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3일은 2018년 제72차 UN 총회에서 193개 회원국의 합의하에 선포된 세계 자전거의 날이다 / 사진=교보문고
6월3일은 2018년 제72차 UN 총회에서 193개 회원국의 합의하에 선포된 세계 자전거의 날이다 / 사진=교보문고

과학 기술과 자본주의와 화석에너지의 힘으로 도시는 점점 더 가속화 되어가는 초고속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금융 구조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를 맹목적으로 앞으로 달리게 하는 가속 페달입니다. 자동차를 사고 집을 갖기 위해 돈을 빌리는 것은 우리의 미래 시간을 금융기관에게 주는 것입니다. 자신의 시간을 미리 앞당겨 빌려 살고 더 빨리 달려야 합니다. 금융은 우리 삶의 모든 단계마다 스며들어 사회 전체를 앞으로 달려나가게 합니다.

속도를 강요하는 도시에서는 사람의 타고난 이동능력인 두 발 만으로는 삶에 필요한 기본적 필요도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도시의 삶에서 자가용은 필수가 되었습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의 삶을 사는 것이 자신의 두 발이 아니라 모터 달린 바퀴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불구 아닌 불구가 되어 갑니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건설된 도시에서 발은 쓸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당국이 자동차를 위한 도로를 새로 만들고 넓히는 속도보다 이동 속도를 더 늘려야 하는 사람들의 자동차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릅니다. 우리의 삶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뚫은 도로가 교통을 독점함에 따라 샛길이 사라지고, 결국 새 도로는 몰려드는 차들로 걷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주차장이 되어갑니다. 다시 도로를 넓혀야하고, 이렇게 언제부턴가 도로를 만드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었습니다. 도로가 도로를 만들어 냅니다.

도시는 금융자본에 지배되고 교통 위주의 도시 계획에 의해 무한 확장되며 도시민은 정체된 도로에서 조바심을 내며 분주하고 무의미한 사이클을 반복하며 살아갑니다 직장과 둥지와의 거리는 도시의 확장과 더불어 더 멀어져갑니다. 운전자로, 승객으로 보내는 시간도 멀어진 거리만큼 늘어납니다. 이와 비례해서 '업무의 질'이 변하고 일에서 '기쁨'을 찾지 못하는 빈도가 잦아지고 지속됩니다. 

자신이 이동하는 보폭에 맞추어 살던 시대에 비해 수십, 수백 배 빨라진 바퀴에 의존하게 된 우리의 생활반경은 그만큼 늘어나고 그만큼 생활리듬도 빨라졌습니다.

모든 일상생활이 모터 달린 바퀴에 의존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깨어 있는 시간의 많은 부분을 자동차 위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자동차에 있지 않은 때에는 바퀴를 굴리기 위한 비용들, 곧 할부금, 보험료, 통행료, 기름값 등을 벌기 위해 그 만큼의 시간을 써야 합니다. 가족과, 이웃과, 동료와의 시간과 같은 소중한 시간을 희생하면서 돈을 벌어 자동차에 써야 합니다.

직장과 주거가 멀어질수록 일하고, 여가를 즐기고, 아이를 키우는 생활기능이 공간상 분리되어 이 괴리를 돈과 시간의 교환으로 메꾸어야 합니다.

하지만 직장과 주거가 근접해 있으면 이동 시간이 줄어들고 모든 일상이 자신의 주변에서 해결되므로 시간도 돈도 낭비되지 않습니다. 시간이 느려지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아집니다. 현재를 값지게 살고 미래를 차분히 기다릴 수 있습니다. 여유로운 시간 감각은 우리에게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풍요로운, 진짜 삶’을 가져다 줍니다.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 자유가, 행복이 다가옵니다.

직장-주거 근접형 공동체는 전형적으로 농어촌 지역에 한정되어 있지만, 몇몇 국가의 도시 정책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정보에 제한이 있어 확실치는 않지만, 북한의 기초 행정단위의 하나인 ‘노동자구’는 직능별 직주 근접형 공동체로 보여집니다.

‘노동자구’는 공업발전과 함께 급속히 증가한 노동자들의 식량 공급 등을 개선하고 공업의 합리적 배치를 위해 주민이 400명 이상이 성인이고 그들의 65% 이상이 노동자인 지역을 대상으로 합니다. 주로 인구밀집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노동력을 집단으로 관리하여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설치한 ‘구역화’제도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노동자구'는 고려시대의 ‘소(所)’와 비슷한 개념의 공동체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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