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라젠 주주연합 "거래 재개로 얼어붙은 바이오 투심 녹이길"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거래정지 중인 신라젠의 개선기간이 지난 18일 종료되면서 다시 상장폐지 심사대에 오른다. 이번 상폐 여부에 16만 5680여 명 소액주주들(2020년 말 기준)의 관심이 쏠린다. 보통주식 기준 보유 주식 수는 6632만 8111주이며 지분율은 92.61%다. 투자업계는 신라젠의 신약 파이프라인 확충 여부가 코스닥 시장위 심사에서 거래 재개 여부의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 거래소 "신라젠 개선기간 종료"…10월 상폐 여부 결정
- 개선계획 이행 평가…신약 파이프라인 확충 여부 변수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18일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신라젠에 대해 부여한 개선 기간 6개월이 종료됐다고 공시했다. 그러면서 “신라젠이 지난 2월에 제출한 개선계획과 시장위원회에 제시한 사항을 모두 이행했는지를 점검하는 등, 상장 적격성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라젠은 개선기간 종료일부터 15영업일 이내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해야 한다. 거래소는 해당 제출일부터 20영업일 이내에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개최해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를 의결하게 된다. 신라젠 상장폐지 여부는 오는 10월께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 등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2020년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한국거래소는 같은 해 말 기업심사위원회를 통해 신라젠에 개선기간 1년을 부여했다. 이 개선기간이 종료되자 한국 거래소는 올해 초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시장위는 신라젠에 또다시 6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거래소는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 및 영업 지속성 ▲연구개발(R&D) 분야 임상 책임 임원 채용 ▲비 R&D 분야 투명경영·기술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심사대 올라탄 신라젠,,,그동 어떤 변화 모색했나

신라젠은 거래소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 6개월간 기업 체질 개선 등을 부단히 노력했다. 지난 4일 제17기 임시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통해 경영진 구성도 새로이 했다. 이날 신라젠은 김재경 대표를 신임 대표로 맞이했다. 김 대표는 신라젠은 제17기 임시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고 김재경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4일 밝혔다.

신임 김 대표는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로 재직했으며, 유전자·분자진단검사 업체 랩지노믹스 창립 멤버로,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다.
김 신임 대표는 “중요한 시기에 신라젠 대표를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거래 정상화는 물론 경영 투명성 강화, 주주 가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내 경영진도 개편했다. 신라젠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법무법인 광장 소속 장용재 변호사(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전문위원)와 서울시립대학교 재무금융과 정병욱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장 변호사는 호주와 영국에서 변호사 시험을 통과한 국제법 전문가로, 홍콩에서 국제금융 분야 경험을 쌓았다. 신라젠 법률자문 및 내부통제 강화에 힘쓸 계획이다. 정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재무금융 부교수를 지냈고,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재무금융 전공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신라젠은 상근감사로 이영우 전 국민연금공단 감사도 선임했다. 신규 사이외사와 상근감사는 상장사협의회 또는 코스닥위원회에서 추천받은 외부인사다.

신라젠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출신 인사들로 사내이사를 구성하고, 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해 외부 사외이사들로 경영진을 재편했다”며 “연구개발 기업으로서 거래재개뿐만 아니라 그 이후까지 고려한 경영진 개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약 파이프라인 확충은 아직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오는 9월까지 파이프라인 도입을 완료할 계획이라는 게 신라젠 측 입장이다.

현재 신라젠은 고형암 치료 후보물질 'JX-970'와  신규 항암 바이러스 플랫폼 'SJ-600' 등 두 종류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전임 상 단계인 만큼 외부 파이프라인 도입이 시급한 상태다. 현재 신라젠의 주력 파이프라인은 면역 항암제 '펙사벡'이지만 이 역시도 다양한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주주들은 회사 측의 경영 개선 노력에 여느 때보다 높은 기대감을 드러내며 거래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신라젠 주주연합은 "코스닥시장위원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며 "거래소가 요구한 사항 중 아직 완료되지 않은 마지막 핵심 과제인 신규 파이프라인 도입은 9월 말까지 도입하기로 거래소와 협의를 거쳤다고 하니 개선계획 이행내역서에 담길 모든 과제는 차질 없이 완료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엠투엔을 최대주주로 맞이하면서 고질적인 자금 부족에서 탈피하는 등 신라젠의 펀더멘털은 강화됐다”며 “신라젠이 부활함으로써 신라젠 사태로 시작된 바이오 시장의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녹이고 바이오 업계 전체가 다시 한 번 투자 대상이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만일 거래소가 이번 심사에서 다시 한번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면 회사는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최종심에 해당하는 코스닥시장위가 재차 열린다. 

- 3~5년 선고된 DB금투 임원들 항소

한편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가장납입을 설계한 혐의로 DB금융투자 전·현직 임원들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 불복해 항소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손 모 전 부사장과 이 모 상무보, DB금투 법인 등은 징역 3~5년을 선고한 1심에 불복해 지난 12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4부(김동현 부장판사)에 항소장을 냈다.

검찰도 16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문은상 전 대표 등 신라젠 경영진과 공모해 BW 가장납입을 주도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로 불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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