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방주’와 같은 최종적인 선택지, 한국
보건의료는 한국과 몽골, 두 나라의 협력이 필요한 분야
국경과 이익을 넘는 초월적 협력의 장을 만들기를 기대

 

몽골에 거주하는 동안 몽골 언론인들과 종종 복드칸 산 겨울등반을 하였다. 등반하는 동안 언론인과의 대화거리는 자연스럽게 건강과 매연으로 옮겨갔다. 복드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울란바토르는 마치 거대한 우주선과 같은 검은 구름 띠에 둘러싸인 듯하다. 

한국은 지금 ‘초저출산 현상’ 때문에 인구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 일견 몽골도 한국과 큰 차이가 없지 않나 싶다. 출산율만을 본다면, 2018년 기준으로 몽골은 약2.9로, 몽골이 한국(2021년 약 0.84) 보다 훨씬 높지만, 저출산의 심화로 위협받는 한국의 미래, 반면 출산율은 높지만 갓 탄생한 새 생명을 위협하는 몽골의 심각한 대기오염의 상황!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에 대한 위협이라는 측면에서는 두 나라의 상황이 비슷하지 않을까.

영아기에 두뇌 발달은 매우 중요하다. 자극에 대한 본능과 반사능력을 체득하고, 시각·지적 등 감각기관의 발달이 이 시기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와같이 신체의 발달에 중요한 시기에 몽골의 신생아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짙푸른 매연을 호흡하며 위험에 노출되어 고통받는 현실은 참으로 슬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나마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가정에서 태어난 아기들은 한국이나, 태국, 싱가폴로, 터키 등으로 피신하여 겨울을 보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모두가 몽골인의 보건의료와 밀접하게 관련 있다. 팬더믹(Pandemic) 이전인 2019년, 한국관광공사의 국가별 1인당 관광비용 통계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방한 외국인 중에서 1인당 평균 관광비용이 가장 많은 나라가 몽골이었다. 몽골인 1인당 비용은 중국의 1천 87달러, 중동국가의 1천 777달러보다도 200~300달러가 더 많았다. 

몽골인이 한 해 동안 한국에서 지출한 의료비용은 몽골인들이 한국에서 지출한 총관광 비용의 약 11퍼센트로서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높았다. 이는 풍토병, 성인병을 앓는 몽골 사람들이 유독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몽골인들은 치료를 위해 중국, 태국, 독일 등도 고려하지만 가장 선호하는 나라는 바로 한국이다. 

그래서 한국은 몽골인들에게 ‘구원의 방주’와 같은 최종적인 선택지이기도 하다. 몽골 여행을 하다보면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는 몽골인을 종종 만나곤 하는데, 이들은 "나의 몸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우스갯말을 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수술 치료를 받느라고 병원에서 수혈을 받은 사람들이다. 반드시 중대질병이 아니더라도 한국은 다양한 질병 치료를 위해 몽골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나라이다.

영사로 근무하는 동안 몽골 정관계 인사들과 의료정책에 관하여 의견을 나눌 때마다 한국병원 설립과 의료전문가의 몽골 입국문호를 완화해 줄 것을 지속해서 요구하였다. 몽골정부가 외국인 의료전문가(의사)의 노동허가 요건인 “몽골 국민의 의무 고용쿼터”를 전향적으로 낮춘다면 몽골의 일반 대중들이 누릴 수 있는 의료적인 혜택은 훨씬 커지고, 보건안전이 든든해져 사회안전망이 구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응급환자들이 생명의 골든타임내에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몽골 측 입장에서는 진료를 위해 한국 등 해외로 나감으로써 유출되는 달러를 차단할 수 있는 것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기도 하다. 어찌 이뿐인가. 한국의 의료전문가가 유입되면 첨단 의료장비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의술도 자연스럽게 전수받을 수 있다. 의료 시장 개방으로 인한 몽골 국민의 일자리 침해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겨울철 복그드 산에서 내려본 울란바토르 시내 전경. 검은 매연띠가 마치 구름처럼 도시심을 덮고 있다.
겨울철 복그드 산에서 내려본 울란바토르 시내 전경. 검은 매연띠가 마치 구름처럼 도시심을 덮고 있다.

