 한 에너지바우처 지원 확대 방침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오늘 대통령의 지시는 경제 사정이 여전히 어렵고, 전례 없는 한파로 2월 난방비도 중산층 그리고 서민의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통령과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을 모두 강구할 것이란 의미"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1000억원의 예비비 지출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지난 26일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발표한 에너지 지원 확대 방안을 위한 재원 마련 차원이다.

이 방안에는 취약계층 117만6000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 바우처 지원 금액을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2배 인상하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 160만 가구에 대한 가스 요금 할인폭을 9000~3만6600원에서 1만8000원~7만2000원으로 두 배 늘리는 등의 안이 포함됐다. 이날 재가로 기존 예산 800억원을 더해 총 1800억원이 난방비 지원에 긴급 투입될 예정이다.

김 홍보수석은 해당 예비비 지출 안건이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수석은 "국무회의는 당초 내일(31일)로 예정됐지만 하루 앞당겨 실시됐다”면서 "오전 8시 반에 총리주재 국무회의에서 2023년도 일반회계 일반 예비비 지출 안건이 심의 의결됐고, 긴급 상정된 1000억원의 예비비 지출 안건을 오늘 오후 1시 반쯤에 재가 했다"고 말했다.

통상 국무회의는 차관회의를 거쳐 전주에 안건이 상정되지만 난방비 문제의 시의성을 고려해 긴급 상정 형식으로 예비비 심의 안건으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김 수석은 "윤 대통령은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중산층, 서민의 난방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참모들에게 지시했다"면서 "어려운 분들이 몰라서 가스비 지원을 못받는 일이 없도록 관계 부처는 철저히 안내하라고 거듭 강조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잰걸음에는 민심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다. 이를 보여 주듯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성인 1504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전주보다 1.7%포인트 떨어진 37%를 기록하며 3주 연속 하락했다. 리얼미터는 '난방비 폭탄'을 주된 하락 요인으로 분석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약계층 난방지 지원 관련 브리핑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2023.1.26 [사진=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약계층 난방지 지원 관련 브리핑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2023.1.26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 "우선 서민 계층 두터운 지원, 차상위로 대상 확대"

윤 대통령의 예비비 1000억 재가에 이어 대통령실의 추가 지원책도 발표됐다. 31일 대통령실은 "기초생활수급자 중에서 에너지 바우처 지급 대상이 아닌 분들과 차상위 계층 등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을 빠른 시일 내에 관계부처에서 논의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선 서민 계층에 대한 지원을 최대한 두텁게 할 계획"이라며 "일단 서민 서층에 대한 지원을 최대한 직접적으로 하는 게 우선순위라 그쪽으로 관계 부처가 논의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난방비 부담을 경감할 여러 가지를 망라해 검토하라는 게 윤석열 대통령의 취지고, 그중 가장 시급한 게 결국 서민 계층"이라며 "서민 계층에 대한 지원이 두텁게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그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3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중산층과 서민의 난방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중산층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해 말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에 최종 지원 범위가 어떻게 결정될 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31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31 [사진=연합뉴스]

輿 "전 정부서 무거운 짐 물려 받아"..."최선 다해 최대 지원 방안 마련"

국민의힘도 중산층까지 난방비 지원 확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3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난방비 급등과 관련 중산층 지원책도 강구해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며 "원래 내일모레(2월 2일) 당정 협의회가 준비돼 있었지만, 정부 측 준비가 조금 미흡한 것 같아 미루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난방비 급등에 따른 취약계층과 중산층 지원 대책을 좀 더 꼼꼼히 짜고 재원 대책을 마련해 충실한 당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집권여당으로서 국민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전 정부의 소극적 정책으로 무겁고 힘든 짐을 물려받았지만, 윤석열 정부와 당은 난방비 급등 문제를 최선을 다해 풀겠다"며 "정부는 추운 국민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정을 늦춘 이유에 대해 중산층 대책이라든지 이런 게 완성이 안 된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대통령이 중산층에 대한 지원 방안도 강구하라 했는데 재원 대책이 아직 덜 마련되고 중산층까지 범위를 넓힐 수 있을지에 대한 결정이 안 된 걸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산층 범위 확대를) 당이 결정해서 (정부에) 강요할 순 없는 것 아닌가"라며 "그걸 논의하기 위한 당정을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우리 정부에서는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바우처, 가스요금 할인혜택 등을 대폭 확대하고 어제 예비비 10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결정하는 등 취약계층 지원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지원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31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31 [사진=연합뉴스]

野 "文 정부 책임으로만 돌리는 건 적반하장 극치"...선제적 횡재세 도입 주장

더불어민주당은 31일 "윤 정부가 난방비 폭탄 대책을 미리 마련하지 못하고 전 정부 탓만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정유사 횡재세 도입을 거듭 요구했다.

그간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난방비 폭등을 문재인 정부가 요금을 제때 올리지 않은 것과 탈원전 정책을 난방비 폭등 원인으로 지적한 바 있다.

29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KBS1 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원전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난방비 국제가격이 오르면 그에 따라서 국내 가격도 조금 맞춰줘야 된다”며 “이런 것들을 제때 반영시키지 못하고 계속 미뤄오면서 우리 국민들이나 기업들이 난방비 충격을 크게 받는 거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문정부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지난 몇 년간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요금 인상을 억제했다”며 “각 나라는 (가스요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밟아왔는데, 우리는 최근 몇 년간 대응이 늦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3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난방비 폭등과 관련해 정부에 정유사가 거둔 초과 수익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이른바 '횡재세' 등의 대책 마련을 거듭 촉구했다.

이날 원내대책위원회에서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석유사업법 제18조에 따라 지나치게 많은 이윤을 낸 석유정제사업자에게 부담금을 징수해서 이를 난방비 폭탄으로 고통 받는 국민에게 되돌려 달라"고 산업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양경숙 원내부대표는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라며 "난방비 폭등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만 돌리는 것은 무능과 무책임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했다. 또 "미증유의 경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나라들처럼 정부가 나서서 횡재세를 선도적으로,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등으로 재정지출을 늘려 경제 회복의 불씨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난방비와 전기료 폭탄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뿐 아니라 중산층도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다"며 "서민·중산층 부담 완화를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정책위의장은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나 고유가 과정에서 이익을 본 정유사들에 부담금이나 자발적 기금을 마련하게 하는 '횡재세'적 성격의 전향적 대책을 만들어달라"고 원내대책위에서 했던 주장을 다시금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이 없는 게 아니니 있는 법이라도 잘해보라는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도 정부가 나 몰라라 하면 그때는 유럽과 같이 별도의 횡재세 관련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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