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빔스튜디오 정영범 대표 인터뷰
AI 관련 딥페이크 기술 활용한 ‘실시간 대화 시스템’ 선보여
서울대 재학생 10명과 합숙 훈련 등을 통해 자체 개발 성공
정영범 대표 “기술력보다는 창의적 활용 방안에 주목해야” 강조

실시간 인터랙티브 방식의 인공지능(AI) 딥페이크 기술 ‘비엠리얼 솔루션’(B’mReal Solution)을 보유한 (주)빔스튜디오 정영범 대표는 7일 뉴스퀘스트와 만난 자리에서 개발 과정과 향후 목표에 대해 소개했다. [사진=김민수 기자]
실시간 인터랙티브 방식의 인공지능(AI) 딥페이크 기술 ‘비엠리얼 솔루션’(B’mReal Solution)을 보유한 (주)빔스튜디오 정영범 대표는 7일 뉴스퀘스트와 만난 자리에서 개발 과정과 향후 목표에 대해 소개했다. [사진=김민수 기자]

【뉴스퀘스트=김민수, 이태웅 기자】 “우리나라 고유의 세계관에 새로운 기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부여하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알파고, 챗GPT 등 대중들이 인공지능(AI)에 열광할 때 그 너머의 가치를 보는 사람이 있다.

AI의 뛰어난 기술력이 아닌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활용 방안에 주목한 것이다.

주인공은 바로 딥페이크 기술 관련 국내 스타트업 빔스튜디오를 창업한 정영범 대표.

빔스튜디오는 27년간 ‘스타제이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한 정 대표가 설립한 가상인간 서비스 기업이다.

정 대표는 뉴스퀘스트와 만난 자리에서 콘텐츠 제작 기술의 경쟁력은 AI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 스토리 즉, 콘텐츠가 가진 세계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상 영화 어벤저스 시리즈로 유명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만 세계관이 있다고들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에도 ‘전원일기’와 같은 고유의 세계관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인간, 메타버스 그리고 블록체인 등 최근 새롭게 등장한 기술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 사이에서 ‘응삼이’ 편이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이처럼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세계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빔스튜디오는 최근 tvN의 예능프로그램 ‘회장님네 사람들’에서 지난 2020년 세상을 떠난 고(故) 박윤배 배우를 가상인간으로 구현한 핵심 기술인 ‘비엠리얼 솔루션’을 개발해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 나온 박윤배 배우의 가상인간은 살아생전 모습과 너무나 유사한 말과 행동을 보이면서 감동을 넘어 섬뜩한 느낌까지 일으켰다.

실제로 ‘일용엄니’로 유명한 김수미 씨는 박윤배 배우의 가상인간을 보자마자 “무섭다”라고 말했다.

이번 영상은 유튜브에 공개된 지 불과 4일 만에 4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대중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

빔스튜디오의 딥페이크 기술 '비엠리얼 솔루션'으로 구현한 고(故) 박윤배 배우의 가상인간. [사진=빔스튜디오]
빔스튜디오의 딥페이크 기술 '비엠리얼 솔루션'으로 구현한 고(故) 박윤배 배우의 가상인간. [사진=빔스튜디오]

국내외 IT업계에서는 빔스튜디오의 기술력에 집중하고 있지만, 정작 정 대표는 기술이 아닌 콘텐츠가 가진 파워가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수십년 동안 영화, 드라마 제작 등 엔터테인먼트 일을 하면서 노하우를 쌓은 정 대표는 딥페이크와 가상인간 기술이 새로운 미디어 시장을 좌우할 경쟁력이라는 판단에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만,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접근은 순탄치 않았다.

정 대표는 “2020년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박사들이 설립한 기업에 기술적인 부문을 의뢰하고, 저는 콘텐츠 프로듀싱(기획)만 담당하는 식으로 사업을 구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에는 완벽한 조합이라고 생각했지만, 6개월이 지나고 난 뒤 서로의 언어가 다르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기획자의 입장에서 창의적인 결과물을 원했지만, 연구진은 기술적인 만족도를 추구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사업적 손실을 본 정 대표는 기술을 직접 배우고 콘텐츠에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정 대표는 “덱스터 스튜디오 등 국내외 주요 시각특수효과(VFX) 기업을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많이 배웠다”며 “기존 기업들이 기술을 적용하는 법을 가르쳐준 것은 아니지만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미소를 지었다.