 

몽골 정부도 매연을 낮추기 위해 관심을 갖고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울란바토르시의 인구분산, 인구의 집중도 완화와 유입차단, 주택보급정책, 난방 연료개선, 노후 경유차의 과감한 폐기와 대중교통의 전기자동차(Battery Electric Vehicle) 도입, 도시 숲 확대 등 종합적인 개선책이 마련되고 있다.

금년 3월초, 후렐수흐 대통령이 알코올 남용 감소를 핵심으로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공식행사자리에서 증류수 사용금지, 국민과 기업의 알코올 소비 감소 동창, 불법주류 생산 및 판매 방지” 등의 《건강한 몽골인 국가운동》을 대통령령으로 발표한 것도 몽골 국민건강을 위한 결단과 조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간의 보편적 건강권은 국제연합헌장을 비롯한 세계인권선언, 세계보건기구헌장, 국제인권규약 등 인권보장을 강조하는 문서가 발표되면서 국제적으로 확산되었다. 보건의료는 한국과 몽골, 두 나라의 협력이 필요한 분야이다. 

양국의 관계를 볼 때, 서로의 관심사에 긴밀히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민간부문이 서로 협력을 다질 수 있도록 물길을 놓아야 한다. 의료분야가 지닌 보편적 가치를 위해 양국이 이민유출입(Migration)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양국 관련 당국과 우수인재들이 나서서 국경과 이익을 넘는 초월적 협력의 장을 만들기를 기대하면서, 몽골 여행의 진수(眞髓)인 고비여행을 계획하는 독자를 위해 시 한편과 노래 한 곡(고비의 바람)을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고비의 바람(Говийн салхи)       

   

(시) 길 강 묵 

(번역) 벌러르체첵(Bolortsetseg)

 

이 시는 필자가 2020년 고비사막 여정중에 시상이 떠올라 쓴 것으로, 몽골의 유명 작곡가인 프렙수렝이 이 시를 노래말로하여 작곡한 후, 오페가 가수 잉크나란이 불렀다.

 

 

고비의 바람은 마음의 숨결이라             

Говийн салхи гэмээнэ сэтгэлийн халуун амьсгал

마음의 모든 세속, 바람 따라 흐르니     

 Гүн зүрхний ертөнцийг дагуулан алсад урсана

머리를 헝클여도 마음은 개결하네.        

Санчгийг хийсгэн эрчлэвч, санаа бодлыг амраана

 

고비의 바람은 강렬한 생명이라             

Говийн салхи гэмээнэ дийлдэшгүй хүчит амь

누런 빛, 황무지에 생기를 부어주니       

Зэсрэн шаргалтах талд амьдрал бэлэглэн хөвөрнө

나그네도 어린양, 들풀과 함께 소생하네. 

Аянчин гийчин нь олширч, хонь хурга нь үржинэ

 

고비의 바람은 응원의 함성이라           

 Говийн салхи гэмээнэ урмын их дэм

그 바람, 머리얼굴 감싸주니                 

Хацар нүүрийг илбэн уян зөөлөн үлээнэ

친구들 기뻐하고 내 마음은 들뜨네!         

Аяны нөхөд баясаж, зүрх баясан догдлоно

 

메마른 땅, 솟아나는 한줌의 풀              

Хуурай газрын хөрснөөс ургасан ширхэг ногоон өвс

거친 광야, 뛰노는 어린 사슴                

Зах нь үгүй талд эрхлэн тоглох ботгонууд

땀 흘리며 쉴 틈 없이 물 긷는 아이         

Хөлс дуслуулан ус ховоодох жаал бяцхан хүү

 

이들을 대하는 모든 나그네에게도         

Энэ бүхнийг харан суугаа аянчин хэн бүхэнд

응원의 함성으로 다가서는 고비의 숨결   

Урам хайрлан дэмнэх говийн халуун амьсгал

고비의 바람에 고개를 숙인다.             

Говийн их салхи дор толгой мэхийн хүндлэ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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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비의 바람(Говийн салхи) (작사) 길강묵 (작곡) 푸렙수랭 (노래) 잉크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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