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신뢰의 대명사 아닌 시대…교회가 잘못하기 때문"
"사랑·희생은 경제적 손실 전제로…세금 적게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지금은 교회에 다닌다는 것이 신뢰의 대명사가 아닙니다. 교회가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만난 최호윤(58)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은 "제가 어린 시절에는 교회에 다닌다고 하면 사람들이 믿어줬다. 일반인보다 더욱 신뢰하고 어딘가 좋게 보는 분위기였다"면서 교회가 좀처럼 신뢰를 얻지 못하는 요즘 상황을 이렇게 꼬집었다.

최호윤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 코닷-연합 제휴 재사용 금지.
최호윤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 코닷-연합 제휴 재사용 금지.

최 실행위원장은 한국 교회가 재정을 건강하게 운영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2005년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을 설립해 20년 가까이 교회 재정의 투명성 확보와 신뢰 회복을 위해 활동 중이다.

그는 현직 공인회계사로서 비영리법인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계법인 대표를 맡고 있으며 전문 지식을 활용해 교회 재정 실무자 등을 상대로 바람직한 재정 운용의 방식에 관해 무료 세미나 등을 개최하고 있다.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교회의 본질에 맞는 방식으로 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활동이다.

최 실행위원장은 "더하기 빼기를 잘하는 것, 기술적으로 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더 (교회의) 본질에 맞게 관리하는 것인가 하는 점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잘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지금 교회의 재정은 성경의 원칙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면서 "성경을 토대로 교회 재정의 건강성을 판단하고 원칙에서 어긋났을 때는 고치자고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 실행위원장은 서울의 한 교회가 정관에 '인사와 재정을 당회의 결정에 따라 당회장에게 위임하고 그 집행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기술한 것을 예로 들면서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교회라는 것은 구성원이 모인 집합적인 공동체다. (교회) 재정이라는 것 자체는 하나님이 교회에 주신 것을 교회에서 구성원이 나눠서 (관리) 하는 것"이라면서 성경의 관점에서 보면 용납할 수 없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최 실행위원장은 헌금(기부금)을 토대로 마련된 교회의 자금 운용 내역을 공개하도록 요구할 성경 차원의 근거에 관해 "성도들이 하나님에게 헌금한 것이고 하나님은 그 헌금을 관리하고 사용하도록 교회에 위임한 것"이라면서 하나님이 맡긴 헌금이 잘 사용되는지 관리할 책임은 교회 구성원 모두에게 다 있다고 강조했다.

기독교 신자인 최 실행위원장은 자신의 활동이 "교회 내부인으로서 운동"이라면서 개신교계가 잘못된 점을 "스스로 고치고 자정하는 과정"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교회 재정 공개 방식에 관해 "투명하다고 하려면 '알려줬다' 정도가 아니라 원하는 사람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정보에 아무 제약 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에 비춰보면 현재 상황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고 진단하고서 교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2018년에 시작해 올해로 5년째를 맞이한 종교인 과세에 관해 "제도 자체로는 정착 단계"라면서도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신고할 수도 있고 근로소득으로 신고할 수 있게 선택지를 주는 것 자체가 "세법 체계에서는 말이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타소득으로 신고하는 경우 필요 경비를 2천만원 이하 구간에서 최대 80%까지 인정받을 수 있다.

2천만원 초과 4천만원 이하 구간은 50%, 4천만원 초과 6천만원 이하는 30%, 6천만원 초과 구간은 20%까지 각각 인정받는다.

하지만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는 경우 일반적인 봉급 생활자가 연말정산을 할 때처럼 개인의 상황에 따라 개별 공제 항목이 적용된다.

최 실행위원장은 기타소득으로 신고하면 필요경비를 많이 인정받을 가능성이 커지므로 근로소득보다 할 때보다 세금이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하고서 "경제적으로 보면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이 유리하지만 교회, 목회자, 종교인이 경제적인 것만으로 사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사랑과 희생은 경제적으로 본인의 손실을 전제할 때 나온다.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낸 세금으로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관점을 취하는 것이 성경의 정신"이라고 덧붙였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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