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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뭐볼까? 9일 방송] 한국인의 밥상 595회, 산골 밥상...황태, 황태 만둣국, 도리뱅뱅이, 김치전, 뭇국, 고등어조림, 주물럭 등
[오늘뭐볼까? 9일 방송] 한국인의 밥상 595회, 산골 밥상...황태, 황태 만둣국, 도리뱅뱅이, 김치전, 뭇국, 고등어조림, 주물럭 등
  • 정시환 기자
  • 승인 2023.02.09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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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595회

 

[스페셜타임스 정시환 기자] 기나긴 봄, 여름, 가을을 거쳐 모든 것이 척박해지는 계절 겨울.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동장군에 산골 사람들은 어떤 겨울나기를 하고 있을까? 무엇이든 자급자족해야 하는 겨울 산골살이엔 부지런함이 곧 생명이다. 이맘때 가장 바쁘다는 덕장 속 노랗게 익어가는 황태들부터 봄이 오기 전 동면에서 깨워야 하는 겨울 양봉까지. 겨우내 산은 다른 계절 못지않게 여전히 바쁘다는데. 올겨울 혹독한 추위를 지혜롭게 이겨나가는 산골 사람들의 지혜롭고 야무진 밥상을 만나본다.

 

마을 사람들을 먹여 살린 하늘이 내린 맛, 황태 – 강원도 인제

 

진부령과 미시령 고개 사이 모든 것이 하얀 겨울 왕국 속 황금빛이 일렁이는 인제 황태 덕장으로 향한다. 전국 황태 생산량의 80%가 출하된다는 용대리! 겨우내 명태에서 누런 황태가 되기 위해 영하 10도의 기온 속 20번 이상 얼고 녹기를 반복해야 하는 고된 과정을 함께하는 용대리 사람들. 창옥 씨도 17살 때부터 40년 넘게 덕장 일을 하면서 황태 마르는 모습만 봐도 올해 농사의 풍흉을 알 정도로 잔뼈가 굵었다.

 

손발이 꽁꽁 어는 덕장 일로 고생하는 가족을 위해 아내 명숙 씨는 솜씨를 발휘한다. 용대리 황태는 스펀지처럼 포슬포슬하고 부드러운 육질이 특징! 여기에 사과, 파인애플, 양파, 무를 갈아 만든 양념을 발라 요리하면 산사람들에겐 육 고기보다 더 인기 만점인 황태구이와 조림이 완성된다. 잔칫날이나 손님이 오면 빠질 수 없다는 강원도 토박이들의 소울푸드인 황태 만둣국! 가까이 산이 있어 언제든 얻을 수 있는 버섯과 약초까지 더해지면 겨울 산사람들의 영양 음식으로 이만한 게 없다. 황태 덕분에 겨울에도 몸과 마음이 풍성해지는 용대리 가족들을 만나본다.

 

꿀 떨어지는 산골 부부의 달달한 밥상 – 충청북도 괴산

 

충북 괴산 청천에서도 이름이 가장 아름다운 사랑산에 정착해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는 정태효, 고홍배 부부. 정년퇴직 후 잠시 쉬어갈 요량으로 찾은 산에서 만난 벌집 한 통으로 인생이 바뀌었다! 바람이 불지 않고, 햇볕이 강하지 않으며 민가와도 떨어져 있는 사랑산 자락은 꿀벌을 키우기에도 최적의 조건이었다.

 

예로부터 겨울철 허해진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 끓여 마셨다는 호박쌍화탕을 준비하는 아내 태효 씨. 보통 속을 판 호박에 처음부터 꿀을 넣고 끓이는 요리법이 유명하지만 사실 꿀은 다 끓이고 난 후 마지막에 타셔 마시는 것이 꿀의 영양분을 파괴하지 않고 즐기는 방법이란다.

 

태효 씨는 꿀을 이용한 자신만의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했다. 토마토의 속을 파내고 발사믹 식초로 버무린 샐러드를 채운 후 달달한 벌집 꿀을 얹으면 모양도 맛도 가득 채운 벌집꿀토마토가 미리 봄을 느끼게 해준다. 인삼과 꿀을 곁들인 육회, 꿀을 가미해 달달하고 매콤한 맛을 낸 도리뱅뱅이, 로열젤리와 프로폴리스를 이용한 다식 등 꿀벌 덕분에 척박한 겨울 속에도 꿀 떨어지는 행복에 젖어 살고 있다는 부부의 산골살이를 살펴본다.

 

치유를 위한 겨울 산골자연인의 산골 밥상 – 전라북도 임실

 

500고지 산속 오봉산 자락, 외딴집에 한 남자가 있다. 올해로 귀산 10년 차라는 김금산 씨다. 그가 산골자연인으로 생활하며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자연 방목하는 닭들! 닭들이 건강하게 낳은 달걀을 아침마다 한 개씩 먹는 것이 건강 유지 비법 중 하나라는데. 거기에 계절별로 자연에서 얻어진 나물과 약초들은 그의 밥상을 건강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갓 잡은 씨암탉에 직접 채취한 약재들과 누룽지와 녹두를 가득 넣고 푹 끓이면, 백년손님 사위가 오면 꼭 대접한다는 금산 씨 표 누룽지녹두닭죽이 완성된다. 사돈이 보내온 삭힌 홍어도 자신만의 비법을 더해 더 맛깔나게 만든다. 푹 끓여낸 수육에 묵은지와 삭힌 홍어를 올리고 거기에 요리의 화룡점정 청국장을 올리면 청국장이 삭힌 맛을 잡아주어 홍어를 싫어하는 사람도 그 맛에 반한다고. 그의 삶 속에는 늘 자연이 함께한다는 산골요리사 금산 씨의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긴 건강 밥상을 맛본다.

 

한겨울, 산속에서 삶을 굽는 도예가 부부 – 강원도 원주

 

면적의 77% 이상이 산악지대인 원주 신림면. 주변 지역보다 평균적으로 5도 이상이 낮은 탓에 겨울에는 집 안에서 자급자족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차가운 바람이 겨울 모든 것이 얼어붙는 날씨에도 산 아래 명선 씨의 집은 따끈하다. 집 안 가마 앞에서 열심히 도자기를 굽는 명선 씨의 직업은 바로 도예가. 그렇다 보니 매서운 추위도 명선 씨 앞에선 소용없다. 명선 씨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건 옆에서 묵묵히 도와주는 아내 금순 씨! 명선 씨가 열심히 도자기를 구우면 그 위에 소담스러운 그림을 그려 남편의 도자기를 완성한다.

 

추운 날씨에 자급자족하며 살아야 하는 가족들은 가을까지 열심히 수확한 수확물들을 땅속 비밀 창고에 보관한다. 강원도엔 이러한 땅속 저장문화가 오래전부터 발달해왔다. 이렇게 보관해 두었다가 꺼내 먹는 김치로 만든 김치전은 가족들의 밥상 위 단골 메뉴다. 또 한 해 농사로 얻은 무 역시 뭇국을 비롯해 고등어 조림 등 여러 요리에 활용돼 가족들의 일용할 양식이 되어 준다. 도자기 굽는 솜씨가 일품인 명선 씨는 직접 불판을 만들어 아내 금순 씨가 고추 청을 넣고 버무린 주물럭을 연탄불 위에 구워낸다. 도시에선 느껴 볼 수 없는 산골의 낭만을 즐기는 가족들! 앞으로도 이렇게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가족의 소박하고 옹골찬 밥상을 만나러 간다.

jjub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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