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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한국 양돈산업의 네 가지 혁신 전략


정 영 철 대표(㈜ 정피엔씨연구소)


한국 양돈 산업이 맞닥뜨린 현실은 어느 때 보다 심각해 보인다. 

우선 국제 곡물 가격의 지속적 상승으로 생산비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3월 도착 수입 옥수수 가격은 톤당 324 달러로 작년 3월의 247달러 보다 31%나 높았다. 양돈 사료의 옥수수 평균 혼입 비율은 약 50%인 만큼 옥수수 도착가격만으로도  15.5%의 사료비 인상 요인이 되는 것이다. 높아진 환율을 무시 하더라도 말이다. 

5월 들어 크게 상승하고 있는 돈가에도 양돈농가가 웃을 수 없는 이유이다. 

둘째는 농장의 심각한 인력 부족 사태다. 국내 축산 기술 양성을 담당해야 할 각 대학교의 축산학과는 대부분 사라진 지 오래다. 첨단 산업을 찾는 젊은이들은 농장 근무를 기피한다. 낮은 임금, 가축을 키워야 하는 근무 환경, 대기업과의 격차가 큰 복지 조건 등이 국내 인력의 유입을 막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 사태로 매년 입국하던 외국인 인력 마저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면서 농장 인력난이 심화되고 이는 곧 농장의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경영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셋째는 무엇보다도 심각한 현상으로 양돈 선진국과의 생산성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일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면 생산비도 같은 비율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덴마크와 한국의 MSY 차이는 10.6두(PSY 28.1 VS 17.6두) 였으나 2020년에는 13.3두(31.6 vs 18.3두)까지 벌어졌다. 

무엇인가 혁신적인 방안이 절실하다. 

Rothaermel의 책 ‘Strategic Management’ (2015)에 기술된 혁신을 위한 4대 전략은 개인이나 기업, 또는 산업에서 적용하는 마케팅과 테크놀로지의 양축을 기반으로 하는 전략인 만큼 한국 양돈 산업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네 가지 유형의 혁신 전략과 적용 방안을 제안해 본다. 

■ 점진적 혁신 - 기존의 기술과 조직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혁신하는 방법이다. 실제 양돈과 돈육 산업은 알게 모르게 지난 수십 년 동안 점진적 혁신을 실천해 왔다. 수십 년에 걸쳐 돼지의 유전적 잠재력과 유전 능력을 개량한 게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쇠자로 찌르는 방법으로 이뤄지던 등지방 측정에 초음파를 이용하게 됐고, 능력 검정을 통해 출하 일령 등을 표현형가로 선발했던 것이 통계적 육종가로, 다시 요즘에는 유전체 육종가로 우수 종돈을 선발하면서 경이적인 개량 속도를 달성했다. 

미국 John Mabry교수는 지난 30년간 종돈의 유전적 개량도에 대해 복당산자수가 4두 이상 증가했고, 등지방두께는 15mm 이상 얇아졌으며, 정육률은 12%이상 증가했을 뿐 만 아니라 출하일령은 100kg기준 210일령에서 140일령으로 약 70일 단축됐다고 분석했다. 현재 전국에서 운용되고 있는 약 25개의 돼지AI센터에서 정부 주도하에 진행됐던 GSP 프로젝트를 통해 선발된 핵돈 웅돈의 산자수 18두, 90kg 도달일령 117일의 잠재적 유전능력을 활용 할 수는 없을까? 한국 양돈 산업은 획기적인 도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용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 지속적 혁신 - 지속적 혁신은 산업의 위치를 확고히 하면서도 새로운 제품과 전략을 통해 경쟁자와 차별화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도입, 매출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초 신선육을 소비자에게 직접 공급하는 육각정의 영업 전략과 같은 맥락이다. 팬데믹으로 치킨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양념 치킨을 대체 할 수 있는 양념 등심, 양념 갈매기살을 대항 상품으로 개발 할 수는 없을까? 요즘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에게 닭 가슴살은 필수적이다. 실제 로 닭 가슴살과 비교해 돼지 안심, 등심의 단백질, 지방 함유율은 거의 동등해서 미국 시장에서는 닭 가슴살 대체용으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산업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 파괴적 혁신 -  현재 양돈 산업의 사육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매출을 확실히 지키고 확대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GSP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한 저웅취 웅돈을 사용한 비 거세 비육돈 돼지고기의 출시가 유력한 후보 전략이 될수 있다. 

소비자들은 가축의 복지에 대해 의외로 민감하다. 독일은 2021년부터, 프랑스는 2022년부터 의무적으로 전신 마취없는 거세를 금지하고 있다. GSP 개발 저웅취 웅돈의 등심은 소비자가 감지 할 수 없는 수준까지 웅취 홀몬 농도가 낮았고 관능 검사에서도 거세돈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 급진적 혁신 - 이 혁신은 기존의 산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일본의 양돈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우리 보다 월등히 적다. 일본 양돈전문 잡지에 올라온 구인광고를 소개하면, 주 4일 근무, 대기업과 같은 복지 혜택, 지속적 최신 기술 교육, 등으로 웬만해선 거부 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여성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사육규모가 10만두에 달하며 단일 장소 사육 규모로는 일본 최대인 재팬팜의 인공수정센터 책임자는 여성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이보쿠 양돈장의 분만사 근무 여성 역시 스튜어디스 출신이었다. 한국 양돈산업은 인력 문제에 대한 경영자의 새로운 접근방법 없이는 미래가 없어 보인다. 최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시설과 환경을 마련해 대기업과 같은 근로 조건의 직장을 경영할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로 양돈산업의 혁신 없이는 지금 판매하는 한돈 돼지고기가 수입육이나 닭고기 등의 경쟁제품에 시장에서 밀려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산업이 공감하는 네 가지 혁신 전략을 결합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강력하고 효과적인 시장을 창출하는 동시에 소비자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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