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협동조합 운동/출처=교보문고
영국 협동조합 운동/출처=교보문고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일명 LSE(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 Science)는 영국 런던에 소재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명문으로 인정받는 학교다. 이름에서도 보듯 정치와 경제 분야 등 사회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로 명성을 떨친 LSE는 지금까지 총 18명의 노벨수상자들을 배출했다. 영국인들은 물론이고 세계 유수의 학생들이 선망하는 LSE. 이곳은 1895년 영국 협동조합 운동을 지도한 비어트리스 웹이 설립자로 참여해 탄생했다.

비어트리스 웹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전반동안 영국에서 활동한 사회주의 경제학자이자 운동가다. 비어트리스 웹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내셔널 미니멈’을 제창했다. ‘내셔널 미니멈’이란 국가가 구성원의 최저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 오늘날의 최저임금제다.

100년 앞을 내다보는 이론가였기 때문일까? 비어트리스 웹은 페이비언 협회의 이론적 지도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페이비언 협회는 영국의 지식인들이 주도한 사회주의 단체다. 하지만 이곳은 혁명 대신 계몽과 개혁을 통해 이념을 실천하고 활동을 모색한 단체다. 이 단체는 훗날 영국 노동당의 기초가 되며 비어트리스 웹 역시 페이비언 협회와 노동당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사람으로 꼽힌다.

혁명 보다는 계몽과 개혁을 주장한 비어리스 웹. 그에게 협동조합은 계몽과 개혁을 이끄는 수레바퀴였다. 비어트리스 웹은 협동조합을 자발적 소비자 결사체라고 설명했다. 공동체의 구성원인 시민이 자발적으로 모인 결사체. 그가 주장하는 협동조합 운동의 핵심은 공동체 구성원인 ‘시민’이 주도하는 협동조합이었다. 생산자들만의 연대와 운동이 협동조합의 전부가 돼서는 안 됐다.  

모든 시민이 소비자로서의 책임을 완전히 자각할 때, 현재의 산업 전쟁 상태를 벗어나 ‘개인을 위한 전체, 전체를 위한 개인’이라는 협동조합 원칙에 확고하게 기초한 위대한 산업 공화국을 세울 수 있다. 로버트 오언이 발견한 협동 산업시스템은 로치데일 선구자와 민주적 추종자들의 헌신·지혜·끈기에 의해 ‘국가 안의 국가’로 발전했다. p.246

비어트리스 웹은 자발적 소비자 결사체인 협동조합이 강제적 결사체(지방자치단체와 국가)와 공진화하면서 모든 시민의 복리가 보장되고 모두가 기회의 평등을 누리며 공동체에 봉사하는 사회로 이끈다고 주장한다. 그에게 협동조합은 단순히 노동자가 상품을 공급하고 소비자사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사회운동의 주요한 축이었던 것이다. 도매협동조합은 연합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기초해 소비자 전체가 생산을 통제해 공동체 전체를 위한 생산을 가능하게 하고, 소비자협동조합 운동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민주주의로 공동체 전체의 지배를 가능하게 만드는 도구였기 때문이다.

영국 사회보장제도와 복지국가의 토대를 구축한 사람으로 꼽히는 비어트리스 웹. 그가 쓴 '영국 협동조합 운동'. 이 책은 협동조합 운동을 통해 민주적 자치를 실현하고 이것이 어떻게 보편적 복지국가의 모습을 만들어가는지 설명하고 있다. 협동조합 운동이 시민들의 자발적 자치운동에 기반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그것이 자발적 결사체로서 제도권 정치와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우리 사회의 복리가 증진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의 설명을 보고 있으면 협동조합 가진 힘을 우리가 너무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영국 협동조합 운동=비어트리스 웹 지음. 박성희 옮김. 삶의출판 코알라 펴냄. 328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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