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메이드]
[사진=위메이드]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의 국내 게임산업은 온라인 게임의 태동기로서, MMORPG(대규모다중접속온라인게임) 위주의 게임들이 시장에 많이 등장했다. 이 중 2001년에 등장한 미르의 전설2는 미르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위메이드의 주력 지적재산권(IP)로 안착했던 게임이다. 

당시 기준으로 전작인 미르의전설 1보다 발전된 그래픽과 동양풍 판타지의 독특한 감성, 그리고 우수한 시스템과 콘텐츠 등으로 인해 수많은 경쟁작 사이에서도 나름의 입지를 가지고 있었다. 함께 활성화되기 시작한 PC방에서도 리니지와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2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렵지 않게 플레이 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있었다. 중국에서도 이런 매력은 통했는지 오랫동안 흥행을 지속했고 짝퉁 작품도 나올 정도였다. 

이후 미르의 전설2는 20년의 시간을 넘어,  2022년 6월 23일 ‘미르M: 뱅가드 앤 배가본드(미르M)’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됐다. 위메이드는 해당 게임을 출시하면서 미르의 전설2의 재현과 부활을 천명했다. 당시 기자는 초등학생이었기 때문에 미르의 전설2를 옆에서 지켜봤을뿐 직접 해보지 않았지만, 그 독특한 분위기에 매료됐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기에 게임을 다운로드 받으면서 오랜만에 추억을 되살릴 수 있을까 기대했다. 

첫 접속 때 느꼈던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 [사진=미르M 게임 화면 캡쳐]
첫 접속 때 느꼈던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 [사진=미르M 게임 화면 캡쳐]

전사 캐릭터를 만들고 처음 접속했을 때 드는 느낌은 “돌아왔구나”였다. 분명 그래픽은 전체적으로 더욱 선명해졌지만, 과거의 추억 느낌은 그대로 살아있었다. 스토리와 퀘스트의 독특한 문법과 재미 역시 그대로였고 NPC들의 생김새도 정감이 갔다. 쿼터 뷰 시점 역시 예전과 똑같이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캐릭터에 집중되어 있지 않은 채로 여전히 넓은 맵을 비춰줬다. 오히려 예전과 비교하면 넓어졌다. 

변화된 점도 있었다. 모바일 플랫폼에 맞게 자동 이동 등과 전투, 퀘스트 진행 방식, 스토리텔링을 이용한 자연스러운 콘텐츠 개방 등이 눈에 뜬 변화다. 로스트아크와 리니지W 등의 최근의 MMORPG에 당연하게 있는 특징이긴 하지만, 모바일 MMORPG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언제나 고맙다. M(모바일)이 붙어 있는 이상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통해 플레이될텐데 모바일은 수동으로 MMORPG를 플레이하는데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많은 PC MMORPG는 유저가 이동과 공격, 스킬 등 모든 것을 혼자서 수동으로 컨트롤할 수 있어야 했다. 레이드 같은 대규모 콘텐츠야 컨트롤이 필요하다고 해도 일반 퀘스트마저 넓은 맵을 수동으로 길을 찾고 아이템 획득도 직접 주워야만 하며, 몬스터와의 전투도 결코 녹록치가 않아서 피로감이 상당했다. 하드코어한 MMORPG의 경우 죽기라도 하면 장비와 아이템을 다 잃어버려서 키보드를 집어던지기도 했을 정도다.

