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광명의 현판이 흔들리면 정의는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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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광명의 현판이 흔들리면 정의는 사라진다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3.03.2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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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청천
포청천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소설 ‘칠협오의’ 의 주인공 판관 포청천(포증)은 정의로운 청백리로, 범죄 사건의 진상 규명 과정에서 범행을 저지른 높으신 분(?)들로부터 암살 위협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법집행을 엄정하게 했다. 태후와 공주가 찾아와서 호소해도, 부마 진세미에게까지 작두형을 내릴 정도였다. 그는 개봉부 청사법정에 '정대광명(正大光明)'이란 현판을 걸어 놓고 “남들 보라고 매달아 놓은 장식물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송나라의 전성기는 3대 황제 진종과 4대 황제 인종의 치세로, 두 황제의 연호를 따서 소위 '함평-경력 치세'라고도 불리는데, 포청천은 인종 때 실존 인물이었다. 인종은 포청천과 가까이서 대화할 때 그가 자신의 얼굴에 침까지 튀기어도 화를 내지 않았을 정도로 그에 대한 신망이 높았다고 한다.

포청천의 이야기는 이미 명나라 때부터 인기를 끌었던 베스트셀러였다. 주로 경극으로 만들어졌으며, 대갓집이나 시장 바닥에서 공연되면서 사랑을 받았다. 1974년 중화 텔레비전에서 처음 드라마로 방영된 후,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초 방영되어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포청천은 사회적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공정하게 판결을 내렸다. 당시 포청천 역을 맡았던 시커먼 얼굴의 배우 금초군이 벼락같은 목소리로 “억울한 백성들은 개봉부의 북을 울려라.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죄를 지었으면 예외 없이 단죄하겠다”라고 소리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는 법 앞에 만민이 평등하므로 죄를 지은 자는 그 누구도 처벌을 면치 못함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수사하는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방검사장이 살해 협박을 받고 있다. 뉴욕시 로어맨해튼에 있는 맨해튼지검 우편실로 의문의 흰색 가루가 들어있는 봉투가 배달됐는데, 그 안엔 “앨빈: 난 당신을 죽일 거야”란 협박 메시지도 들어 있었다고 한다. 트럼프는 모든 사람이 자신이 어떠한 범죄도 범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면서, 이런 거짓에 근거한 기소가 초래할 수 있는 죽음과 파괴가 미국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오히려 협박하고 있다.

‘도둑이 몽둥이 드는’ 격이다. 얼마 전 이재명 대표를 수사하는 검사들의 신상이 공개되었다. 공개된 검사들은 자연스레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자기 진영의 맘에 들지 않으면 협박하고 위협하는 일도 빈번하다. 어째 이리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만 닮아가는지 모르겠다. 정대광명의 현판이 흔들리면 세상의 정의는 사라지고 부정의가 악의 씨앗으로 되살아나게 될 것이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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