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면 천지일보 대표이사. ⓒ천지일보 202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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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이제 삼월도 몇 날이 남지 않았다. 삼월이 다 가기 전에 못다 한 노래가 있어 또다시 펜을 들었다. 우리 민족은 삼월 하면 왠지 습관처럼 그날이 생각난다.

그날은 104년 전 파고다공원에서 시작한, 대한독립만세 소리가 병천 아우네 장터를 지나 삼천리 방방곡곡에 울려 퍼졌고, 태극기 물결은 온 나라를 휘감던 바로 그때다.

3.1독립운동, 이 3.1독립운동은 3.1정신에서 기인됐고, 그 정신은 진리(道義)와 자유와 자주와 독립과 평화와 인류 사랑이었다.

이러한 3.1정신은 구한말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시대적 상황에서 종교지도자 33인(기독교 16, 천도교 15, 불교 2)이 기초한 독립선언서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이 선언은 그날의 물리적 항거를 뛰어넘어 오늘날 이때 이루어져 나타날 생각과 정신과 진리의 참(靈的) 자유와 광복과 회복을 알리는 예언적 성격을 띠고 있었음을 지성인들이라면 익히 아는 바다.

기미독립선언서에서 가장 획기적이며 미래지향적이며 결론적 의미를 담고 있는 내용은 바로 “아아! 신천지(新天地) 시대가 전개(展開)되도다. 위력(威力)의 시대가 거(去)하고 도의(道義)의 시대가 내(來)하도다. 과거 전 세기에 연마 장양된 인도적 정신이 바야흐로 신문명의 서광을 인류의 역사에 투사하기… (중략)”이라고 기록된 내용에서도 분명 오늘날 힘과 권세와 권력이 아닌 도의로 이루어질 새 시대 곧 공의공도의 시대, 진리의 시대, 참 자유와 독립과 평화의 시대를 예언해 놓고 있었다는 데 대해 한 치의 의심도 필요치 않다.

그야말로 물질문명이 지배하던 형이하학적 시대는 끝이 나고, 정신문명이 지배하는 형이상학적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아니 그보다 먼저 우리 민족은 이미 만세 전에 진리의 고귀한 정신을 품었던 위대한 민족이었음을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는 그의 시 ‘동방의 등불’을 통해 확인시켜 준 바 있다.

만세 전에 진리의 참 문화를 꽃피우던 민족이었건만 우리가 귀히 여기지 않았으며 가꾸고 지키지 못했음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1886년, 조선은 ‘신비의 나라’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고종황제의 어진과 함께 서양에 책으로 소개됐다. 최초의 서양인이자 천문학자인 미국인 퍼시벌 로런스 로웰은 책에서 이미 영혼 숭배와 함께 이어온 조선의 정신사상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뿐만이 아니다. 100여년 전 독일의 노르베르트 웨버 신부는 일제 식민치하의 암울했던 시절 1, 2차에 걸쳐 조선을 방문,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고 경험할 수 없었던 조선의 정신문화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는 풍전등화와 같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삼천리 금수강산을 돌며 조선의 미풍양속을 정신없이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고, 오늘을 위해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제목의 책과 사진과 영상을 기록물로 남길 수 있었다.

그가 남긴 기록물 즉, 조선의 문화는 알고 보면 이 땅의 것이 아닌 하늘의 정신이며 사상이요 문화였음을 파란 눈의 선지자들은 먼저 알아봤던 것이다.

어찌 파란 눈의 외국인들 뿐이겠는가.

우리의 선각자 김구 선생도 ‘나의 소원’이라는 자서전을 통해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우리의 부는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평화 세계는 실현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제 정리해 보자면, 기미독립선언서의 내용은 이 시대에 나타낼 예언적 의미를 담고 있었으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성인들은 이 사실에 증인이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위력에 의한 물질문명의 시대는 끝이 나고 도의에 의한 정신문명이 지배하는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이 같은 새 시대 곧 신천지 시대는 진리의 시대며 정신으로 평화가 이루어지는 시대며, 온 세상은 공의와 공도로 불공정과 불평등이 사라진 무등(無等)과 평등(平等)의 시대임을 알게 한다.

이를 일컬어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시대라 하며, 처음 하늘 처음 땅이 없어지고 새 하늘 새 땅이 재창조되니 천지분간(天地分揀)할 시대다.

이때를 일컬어 조선 중기 유학자이자 천문학자인 격암 남사고 선생은 “태고이후(太古以後) 초락도(初樂道) 사말생초(死末生初) 신천지(新天地)”라 결론지었다.

하지만 이 같은 새 시대가 그리 쉽게만 찾아오겠는가.

그 길은 좁고 협착한 길이며, 죽음을 담보한 길이니 곧 희생의 길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추운 겨울 이기고 온 가인(佳人)과 같은 목련화가 필요했고, 인동초(忍冬草)가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이 바로 이날이라면 다시 켜진 빛이 있으니 바로 ‘너’ 곧 ‘동방의 빛(熙)’이다.

지금 ‘동방의 빛’을 통해 진리의 빛이 온 세상에 충만해지고 있고, 온 세상이 아비규환이지만 그 속에서 평화의 숨소리가 들리고 있고 평화로 물들어가고 있음이 바로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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