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17] 어떤 모임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17] 어떤 모임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3.28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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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지난주에는 오랜만에 콧바람을 쐬고 왔다. 그것도 멀리 전라북도 무주에 다녀왔다. 내가 속해 있는 대한웰다잉협회와 대한노인회에서 MOU를 맺고 전국에 있는 노인대학에서 강의할 강사들을 대상으로 1박 2일 과정의 연수 교육이 있었다. 

대한노인회에서 노인 대상 강의 과목으로 ‘인문학’ ‘자기 이해’ 그리고 ‘디지털 문해’로 정하고 자체적으로 교재를 개발하여 통일된 교육을 하기 위해 교재 소개를 할 목적으로 진행된 연수였다.

전국적으로 대한웰다잉협회에 소속된 강사 중 120여 명이 참가했다. 서울에서부터 최남단인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에 흩어져 있던 회원들을 만날 기회이기도 했다.

무주에 있는 대한노인회 산하 자체 연수원은 덕유산 줄기에 자리 잡고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스키 샵과 리조트들과 어울려 있지만, 지금은 제철이 지나 대부분 문을 닫고 있어서 다소 썰렁한 느낌이 들었다. 

연수원에서는 주로 전국에 있는 노인대학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하고 있어서 참석자들이 대부분 어르신이기 때문에 주로 버스를 대절해서 온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연수원으로 안내하는 표지판이 리조트 안내 표지판 아래 작게 적혀 있을 뿐이고 친절하게 이어지지 못해서 차를 갖고 찾아가는 데 애를 먹었다. 내비게이션도 도착 지점 부근에서 끊기는 바람에 주변을 몇 바퀴 돈 후에야 겨우 연수원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참여자 대부분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개인 차로 오기 때문에 모두 연수원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연수원 규모에 비해 주차장이 넓지 않아서 주차할 곳을 찾아 먼 곳에 대고 와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지만, 연수원 시설은 깔끔했고 식사도 정갈했다. 

내가 속해 있는 아산 지회에서는 세 사람이 참석했다. 지회 모임에 활동적이지 않기 때문에 안면이 없어 같이 갈 생각을 못하고 차를 몰고 가야 할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천안 지회에 속한 지인이 같이 가자고 연락이 와서 고마운 마음으로 동승했다. 숙소도 천안 지회 소속 강사들과 함께하는 바람에 1박을 하는 동안 서로 친해질 기회가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직접 만나는 기회를 오래 갖지 않다 보니 부작용 중의 하나로 대면 모임에 대한 불편함과 어색함이 생겼다. 강의는 내가 주체가 되어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과의 접촉에 있어 어색함이 덜 하지만, 생면부지 사람들과의 모임은 수동적으로 임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뜻 나서는 게 낯설어졌다.

그래서 사실 이번 연수 모임에 초대받고 망설임이 있었다. 그렇지만 협회장의 적극적인 권유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어느새 곁에 와 있는 봄기운에 마음이 동해 콧바람을 쐬려는 욕구가 나를 등 떠밀어 참여하게 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연수 일정 내내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날씨가 흐린 탓에 제대로 봄을 맛볼 수가 없었는데, 특히 무주까지 내려가서 무주구천동 계곡의 봄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오고 가는 도롯가에 일찍 핀 몇 그루의 벚꽃 나무를 차창으로 내다보는 것으로 대신해야 하는 아쉬움이 컸다.

나와 대한웰다잉협회와의 인연은 거의 7년 가까이 되는 듯하다. 한국에 돌아와 강의하는 일에 흥미를 갖게 되어 생애설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생애 설계에 관한 강의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웰다잉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되었다.

웰다잉 분야에 관해 더 알아보기 위해 협회에서 진행한 웰다잉 교육을 이수하고 전문 강사 자격까지 취득한 후 협회 요청으로 웰다잉 교육 기본 과정 및 심화 과정 강사로 관여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대한웰다잉협회 조직이 방대해지면서 협회에서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협회 일에 관여하지 못하면서 좀 소원해졌는데, 이번 연수 모임으로 다시 연을 잇게 되었다.

연수 프로그램은 생각했던 것보다 일반적인 내용들이 많아서 큰 만족도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하룻밤을 자며 시간을 보내고 깔끔하게 차려진 네 끼의 식사를 함께하면서 서로를 알 수 있었던 나름대로 가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웰다잉 협회에 소속되어 있고 웰다잉 강사라는 공통 분모가 있어서인지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도 왠지 친근감이 들고 마주 지나칠 때 눈인사를 나누는 한국에서는 흔치않는 경험도 했다.  

뉴질랜드라는 낯선 땅에서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을 견디고 살 수 있게 해준 여러 요인 중에 낯선 이를 봐도 미소 지으며 눈인사해주는 이웃들의 배려가 있었다. 그런 몸에 밴 따뜻함과 마음 나눔이 나를 안심시켜주고 친근감을 갖게 해주면서 낯선 이방인이라 생각했던 나도 이웃이라는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런 따뜻한 마음을 웰다잉 모임에서 다시 느낄 수 있음이 고마웠다. ‘웰다잉’(Well dying)이란 말 그대로 번역하면 ‘잘 죽자’는 말이듯이 우리의 마지막 마무리를 잘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오늘을 잘 살기 위해서는 만나는 사람과 어떠한 관계와 교류를 맺는가도 중요한데, 이번 연수 모임에서 많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오늘을 잘 산 거 같아 비록 날씨는 찌부드드하고 흐렸지만, 마음만은 밝은 미소를 짓게 해준 행복한 일정이었다.

한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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