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화상을 통해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비즈니스 포럼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화상을 통해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비즈니스 포럼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로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지만 러시아의 브릭스 대상 무역 총액은 지난 3월까지 38% 증가했다"라고 전했다. (출처: 뉴시스)

신냉전 대결 구도 경계

러-우크라 담판은 지지

‘러 제재반대’엔 불일치

[천지일보=강수경‧정승자 기자] 서방 강대국에 대응하는 러시아‧중국 중심의 신흥경제 대국들의 협의체인 ‘브릭스’가 몸집을 늘린다. 신냉전 대결 구도가 형성될 것이란 우려를 의식한 듯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반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대신 회원국을 늘리려 ‘다자주의’ 포석을 깔았다.

2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국가 정상들은 이번 ‘베이징 선언’에서 회원 확대를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화상 방식으로 진행됐다.

브릭스는 2001년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조어에서 출발했다. 2009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첫 정상회의를 개최했고,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공식 합류해 지금의 5개국 체제가 됐다. 브릭스 5개국은 전 세계 인구의 41%, 경제성장의 43%, 생산의 33%, 무역의 18%를 차지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키우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와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에 이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을 통해 압박을 강화하자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려는 브릭스 플러스를 추진하고 있다.

브릭스는 회원국인 러시아가 당사국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미국 등 서방이 가하는 러시아 경제 제재에 대해 직접적인 목소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그간 반대 입장을 표면화했지만 다른 회원국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도 정상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담판을 지지하며 인도적 지원을 강조했지만, 선언문에 러시아 제재 반대에 대한 문구를 명시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과 각을 세우는 러시아·중국의 입장이 전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여러 해석이 나온다.

실제 브릭스는 이번 선언에서 “우리는 다자주의의 약속을 거듭 천명하고 국제법을 지키며 국제체계에서 유엔의 핵심 역할을 수호할 것”이라며 “이 체계에서 각 주권 국가가 협력해 평화와 안보를 지키고 민주·인권·자유를 촉진하며 상호존중·정의·평등의 정신을 바탕으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글로벌 거버넌스의 포용성·대표성·참여성을 확대해 아프리카 국가 등 개발도상국이 세계 정책 결정 과정에 더 의미 있게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며 “다자간 조직은 국제법 준칙·상호존중·공평정의·협력상생·현실적인 국제관계에 기반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서방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는 국가들을 염두에 둔 듯 “우리는 세계무역기구를 대표하는 개방·투명·포용과 규칙을 기반으로 하는 다자간 무역체계를 지지한다”며 “세계무역기구의 모든 구성원에 일방주의와 보호주의 조처를 하지 말 것을 호소한다”고 했다.

브릭스는 다자·양자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 방안 지지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문제, 아프가니스탄 문제, 이란 핵 문제 등과 관련해 대화와 협상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언급했다.

특히 협상을 통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는 내용을 명시했다. 선언에서 정상들은 “우린 다자·양자 담판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관련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전면적·평화적·외교적·정치적 해결 방안을 다시 한 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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