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회장 "반도체법,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 있어"
중국 견제·기밀 공개...삼성·SK 등 업계 고민 깊어져
'전기차 보조금' 지침 곧 공개, 수혜대상 축소 가능성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대만 TSMC의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은 58.5%로, 업계 1위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5.8%로 그 뒤를 쫓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대만 TSMC의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은 58.5%로, 업계 1위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5.8%로 그 뒤를 쫓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미국이 자국에 투자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깐깐한 보조금 조건을 내걸자 곳곳에서 '곡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이 깊다.

반도체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으려면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미국에 제공해야 하는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조차도 '조건이 과하다'며 볼멘소리를 토해냈다.

30일(이하 현지시간) 마크 리우 TSMC 회장은 대만반도체산업협회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미국의 반도체법과 관련 "받아들일 수 없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고 밝혔다.

리우 회장은 구체적인 조건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40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반도체법은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10년간 중국과 같은 우려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양적)으로 확장'하면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초과이익 공유와 반도체 공동연구 참여 등도 조건으로 내걸었다.

최근에는 예상 웨이퍼 수율(결함이 없는 양품의 비율)과 연도별 생산량, 판매 가격 수치가 담긴 '예상 수익 산출 방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이라며 난감해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이같은 정보를 공개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전문가라면 '이 기업이 이런 전략을 펼치고 있구나'라는 것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이러한 기밀 정보가 다른 용도로 악용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수익이 전망치를 초과할 경우에만 미 정부와 이익을 공유하도록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미 상무부는 이달부터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보조금 신청을 받는다.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자 하는 기업은 오는 31일부터, 나머지 반도체 공장과 패키징 등 후공정 시설은 6월 26일부터 접수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심사와 지급 기준이 까다로워지고 있는 만큼 정부 간 협상이 중요해졌다고 보고 있다. TSMC 또한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조건을 조정하기를 희망한다"라며 "미국 정부와 계속 대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 재무부는 31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제 혜택 관련 세부 지침을 발표할 예정인데, 까다로운 조건을 추가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수혜 대상을 좁히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방식으로 최대 7500달러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 중 50% 이상이 북미에서 생산·조립되는 경우 3750만달러의 세액공제를 주도록 규정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투자 유치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인데, 보조금 허들을 뛰어넘기가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며 "기업의 입장에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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