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 사람이 말하면 사고 싶을까?

제목 ≪왜 그 사람이 말하면 사고 싶을까?≫ 장문정 저 | 21세기북스 | 2021년 08월 10일 출간 쪽수 364  ISBN13    9788950996918 / ISBN10 895099691X

1988년부터 1989년 사이 K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6백만 달러의 사나이(The six million dollar man)'라는 제목의 미국드라마가 있다. 어린 시절 6백만 달러가 얼마나 큰 돈 인지 잘 인지하지는 못했지만 ‘드라마의 제목에서 강조할 정도면 꽤나 큰 돈 이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이처럼 거대자본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6백만 달러를 넘어 1천만 달러 1) 라는 엄청난 매출을 불과 1시간 만에 올린 쇼호스트가 있다. 1천만 달러의 사나이 장문정!

 2011년 5월 8일, CJ오쇼핑 채널에서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쇼호스트 장문정이 1시간에 125억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이 기록은 2009년 그가 세운 1시간 84억 매출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홈쇼핑 창립 이래 최대 판매 기네스 기록을 갈아치운 일대 사건이었다. - 장문정 저, ≪팔지마라 사게하라≫ 뒷날개에서 발췌

 이후에도 그는 한 번 더 자신의 매출기록을 경신했다고 한다.
 저자는 ‘상품에 혼(魂)을 불어넣는 남자’, ‘설득심리 언어의 마술사’, ‘마케팅 세일즈 언어 전문가’를 자처한다. 그는 패션, 생활, 건강식품, 요식업, 금융, 부동산, 보험 등 다양한 분야 종사자들을 컨설팅한 경험을 통해 ‘말’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우리 모두가 종사하는 분야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재화, 서비스, 아이디어 등 무언가를 팔고 있기 때문이다.

치과 역시도 서비스를 “판매”하는 3차 산업의 일종이다. 의사가 정확한 진단 내리고 그에 합당한 치료계획을 수립한 후 상담을 통해 환자 및 보호자에게 그 내용을 전달했다고 하더라도 의료소비자들의 승낙(confirmation)이 없다면 치료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치과 상담 과정에서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상담 언어가 의사의 실제 실력, 학력 및 약력, 병원의 시설보다 더욱 더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고객이 사고 싶게 만드는 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더불어 쇼호스트로서 다년간 활동하며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9가지 말의 기술을 책에 담았다고 한다. 책은 다음과 같이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타깃 언어, 고객의 니즈를 간파하라
 2장 시즌 언어, 잘 사게 되는 시간을 노려라
 3장 공간 언어, 같은 제품도 특별한 곳에서 산다
 4장 사물 언어, 눈앞에 보여야 믿는다
 5장 공포 언어, 끔찍한 진실을 알린다
 6장 저울 언어, 경쟁 대상과 비교하라
 7장 비난 언어, 모두 까기는 강력한 전략이다
 8장 선수 언어, 예측과 제압이 중요하다
 9장 통계 언어, 정확한 숫자로 승부하라

 진료, 재테크, 육아, 취미 등에 매진하며 만성 시간 적자에 시달리는 치의들을 위해 유익한 부분들을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1장 타깃 언어, 고객의 니즈를 간파하라.
저자는 ‘핀셋 전략’, ‘과녁이 좁아야 제대로 꽂힌다’, ‘타깃을 세분화하라’라는 메시지와 함께 시장세분화(segmentation), 표적시장 선정(targeting)의 유용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는 마케팅학의 석학들과 유명 마케터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STP 2) 에 포함된다.

의사 1명, 직원 4명으로 구성된 치과를 서울특별시에서 개원한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치과의 생존을 위해서는 STP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 치의들에 비해 뭐 하나라도 더 잘 하는 구석이 있어야 의료소비자들의 간택을 받을 수 있다. STP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지 않은 채 개원하며 막연히 성공하기만을 바라는 것은 망상(妄想)이다. 이는 감나무 아래에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소규모의 치과들은 최첨단 시설을 갖춘 수백평 규모의 대형 치과를 마다하고 작은 동네 치과를 기꺼이 선택할 합당한 이유를 환자들에게 제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5장 공포 언어, 끔찍한 진실을 알린다.
공포(恐怖)란 위협을 느꼈을 때 발생하는 심리적‧생리적 반응을 의미한다. 공포 소구(訴求,appeal)란 위협적인 요소를 활용하여 공포를 유발시켜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 부적 강화(negative reinforcement)가 흔히 쓰인다.

