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석<콩트인고야?>-쉰세대

4/01 쉰세대

최병석 | 기사입력 2023/04/01 [01:01]

최병석<콩트인고야?>-쉰세대

4/01 쉰세대

최병석 | 입력 : 2023/04/01 [01:01]

칠용씨는 요즘 7살의 나이를 감당하느라 정신이 없다.

미운 일곱살을 키워내는 중이냐고?

아니다.그건 아니다.

칠용씨 본인이 바로 7살을 갓 넘기는 중이다.

요즘은 100세시대라고 하니까 인생을 반으로 나누면

전반기와 하반기로 나누고 그 반이 딱 쉬흔살이니까

쉬흔하고도 일곱인 칠용씨는 이제 막 7살인 셈 인거다.

사실 쉬흔 일곱이면 이제 막 꼰대자리에서 벗어나 파리 목숨으로 자리보전을 위해 동분서주

해야 할 그런 나이가 된 게 맞는 이야기이다.

칠용씨가 한창 팔팔할 때부터 직장에 발을 들여놓고

직장생활의 꽃이라는 <이사>자리까지 앉게 된 건 순전히 거저 얼렁뚱땅 이뤄진 건 아니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던 미생으로 출발하여 그야말로 온갖 우여곡절끝에 지금의 이사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덜컥 이사가 되고보니 이제 곧 직장인이라는 겉옷을

벗어 버릴 때가 코 앞이 되었다.

칠용씨는 우울했다.

여태껏 앞만 보며 달려 왔는데 종착역이 저 눈 앞에 보이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의기양양해서 부하직원들에게 이런 저런 참견으로 꼰대 역할을 충실히 해

오던 터라 요 며칠 상관에 벌어진 일들은 칠용씨의 기분을 꿀꿀하게 만들고야 말았다.

칠용씨는 결심했다.

'어차피 보이는 종착역을 외면만 할 것이 아니라 일단 내리고 나서 다른 기차로 갈아 타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나서 인생을 되돌아 보니 이제부터 후반기의 시작인 셈이 아니던가?

칠용씨가 젊어졌다.

그것도 왕창 젊어졓다.아니 급박하게 어려졌다고 보는게 맞는 말이다.

칠용씨는 우선 외모부터 바꾸기로 했다.

틀에 박힌 정장만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청바지에 밝은 티셔츠를 가벼운 쟈켓으로 감싸주는 게 일반이다.

부장시절 절대적으로 고집 하였던 시커먼 정장 차림에서 벗어나니 고삐 풀린 망아지로 빙의했다.

주변의 찬사도 따랐다.슬금슬금 아래 직원들도 복장의 변화가 느껴지는 중이다.

칠용씨가 유연해졌다.

이제 타고 다니던 승용차도 업무를 위해 사용할 뿐 출퇴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쭉 승용차로 발을 대신하다보니 정작 칠용씨의 발이 굳어졌다.기껏해야 하루에 천걸음

걷는것도 모자랄 판이었는데 요즘엔 만보가 일상이다.

게다가 요즘엔 기름값도 장난 아니게 비싸졌다.

칠용씨는 날마다 다.

버스와 전철과 걷는것이 일상화 되었다.

칠용씨가 대중교통을 매정하게 되고나서는 출퇴근시간이 유용해졌다.

최소한 버스나 전철을 타고 있을때 만큼은 귀와 눈이 제 할바를 못하고 어정쩡하게 허공에  떠

있는 일이 잦았다.

자연히 귀와 눈에게 할 일을 찾아주게 되었다.

이 참에 칠용씨는 그동안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잠자는 데이타를 수렁에서 끄집어 내었다.

노래며 드라마나 영화까지 출퇴근 시간이 즐거워졌다.

이어폰으로 느끼는 데이타는 무궁 무진했다.

더군다나 눈으로 볼수있는 너튜브나 넷플릭스 속의 정보는

칠용씨의 나이를 칠배나 젊어지게 해주었다.

요즘 트렌드를 알게 되는 묘한 쾌감  같은것이 있었다.

후반기의 일곱살이 되어서야 알게 된 최근의 생각들...

어느정도 그 추세에 맞춰 칠용씨도 움직이고 있는지 궁금했다.

요즘 출퇴근을 하며 칠용씨는 바쁘다.

스맛폰속의 데이타를 끄집어 내랴  끄집어 낸것을 머릿속에 저장하랴 주변의 요즘것들이

어떻게 차려입고 다니는지 살피랴 엄청 분주하다.

확실히 요즘 애들은 다르다.

주변의 눈치를 의식하지 않는다.

옷도 가방도 머리 스타일도 제 각각이다.

그리고 눈에 띄는 특출난 곳엔 어김없이 타투다.

칠용씨가 마음을 바꾸었다.

머리색도 노랗게 해봤다.

눈썹까지 노랗게 물을 들이니 완전 새사람이 되었다.

머리색뿐 아니라 스타일도 변발로 바꿨다.

완죤 오랑캐족이 되었다.

다음 날 사장실로 불려갔다.한바탕 혼구멍이 났다.

뻥뚫린 가슴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다시 미용실에 왔다.눈물을 머금고 검정색으로 되돌렸다.

돌아오는길에 유선 이어폰을 무선 이어폰으로 바꿨다.

치렁치렁한 유선줄에서 후반기 일곱살을 살아내기 위한 생명줄이나 태반줄을 느꼈다.

과감히 없애버리기로 한거다.

최소한 칠용씨의 생각에서 칠용씨의 자유함을 옭아매던 줄을 끊어내 버릴수 있었다.

칠용씨는 이제 더이상 쉰세대가 아니었다.

신세대 그까잇꺼 아무것도 아니다.

집앞이다.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왼쪽귀에서 끈이 없는 자유가 하나 떨어져 나갔다.

통통거리던 그 자유가 하필 열린 문사이의 벌어진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 가더니 몸을 숨겼다.

"허거덩!"

칠용씨의 자유함이 끝났다.

아직 끈이 필요하다. ㅠㅠ

 

▲ 끈이 필요해요 ㅎㅎ  © 최병석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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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꼰대 23/04/02 [07:20] 수정 삭제  
  가가창게아이구,코가맥히고,거시기가차라! 이시상츤지?워디어레베타의틈사이에,고런 거시기줄이끼들어간단말여라? 손으루밀어짚어쑤시쳐느두,안드갈틴디라!앙글쏘까? 글고,상기글중에,요 "왕창 젊어졓다"..으 졓다?요거이는,또? 휴~~아주 ㄸ ㅔㅇ 차네라,니?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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