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575호]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은행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함으로써 저당권을 포기하면 물상보증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17다261882 판결]

 

甲과 乙은 2010. 11. 17. A토지를 지분 1/2씩 해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乙이 B은행으로부터 1.4억 원을 대출받으면서 A토지에 관해 근저당권자를 B은행, 채무자를 乙, 채권최고액을 1.68억 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B은행은 2014. 11. 12. C은행에 乙에 대한 원금 1.4억 원의 대출금채권과 A토지에 관한 근저당권을 양도한 후 채권양도의 통지를 했고, C은행은 2014. 11. 20. 근저당권설정등기에 관한 이전의 부기등기를 마쳤다.

C은행은 법원에 A토지 중 甲지분에 관한 임의경매를 신청해 2015. 1. 6. 임의경매개시결정을 받았고, 경매절차에서 경매매수인이 A토지 중 甲지분을 매수해 2015. 12. 2. 매각대금 1.4억 원을 완납하고 같은 날 A토지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한편 소외인은 2015. 12. 2. 乙로부터 A토지 중 乙의 지분에 관해 2015. 10. 14.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같은 날 A토지에 관해 다른 금융기업에 자신을 채무자로 하고, 채권최고액을 2.21억 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C은행은 2015. 12. 2. A토지 중 乙의 지분에 관한 근저당권설정등기에 관해 해지를 원인으로 하는 말소등기를 마쳐줬다. 경매법원은 해당 사건 경매절차에서 2015. 12. 24. 1순위 근저당권자인 C은행에게 그 신고채권액인 8400만 원을 배당하는 것으로 배당표를 작성했다.

이 사건에 관한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이렇게 적시했다. “채무자인 乙과 물상보증인인 甲이 각 1/2 지분씩 소유하는 A토지에 공동저당권을 보유하던 채권자인 C은행이 그중 물상보증인인 甲지분에 관해서만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를 신청해 개시된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甲지분이 매각되어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완납했다.

이로써 甲은 이 사건 토지 지분의 소유권을 상실했고 매각대금의 배당절차만이 남게 됐는데, C은행은 1순위 저당권자로서 신고한 채권 전액을 배당받을 것이 예정돼 있었다. 위 배당절차에서 채권자인 C은행에게 배당이 이루어지면 민법 제481조, 제482조의 규정에 따라 이 사건 토지 중 채무자인 乙지분에 관한 C은행 명의의 근저당권에 대해 甲의 변제자대위가 당연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 C은행은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해 주었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물상보증인인 甲의 지분에 관해 담보권이 실행될 가능성이 단순히 예상되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현실화됨으로써 甲은 배당절차를 통해 변제가 이루어졌을 때에 준하는 변제자대위에 관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됐고, 채권자인 C은행은 甲에 대해 자신의 담보권을 성실하게 보존·행사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은행이 곧 변제자대위의 대상이 될 채무자에 대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해 줌으로써 저당권을 포기한 행위는 변제자대위에 의해 취득한 권리의 침해에 준하는 물상보증인의 변제자대위에 대한 정당한 기대를 침해하는 행위로서 민법 제750조에 정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러한 불법행위의 성립은 甲이 C은행에 대한 배당에 관하여 배당이의를 통해 민법 제485조에 따른 면책을 주장하지 않았다거나, 민법 제485조에 따른 면책을 전제로 C은행에 대해 면책되는 금액 상당의 배당금에 관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

민법 제485조는 “제481조의 규정에 의하여 대위할 자가 있는 경우에 채권자의 고의나 과실로 담보가 상실되거나 감소된 때에는 대위할 자는 그 상실 또는 감소로 인하여 상환을 받을 수 없는 한도에서 그 책임을 면한다.”라고 정한다. 이는 보증인 등 법정대위를 할 자가 있는 경우에 채권자에게 담보보존의무를 부담시킴으로써 대위할 자의 구상권과 대위에 대한 기대권을 보호하려는 것이다(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3다91788 판결, 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5다65042 판결 등 참조).

법정대위를 할 자는 채권자가 고의나 과실로 담보를 상실하게 하거나 감소하게 한 때에는 원칙적으로 민법 제485조에 따라 면책을 주장할 수 있을 뿐이지만(대법원 2000. 1. 21. 선고 97다1013 판결,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다106218 판결 등 참조), 채권자가 제3자에 대하여 자신의 담보권을 성실하게 보존·행사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채권자의 담보권의 포기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01. 12. 24. 선고 2001다42677 판결 참조).

[참조조문] 민법 제481조, 제482조, 제485조, 제75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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