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스텔스 구축함 '줌월트'. (미 국방부 제공)

미국이 단 2척만 보유하고 있는 최신예 스텔스 구축함을 주일 미 해군에 배치했다.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견제'가 1차 목적이지만,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할 수 있는 자산으로도 평가되는 만큼 북한에도 경고 메시지가 될 전망이다.

미 해군 구축함 '줌월트'(DDG-1000·1만6000톤)는 지난달 27일 제7함대 모항인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 기지에 도착했다고 뉴스1이 보도했다.

'줌월트'는 원래 미 해군 3함대 사령부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를 모항으로 하고 있었으나, 이후 태평양 괌으로 이동한 뒤 지난달 19일 일본을 향해 출항했다. 줌월트는 2013년 10월 진수해 2016년 10월 취역했으며, 일본에 배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외형을 가진 줌월트의 가장 큰 특징은 스텔스 기능이다. 선체에 레이더파를 흡수하는 복합재료를 적용한 데다, 레이더파 반사율을 줄이기 위한 형태로 선체를 설계해 적 레이더엔 '작은 어선' 정도로만 보인다고 한다.

줌월트는 엔진 소음도 줄여 대테러 작전, 기습 공격 등 은밀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도 적합하다. 이 덕분에 줌월트는 주변에 수많은 레이더와 군사기지 등이 널려있는 우리나라 서해나 동중국해, 남중국해, 아라비아해 등에서 작전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줌월트는 그 크기도 크다. 줌월트는 길이 185m, 배수량 1만6000톤으로 현재 미 해군 전력의 중추인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의 1.5배 정도 된다. 이는 중국군 최신예 구축함 '055형 난창(南昌)'함(배수량 1만3000톤)보다도 큰 것이다.

줌월트함은 그 크기만큼이나 강력한 화력을 자랑한다. 줌월트에 탑재된 대표 무기는 155㎜ 구경 함포(AGS) 2문이다. 이 함포로는 185㎞ 밖에서 적을 공격할 수 있다. 미군은 줌월트의 155㎜ 함포 1문당 포병 1개 포대급 화력을 지녔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 해군의 스텔스 구축함 '줌월트'함.(미 국방부 제공)

 

또 줌월트엔 함대지·함대함미사일 등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발사관(VLS) 80문과 30㎜ 기관포도 탑재하고 있다. 함재기로는 해상작전헬기와 MQ-8 '파이어 스카웃' 무인기 등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군은 앞으로 줌월트에 마하5(초속 1.7㎞)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 적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극초음속미사일도 탑재할 계획이다. 당초 미국은 줌월트를 개발하면서 '레일건'을 탑재하는 계획도 세웠으나 현재는 사실상 개발이 중단된 상태다.

줌월트함은 이처럼 엄청난 크기와 강력한 무장을 갖췄음에도 알레이버크급 운용 인원(314명)의 절반 수준인 148명 정도로 운용된다. 첨단화를 통해 평시엔 배가 자동으로 운항할 수 있어 40여명의 인원으로도 기동 자체는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스텔스 기능에 뛰어난 화력, 최첨단 자동화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줌월트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1척당 건조 비용이 80억달러(약 11조원)에 이르러 연간 약 1000조원대 국방비를 미국도 여러 척을 만들기가 부담된다는 것이다.

특히 줌월트의 155㎜ 함포용 장사정 특수탄(LRLAP)은 당초 1발당 가격 7만달러(약 1억원)가 목표 가격이었으나 이후 80만달러(약 11억5000만원)로 10배 이상 높아졌다. 미 해군은 이처럼 높은 가격 때문에 이 특수탄 구입에도 '제한'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당초 '줌월트'급 구축함을 32척 건조할 계획이었으나 이 또한 3척으로 크게 줄였다. 그 가운데 1번함이 이번에 일본에 배치된 '줌월트'다.

'줌월트'란 명칭은 베트남전쟁 당시 미 해군을 지휘했던 최연소(49세) 해군참모총장 엘모 줌월트 제독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러나 줌월트 제독은 비용이 적으면서도 성능이 좋은 함선들을 적절히 도입한 인물로 유명하기에 '현재 줌월트함의 비싼 가격과 이름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7월9일 미국 하와이 진주만에서 진행된 림팩 오픈십 행사 당시 줌월트급 구축함 '마이클 몬수어'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광객들.

 

줌월트급 2번함인 '마이클 몬수어'는 2016년 6월 진수해 2019년 1월 취역했다. 마이클 몬수어는 2006년 9월 이라크전 당시 수류탄을 자신의 몸으로 덮어 동료들을 지키고 전사한 미 네이비씰 하사의 이름이다.

'몬수어'함은 올 7월 미 해군 주도로 하와이 일대에서 진행된 다국적 연합훈련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에도 참가해 우리 언론에도 그 모습이 처음 공개됐다. 림팩 기간 각국의 함선을 일반에게 공개하는 '오픈십' 행사가 열렸을 때 '몬수어'는 미 해군의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과 함께 가장 많은 관람객을 모았다.

줌월트급 3번함은 현재 건조 후 해상시험 중이며 명칭은 '린든 존슨'이다. 린든 존슨은 미국의 제36대 대통령(1963년 11월~1969년 1월)으로서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예비역 해군 소령)였다.

이처럼 미군이 같은 '급'의 배에 대통령과 해군참모총장, 하사의 이름을 붙인 건 이례적이다.

줌월트급 구축함은 이번 일본에 앞서 우리나라에 배치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7년 2월 해리 해리스 당시 미군 태평양사령관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줌월트급 구축함을 우리 해군의 제주기지에 배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때 한반도는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거센 반발로 시끄러웠던 상황. "줌월트는 바다의 사드"란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우리 국방당국은 "전략적으로 필요한 경우 제주기지에 미 함정이 들어올 수 있지만, (줌월트 배치는) 미 정부의 공식 제안이 아니라 해리스 사령관의 개인 차원 제의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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