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협 “한국, 유일하게 가계빚 GDP 추월”

여야, 재정건전화 위한 ‘재정준칙’ 속히 마련을

국가 재정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나라 곳간과 가계 부채가 심상치 않은 것이다. 지난해 재정 지출이 필요한 법 등이 잇따라 통과되면서 이를 이행하기 위해선 올해부터 5년간 100조원 정도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재정 소요 법률 154건 가운데 계량화가 가능한 110건을 분석한 결과 이들 법 통과로 인해 향후 5년간 92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세 정책으로 인해 발생하는 향후 5년간 세수 감소분이 82조원, 88개 지출 법안으로 인한 지출 증가폭이 연 평균 1조 9533억으로 5년간 약 10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측됐다.

지출 증가폭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한국자산관리공사 자본금 상향 조정, 지방연구원 설립요건 완화, 투표참관인 등의 수당 인상 등 행정 분야 법안이다. 이들 법안 시행으로 5년간 연평균 5507억원 지출 증가가 예상됐다. 교육 분야에서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제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등으로 5년간 연평균 1408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러잖아도 세수 부족으로 올해 이대로라면 자칫 20조원이 ‘펑크'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는 올해 세입예산에서 국세 수입을 총 400조5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걷힌 세금(395조9000억원)보다 4조6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올해 1∼4월 국세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조여원 덜 걷힌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다보니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급증하고 있다. 2009년에 348조원이던 중앙정부 채무가 10년 만인 2019년에 699조원으로 2배가 됐다. 300조원이 증가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그러나 2022년에 1029조원이 됐으니 다시 300조원이 증가하는 데는 3년이 소요된 셈이다.

사실 우리의 국가부채는 규모와 증가폭 모두 세계적으로도 빠른 추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5년 40%를 조금 넘었던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2025년에는 64.96%로 10년 만에 24%p 넘게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설상가상 우리나라의 가계 빚은 여전히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02.2%로 가장 높다. 홍콩(95.1%), 태국(85.7%), 영국(81.6%), 미국(73.0%), 일본(65.2%), 중국(63.6%), 유로 지역(55.8%) 등이 10위 안에 들었다. 특히 한국은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 부채가 GDP를 웃돌고 있다.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22대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포퓰리즘이 고개를 들고 있다. 빚부터 내고 보자는 도덕적 해이는 재정을 크게 축낼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 정부는 이런 우려에 관리재정수지(정부 수입에서 지출·4대 보장성기금을 차감한 값) 적자 폭을 GDP의 3% 이내로 관리하는 등 내용을 담은 재정준칙 제정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여야 정쟁에 2020년 10월 이후 2년 8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경제의 먹구름은 언제 걷힐지 모른다. 어떤 유형의 부채든지 경제주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부와 국회는 가계빚 경감 대책은 물론 국가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재정준칙’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0% 이하로 유지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3% 이하로 묶어 재정건전화 마지노선을 유지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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