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파머스 사무총장
전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중러 정상회담이 주는 의미
반미연대 기반구축 마무리
심해지는 양 진영 대결 구도

연대강화로 한반도 불똥 튀나
“중국 시장 대한 비중 큰 만큼
포트폴리오 전환 속도 높여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의 궁전에서 열린 만찬 중 건배하고 있다. (출처: AP/뉴시스) ⓒ천지일보 2023.03.22.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의 궁전에서 열린 만찬 중 건배하고 있다. (출처: AP/뉴시스) ⓒ천지일보 2023.03.22.

 

[핵심요약]

◆민주주의-권위주의 진영대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후 첫 해외 방문지로 러시아를 택했다. 여기서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등 권위주의 진영의 양대 산맥이 뜻을 같이하기로 도원결의를 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사실 미-중 대결 와중에 팬데믹을 맞이한 중국은 내부전열을 정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말치레에 그쳤을 뿐 행동을 취하지 않던 중국이 시진핑 3연임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미연대 구축 행동에 나서면서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대결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

◆중국에 대한 경제전략 전환해야

중러 정상회담을 정략결혼일 뿐이라고 깎아내리고 있으나 과거와 달리 중러의 밀월관계는 미-중 대결이 지속하는 동안은 전략적 협력관계를 긴밀히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중러의 유대강화 행보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대결 구도를 선명하게 했고, 그 최전선을 한반도로 지목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중국경제에 약 25% 정도를 의존한다. 불안정한 동반관계로 인해 불확실성이 심화할 것이 예견되는 현재, 중국 시장에 대한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

두 독재자가 손을 잡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0일 전인대에서 3연임을 확정한 후 20일부터 22일까지 첫 해외 방문지로 러시아를 택했다. 그리곤 중러 정상회담에서 ‘신시대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미국에 맞선 중러의 연대강화를 천명한 것이다. 이른바 권위주의 진영의 양대 산맥이 뜻을 같이하기로 도원결의를 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중러 정상회담과 맞물려 G7 의장국인 일본의 기시다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방문했고, 러시아는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쿠릴 열도에 미사일을 배치했다. 동북아 지역에서 미-중 대결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대결로 선명해지고 있다.

◆파란만장했던 중러 관계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파란만장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연합국이었고,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사회주의 소련과 중국은 냉전의 시작을 알리는 한국전쟁에서 북한의 후원국으로 나섰다. 김일성의 남침에 대해 소련의 스탈린은 미국 참전 시 중공의 참전을 전제로 남침을 승인했다. 중공의 마오쩌둥은 이 조건을 수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남북한 분단의 원인을 제공하게 됐다. 1960년대 소련과 중국은 국경분쟁을 기화로 사회주의권 내 이념대결이 심화됐다. 사회주의권 양대 진영의 주도권을 놓은 싸움이 시작된 셈이었다. 미국은 1970년대 소련의 확장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중국과 손을 잡았다. 중국은 소련과 달리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하며 자본주의 진영과의 타협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소련 중심의 사회주의권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무너지고 결국 냉전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반면 중국은 개혁개방 노선에 힘입어 자본주의 진영과의 연계성으로 빠른 속도로 발전하게 된다. 미국은 2000년대에 WTO 가입 등을 지원하며 중국의 세계화를 가속시켰다. 급기야 중국의 G2로 성장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러시아는 탈냉전 이후 고전을 거듭하며 중국보다 인당 GDP가 낮은 1만 달러 이하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중러 관계는 경제교류를 확대해 가는 한편, 부분적인 협력관계는 유지했지만, 결정적인 협력관계가 형성되지는 않았다. 중국과 인도의 국경분쟁 시에 러시아는 인도의 손을 들어주는가 하면, 유라시아 지역 곳곳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는 충돌하기 일쑤였다.

◆우크라전으로 변화하는 환경

유라시아 대륙의 양대 세력은 여전히 자존심 싸움을 계속해 왔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환경이 변화됐다. 단기전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던 러시아는 전쟁의 장기화와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강화로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미-중 대결 와중에 팬데믹을 맞이한 중국은 내부전열을 정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중국은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말치레에 그쳤을 뿐 적극적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진핑 3연임을 마무리한 중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미연대 구축을 위한 행동에 직접 나섰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은 동남아 주요국의 지도자들을 중국으로 초청했다. 과거 중국의 주변국 ‘조공외교’를 연상케 하는 행동이었다. 최근에는 사우디와 이란 관계를 중재하며 외교력을 과시했다. 그리고 시진핑의 러시아 방문으로 반미연대 기반구축을 마무리한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번 중러 정상회담에 대한 외신들은 현찰이 급한 푸틴이 시진핑을 보스로 받아들이는 듯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함과 동시에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적극적으로 구매하기로 하면서 러시아의 부족한 현금을 채워 주기로 했다. 이면에서 어떤 군사적 지원을 약속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표면적인 합의만으로도 중국의 러시아 지원은 분명하다. 지난 21일 러시아 대통령실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회담 합의 내용 가운데 러시아 국영 원자력 발전기업 로사톰과 중국 원자력청(CAEA)은 고속 중성자 원자로와 폐쇄형 핵연료 주기 개발을 위한 장기협력 프로그램 계약에 서명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러는 원자력 발전을 위한 원료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의 핵전력 증강을 위한 거래라고 보고 있다.