정 대표에게 찾아온 다음 과제는 ‘스승 찾기’였다. 본인의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기술력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한데 이를 가르쳐줄 사람이 없었다.

고민 끝에 정 대표는 2022년 6월부터 8월 사이 약 두 달 반 동안 서울대학교 재학생 10명을 ‘선생님’으로 모셔 합숙을 하면서 콘텐츠 기술을 배웠다

그는 “공대생의 마인드에서 이 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을 배우고 싶었다”며 “딥페이크 기술은 학생들에게도 새로운 기술이었기 때문에 서로 신기해하면서 같이 공부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정 대표는 딥페이크 기술 ‘비엠리얼’ 솔루션을 자체 개발하는데 성공했고, 첫 결과물이 바로 tvN ‘회장님네 사람들’에 나온 박윤배 배우의 가상인간이다.

정 대표는 “작년 8월까지만 해도 비엠리얼 솔루션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실제로 구현이 가능한 것이냐’며 의심을 나타냈고, 투자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기술력을 고도화해 이번 박윤배 배우의 가상인간과 같은 성공적인 상용화 사례를 만들었다”며 “지금은 여러 기업으로부터 투자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영범 대표는 “어벤저스 시리즈로 유명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만 세계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전원일기’와 같은 고유의 세계관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잘 부여하면 충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김민수 기자]
정영범 대표는 “어벤저스 시리즈로 유명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만 세계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전원일기’와 같은 고유의 세계관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잘 부여하면 충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김민수 기자]

그렇다면 빔스튜디오의 비엠리얼 솔루션은 기존 딥페이크 기술과 무엇이 다를까.

가장 큰 차이점은 AI가 인물에 대한 정보를 학습해 얼굴 등 외형적 요소를 대체하는 기존 딥페이크 기술에서 더 나아가 가상인간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tvN 공식 유튜브 채널의 댓글을 보면 대부분 누리꾼들은 고 박윤배 배우의 가상인간에 대해 “단순히 인사만 하는게 아니라 차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주고 받는 점에서 감동을 받았다”고 지목했다.

정 대표는 단순한 기술력이 아닌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 즉 창의성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미국 예능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텔랜트에서 앨비스 프레슬리를 딥페이크 기술로 구현한 영상을 보면서 ‘단순히 외형만 바꾸는 게 아니라 사람과 대화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기존 기업들과 전문가들의 생각을 들어보면 오로지 첨단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나는 활용 방안에 더 무게를 두었다”며 “가장 큰 차이점은 여기에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정 대표가 차별화된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는 영역은 바로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이다.

그동안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과 관련해 AI가 출연 배우 외형만 대체했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인간의 재능까지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승마, 수영을 배운 적이 없는 배우라도 제작진이 AI 기반의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하면 자연스러운 연출이 가능하다.

정 대표는 “AI로 단순히 외형만 바꾸는 것은 더 이상 산업적으로 경쟁력이 없다”며 “관객이 콘텐츠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배우들의 표현력까지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러한 제약이 없어진다면 제작자들의 상상력도 더욱 넓어질 것”이라며 “특히 딥페이크 기술이 확장된다면 비용 부분에서 엄청난 절감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정 대표는 기존 컴퓨터 그래픽 효과 작업 대비 최소 20분의 1에서 최대 1000분의 1까지 비용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설정한 상태다.

물론 딥페이크 기술 분야에 대한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아직 딥페이크 등 콘텐츠 제작 기술이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용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가짜뉴스, 디지털 범죄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정 대표는 “물론 딥페이크 시장을 보면 아직 360도 모델링과 고화질 구현 등 산적한 문제가 많이 있기 때문에 시장이 만족할 수준까지 완성도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으며, 실제 콘텐츠 제작을 통해 올해 안으로 결과물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또 기술 악용과 관련해서는 소비 시장에 자정 작용이 갖춰져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악용 사례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전체 시장이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콘텐츠 소비자(고객)은 올바른 방향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려고 하는 일종의 자정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어느 정도 규제는 필요하겠지만, 결국 이용자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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