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젖으면 귀가 커진다. 그리움이 커지면 외로움이 커진다. 외로움이 커지면 고독해지고 고독하다면 우울증에 시달린다. 사랑은 가장 따뜻한 인간관계다. 그러한 관계를 맺고 지켜가고자 하는 마음의 움직임이다. 영성을 갖춘 사람, 가슴을 가진 사람이 서로의 유대를 위하여 사귐을 갖는 것이며 마음을 기울여 희생하는 자세를 사랑이라고 한다. 사랑의 관계를 맺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지키려는 마음이 커지고 그것을 위하여 죽음도 불사한다. 사랑은 사람을 편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맺음인 것이다. 하지만 사랑 때문에 병이 생기고, 사랑 때문에 폭력이 발생하며, 더 크게는 국가 간의 전쟁도 발생한다. 내가 다른 이의 마음을 지배한다는 오해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그런 이유로 사랑에 눈을 뜨게 되면 어떻게든 힘들다. 만약 함께하지 못한다면 배가 되어 우울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귀가 커진다. 소리쟁이는 길가에 가장 흔한 풀이지만 약성이 좋아 함부로 하지 않는 약초다. 큰 귀를 가진 소처럼 순하여 잎과 뿌리를 식용하는 풀, 그런데 귀가 크다. 그래서 이름이 소리를 듣는 풀, 소리쟁이다. 권영기 시인은 소리쟁이의 생태를 파악하여 그리움의 시를 썼다. 백등화 줄기가 하얗게 얼어가는 동지 밤에 호숫가에 앉아 그리움에 빠진다. 사랑의 과정이 순탄하지 않듯 그리움의 자세도 편하지 않다. 허공에 떠다니는 바람 소리가 사랑의 소리로 들려 환청이 찾아온다. 없는 소리도 듣고 바람 소리도 사랑의 속삭임으로 듣는 소리쟁이가 된 것이다. 그리움이 크면 귀가 커진다는 것을 증명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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