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제주도는 실효성 있는 습지보전 정책을 실시하라
[전문]제주도는 실효성 있는 습지보전 정책을 실시하라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02.01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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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자연의벗 공동대표 상명
내륙습지 사진 : 2022년, 제주자연의벗이 진행한 습지 교육(윤내미물에서 습지 교육을 받고 있는 구엄초등학교 학생들)

“도내 습지에 대한 보전지역 확대,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내륙습지에 대한 실질적인 보전방안을 수립하라”
“연안습지와 해안사구에 대한 보전방안 수립, 토건중심의 하천정비를 중단하라”
“미래 세대에 대한 습지 생태교육을 확대하라”  

내일(2/2)은 세계 습지의 날(World Wetlands Day)이다. 1971년 2월 2일, 이란 람사르 협약이 맺어진 것을 기념하여 제정된 세계 기념일로서 습지의 보존 및 가치를 널리 퍼뜨리기 위한 목적이 있다. 

그만큼 습지는 생물다양성의 가장 중요한 지대로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제주도는 국내에서도 가장 습지가 다양하고 풍부한 곳이다. 화산섬이기 때문에 한반도의 습지와는 전혀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내륙습지의 경우 용암바위 위에 만들어진 습지가 많아 한반도에 있는 습지와는 전혀 다른 지질적,생태적,경관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연안습지의 경우에도 용암이 흘러 만들어진 지질적 특징을 갖고 있어 한반도의 어느 해안에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경관을 자아낸다. 게다가 암반해안, 모래해안, 갯벌 등 다양하게 어우러져 있어 제주 관광의 핵심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주도 습지 보전의 현실은 어둡다. 

전국에서 가장 람사르 습지가 많은 곳이 제주도(물영아리, 물장오리, 1100습지, 숨은물벵듸, 동백동산 습지 총 5곳)이지만 그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미하기 짝이 없다.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습지 면적은 매우 협소할뿐더러 완충지대가 보호구역으로 설정되지 않아 습지의 지속가능성을 늘 위협하고 있다.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곳들도 대부분 람사르 습지 보호지역 지정 이전부터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들로서 람사르 습지 지정이 큰 실효성이 없어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내륙습지들은 아예 보전의 울타리가 쳐져있지 않다. 보호지역으로 지정되거나 한라산국립공원, 오름 등에 있는 습지를 제외하고 도내 수많은 내륙습지는 언제든 개발사업과 파괴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더욱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내륙습지들도 있다. 도외 지역의 하천과는 전혀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 제주의 하천도 독특한 가치를 지닌 내륙습지이지만 오히려 행정당국이 나서서 하천정비라는 명분으로 상당부분 파괴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륙습지만이 아니라 연안 습지도 보전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 254km의 조간대는 모두 연안습지에 해당한다. 조간대의 경우 공유수면에 포함되어 개발이 쉽지는 않지만, 오히려 해안도로 개설, 항포구 개설 등 행정당국에 의해서 계속 파괴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습지보전법상, 연안습지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사실상 연안습지라고 할 수 있는 해안사구는 전국에서 가장 훼손률이 높을 정도로 많이 파괴되었다. 특히 해안사구는 블루카본의 핵심인 염생식물이 분포하는 지대로서 기후위기 시대에 보호해야 할 중요한 지역이다. 하지만 해안사구뿐 아니라 도내 연안습지 중 보호지역으로 지정된곳은 한곳도 없다.

습지보전법에 따라 자치단체장은 습지보호 지역 지정을 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제주도지사에 의해 습지보호 지역으로 지정된곳은 한 곳도 없다. 2017년에 제주도 습지 보전 조례가 제정되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은 뭇생물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습지는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지켜져야 한다.

제주도 당국은 이제부터라도 습지 보전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내륙습지와 연안습지에 대한 보전지역 확대,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내륙습지에 대한 실질적인 보전방안 수립, 해안사구에 대한 보전방안 수립, 토건중심의 하천정비 중단 등 습지에 대한 보전정책을 실효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미래세대에 대한 습지 교육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습지의 가치를 인식한 미래세대는 현재 세대처럼 습지를 무지막지하게 파괴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계리 하모리층과 연안습지
사계리 하모리층과 연안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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