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시거(唯才是擧)
유재시거(唯才是擧)
  • 전형구 논설위원
  • 승인 2023.06.0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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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시거(唯才是擧) - 《『三國志』「무제기(武帝紀)」에 인용된 「구현령(九賢令)」》

오직 재능만이 추천의 기준이다

 

  유재시거(唯才是擧)는 오직 재능만이 추천의 기준이라는 뜻으로 ‘才’는 ‘人才’이고 ‘擧’는 천거(薦擧)‘를 의미하며 유재시용(唯才是用)과 같은 의미로 능력이 빼어난 사람만을 우대한다는 조조의 인재 경영 원칙이다. 천하의 인재들이 그의 휘하에 모여들어 90여 명의 개세지재(蓋世之才; 세상을 뒤덮을 만한 인재)가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다음과 같은 원칙이 때문이었다.

  『三國志』「무제기(武帝紀)」에 인용된 「구현령(九賢令)」에 나오는 글로,

  “만일 반드시 청렴한 선비가 있어야만 기용할 수 있다면, 제나라 환공은 어떻게 천하를 제패할 수 있었겠는가! 지금 천하에 남루한 옷을 걸치고 진정한 학식이 있는데도 여상처럼 위수의 물가에서 낚시질이나 일삼는 자가 어찌 없겠는가? 또한 형수와 사통하고 뇌물을 받았다는 누명을 쓰는 바람에 위무지의 추천을 받지 못한 진평과 같은 자가 어찌 없겠는가? 여러분은 나를 도와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추천하라. 오직 재능만이 추천의 기준이다. 나는 재능 있는 사람을 기용할 것이다.”

  여기서 거론된 환공이나 진평은 빼어난 능력 때문에 중용되어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주군을 도와 큰일을 이루었으니, 조조가 내세운 원칙은 주위의 평판이나 도덕성보다는 재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승자와 패자, 아니 국가의 존망이 좌우되는 당시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냉혹한 승부사로서 죽기 바로 직전까지 전장을 누볐던 조조 환관 출신의 비주류였던 그가 북방의 권문세족 원소를 이겨 자신의 시대를 열고, 아들 조비를 통해 위나라 창업을 이루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능력과 효율 중심의 인재관을 견지했기 때문이었다.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반대파들을 무리하게 제거하고 후계자 문제로 대립했던 순욱(荀彧)을 제거한 것 등은 그의 인재관의 옥에 티로 볼 수 있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