하지만 몰이 사냥과 레이드 등 회피하고 적절할 때 보스의 스킬 발동을 막는 등의 수동 플레이가 주는 재미 역시 MMORPG의 재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MMORPG는 유저의 편의성과 수동 플레이의 재미 간극을 어떻게 유저가 받아들일 수 있게 조정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이 밖에도 타격감 역시 전투에 있어서 괜찮은 고양감을 주었다. 특히 초반부터 울리는 타격음은 마치 적을 북이나 장구삼아 자진모리 장단을 치는 듯한 신나는 느낌을 주었다. 다만 회피기가 없는 것은 좀 뼈아프다. 초반이야 사냥에 문제가 없지만 후반 가면 강력한 스킬을 쓰는 몬스터들이 나올텐데, 장비의 방어력과 내구력만으로는 무리인 경우가 왕왕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캐릭터가 한정적으로 적의 스킬을 피하고 위치를 조정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으로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바일판 시네마틱 영상들. 지금도 그래픽이 좋은데, PC판은 그래픽과 질감이 더욱 선명해져 감탄하게 된다. [사진=미르M 게임 화면 캡쳐]
모바일판 시네마틱 영상들. 지금도 그래픽이 좋은데, PC판은 그래픽과 질감이 더욱 선명해져 감탄하게 된다. [사진=미르M 게임 화면 캡쳐]

미르M의 가장 큰 문제는 사양이 낮은 휴대폰으로 플레이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우선 그래픽이 좋아졌어도 갤럭시 A51 G의 스크린으로는 해당 그래픽을 온전하게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며, UI(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가상패드 조작 역시 작아서 불편했다. 심지어 화면 내의 유저가 조금 많다고 한다면 게임이 느려지는 문제도 있었다. 물론 옵션을 통해 그래픽의 품질을 낮출 수 있긴 하지만, 그래서야 미르M의 좋은 그래픽을 즐길 수가 없으니 논외다. 

이 때문에 미르M을 플레이하고자 한다면 스크린이 좀더 큰 아이패드나  갤럭시노트 급의 스크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원활하게 즐기고 싶다면 PC판도 방법이다. 특히 PC의 경우 넓은 모니터를 이용한 쾌적감이 모바일보다는 비할데가 없어서, 미르M을 플레이한다면 PC가 선호될 것으로 보인다. 똑같이 사양과 쾌적도 문제로 PC 플레이가 선호되는 원신과 비슷한 케이스인 셈이다. 특히 시네마틱 영상은 PC로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오류도 발견됐다. 모바일 플레이 중에 일부 퀘스트에서 자동사냥 중 물음표로 표기된 퀘스트 완료 버튼을 누르면 완료 효과음은 계속해서 울리는데 캐릭터가 굳어버리는 현상이 있었다. 또 사양이 낮아 대량의 정보를 빠르게 받아들이지 못해서인지 플레이 도중 애플리케이션이 정지된다거나 꺼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와이파이에서 모바일 데이터로 전환시 빠른 로딩이 이어지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이 밖에도 플레이하면서 느낀 문제 중 하나는 다수의 중국 유저다. 분명히 인구 포화도가 낮은 추천 서버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정도 게임을 진행하다보니 다수의 중국 유저가 목격됐고, 파티나 거래 등을 원하는 채팅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한동안 주변에 눌러앉아 몬스터가 리젠되자마자 잡아대더니, 어느샌가 함께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 한국에서 먼저 오픈했다보니 체험을 해보기 위해서 접속한 중국 유저들이 많을테지만, 모두가 순수한 마음으로 접속한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에 운영진 측에서는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어로 된 채팅,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대량의 대충지은 영어 닉네임들. 정말 순수하게 즐기러 온 것이라고 믿고싶다. [사진=미르M 게임 화면 캡쳐]
중국어로 된 채팅,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대량의 대충지은 영어 닉네임들. 정말 순수하게 즐기러 온 것이라고 믿고싶다. [사진=미르M 게임 화면 캡쳐]

미르M의 게임성은 출중한 재탄생으로 정의할 수 있다. 26일 기준 구글 플레이 인기 게임 순위 5위, 최고매출 6위에 오른 까닭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유저들이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은 개선해 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위메이드도 알고 있겠지만 PC와 모바일이 연동된다는 것은 유저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는 뜻인데, 모바일에서의 플레이가 PC보다 상대적으로 제한이 크다면 불만 요소로 작용할 수 있고 여기에 작은 불만 요소들이 겹치다보면 최종적으로는 큰 문제로 발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르의 전설2가 명작의 이름으로 일신되어 부활한 만큼, 그 위명 또한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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