◆“중러 관계, 언제든 변화 가능한 관계”

백악관은 중러 정상회담을 정략결혼일 뿐이라고 깎아내리고 있으나 과거와 달리 중러의 밀월관계는 미-중 대결이 지속하는 동안은 전략적 협력관계를 긴밀히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공동성명서에는 이례적으로 북한 문제를 다뤘다.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도발은 미국 때문이며, “미국이 실제 행동으로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호응해 대화 재개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기존의 입장을 확인했다. 마치 한국전쟁 당시 중-소의 협력 구도를 재연하는 듯하다. 한반도 지역은 한미일-북중러의 삼각대립 구도를 의도적으로 선명하게 만들고 있다. 냉전 체제는 한국전쟁 이후 약 40여년 지속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중 대결을 장기전으로 임하는데 합의한 것임을 한반도 문제를 상징적으로 표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소인수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소인수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그러나 중러의 협력관계는 불안정하다. 러시아는 당장 현금이 필요하니까 머리를 숙이는 척하지만 역사적으로 결코 중국에 머리를 숙이면서 2인자 행세를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유럽과의 연계가 필요한 중국은 러시아를 옹호하기 위해 유럽을 자극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이 모습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유럽을 염두에 두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 국가들을 직접 비난하진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의 확장을 막기 위한 러시아의 사활적 이익이 달려있다는 점에서 러시아 입장에선 중국의 미온적 지원 태도가 누적될수록 서운함이 더해질 수 있다. 러시아는 언제든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비록 중국이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적극적으로 구입하겠다고 했지만, 러시아는 안정적인 유럽향 천연가스 공급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행태로든 마무리될 경우 러시아는 중국과 계속 손잡고 갈 명분과 실리 모두 잃게 된다.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과 대처

중러의 밀월관계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대결 구도를 선명하게 했고, 그 최전선을 한반도로 지목하고 있다. 미-중 대결은 중국의 내부전열 정비가 마무리됨에 따라 지구촌을 대상으로 곳곳에서 치열하게 전개될 조짐을 보인다. 한국경제는 중국경제에 약 25% 정도를 의존하고 있다. 가장 높은 비중이다. 중국경제의 발전에 따라 한국경제는 많은 이득을 취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기업들 역시 중국경제의 발전에 따라 많은 이득을 걷어갔다. 미국기업들은 중국의 WTO 가입을 성사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로비활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그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중국의 국가주의 강화에 따라 중국기업은 더 이상 미국기업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 돈벌이가 되는 상품이나 사업)’가 되는 것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기업들은 아직도 중국 시장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 시장에 대한 포트폴리오 전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체시장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 대결의 전선이 선명해지고,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중-러의 불안정한 동반관계로 인해 불확실성이 심화할 것이 예견되는 현재, 중-러 정상회담에서 손잡은 두 독재자의 모습을 보며 중국 시장에 대한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높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용어설명]

◆소련

공식 명칭은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이며 USSR로 줄여 부른다. 1917년 10월 혁명으로 소비에트 정부가 성립되고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국가가 탄생했다. 이후 15개 공화국의 연합체로 구성된 연방공화국이 탄생했다. 소련은 2차 대전 후 동유럽과 아시아의 사회주의 국가들의 지도국이 됐다. 소련의 최고 권력기관은 최고 소비에트 회의였다. 레닌, 스탈린 등 공산당 서기장들이 소련을 이끌어왔다. 1985년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이 추진한 개혁정책은 동독·서독의 통일에 영향을 미쳤고 동유럽 각국은 소련의 영향권에서 점차적으로 벗어나 시장경제를 지향하게 됐다. 결국 1991년에 연방공화국들이 소련에서 탈퇴하면서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했다. 이후 러시아가 소련의 유엔 회원국 자격과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잇는 등 공식 승계국이 됐다.

◆냉전 (冷戰, Cold War)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비에트 연방을 비롯한 양측 동맹국 사이에서 갈등, 긴장, 경쟁 상태가 이어진 대립 시기를 말한다. 냉전이라는 표현은 버나드 바루크가 1947년에 트루먼 독트린에 관한 논쟁 중 이 말을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구미권 제국주의와 그 반대자 사이의 세계적 대결을 일컬어 신냉전이라는 말을 쓴다. 신냉전은 과거의 냉전과 마찬가지로 제국주의 국가 사이의 대립과 대결이다. 핵무기의 시대인 만큼 양쪽은 전면적인 열전을 회피하긴 하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주변부의 지정학적 요충지에서 (신)냉전이 열전(무기를 들고 싸운다는 의미의 전쟁)으로 비화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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