부적 강화란 공포를 유발하는 장면을 먼저 대상에게 노출한 후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앞서 보여준 장면이 실제로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 방식이다. 이러한 공포 유발 전술은 대표적인 선전(propaganda) 기법 중 하나이다. “예방이 우선, 치료는 지원(Prevention first, treatment backup)"이란 유명한 표어가 있다. 이 표어의 내용대로 환자 및 보호자에게 예방에 충실하지 않으면 우식, 치주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공익을 위한 치의의 책무이다.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는 공포 언어 사용 사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라는 팬데믹(pandemic)을 기회 삼아 치의들에게 특정 감염관리 상품 또는 서비스를 유도하는 업체 또는 유관단체의 홍보‧광고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차원에서의 강력한 제재가 요구된다. 이러한 개입을 통해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치협의 존재 목적이자 의의이다. 이 같은 활동을 위해 수많은 회원들이 피땀 흘려 번 돈 중 일부를 회비로 기꺼이 납부하는 것이다.
 
8장 선수(先手) 언어, 예측과 제압이 중요하다. “미리 말하면 설명, 나중에 말하면 변명”이라는 유명한 의료계의 격언이 있다. 발치, 임플란트, 근관치료 등을 시행하기 전에 시술 및 수술 전(前), 중(中), 후(後)에 발생 가능한 부작용들을 최대한 꼼꼼하게 설명하는 선수 언어의 활용이 필요하다.

필자는 바로 어제 아래턱 왼쪽 제3대구치를 발치하기 전에 그 앞에 위치한 아래턱 왼쪽 제2대구치가 근관치료 후 크라운이 씌워지지 않은 채 레진코어로만 마무리되어 있는 것을 보고 환자에게 “사랑니 발치 과정 중 발생하는 물리력의 영향으로 사랑니 앞에 있는 어금니의 얇은 벽이 깨질 수 있음”을 고지했다. 발치 과정 중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다. 등줄을 따라 땀이 흘렀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부작용에 대해 미리 이야기했다는 사실만큼은.

9장 통계 언어, 정확한 숫자로 승부하라. 뿌연 안경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흐릿할 수밖에 없다. 명확한 언어를 사용해야만 의료소비자들의 심금(心琴)을 울릴 수 있다. “사랑니 발치 경험 풍부”이라는 표현은 진부하고 뭉뚝하다. “사랑니 발치 연 2000건으로 포항, 경주, 영덕, 울진 지역 최다!”라는 죽파치과의 홍보 문구는 또렷하다. 이제부터 통계 언어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쇼호스트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인 저자의 언어 기술들을 치과 영역에 모두 다 적용키에는 분명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일부를 잘 취사선택하면 ‘정보 전달’과 ‘치료 동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일독(一讀)을 권한다.

많은 사람이 파는 것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판다는 말을 무슨 나쁜 말처럼 생각한다. 그 결과 그들 자신과 성공 사이에 벽을 쌓는다. 우리는 누구나 팔 것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시간이나 에너지‧아이디어‧생산품‧비전‧꿈‧서비스 등 뭔가 팔 것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자기가 파는 것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부정해 버린다.  나는 이 바보 같은 믿음이 사실상 대부분의 마케팅에서 개인적인 서비스 사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을 방해한다고 본다. 자신은 파는 것과는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고집할 때마다 성공에서 멀어지는 셈이다. – 리차드 칼슨(Richard Carson)

1)1달러 당 1250원으로 환산
2)전략적 마케팅을 위한 고려요소 세 가지를 말한다. Segmentation(시장세분화), targeting(표적시장선정), positioning(포지셔닝)의 앞 글자들을 따서 만든 용어. 포지셔닝이란 고객의 뇌리에 굳건히 자리 잡는 것, 즉 각인되는 것을 의미한다.

 

글_ 김병국
포항죽파치과원장
슬기로운 개원생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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