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환 칼럼] 한반도 전쟁 위기, 이대로 괜찮은가? ② 전망과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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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환 칼럼] 한반도 전쟁 위기, 이대로 괜찮은가? ② 전망과 대책
  •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2.12.02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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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3. 한반도 정세 전망

향후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흘러갈지를 예측하려면 남·북·미 3자의 요구와 구상을 알아야 한다. 

먼저 미국부터 살펴보자. 

미국은 한때 ‘유일 패권국’을 자처했으나 지금 세계 패권이 급격히 무너지는 처지에 있다. 미국이 적대국·경쟁국으로 지목한 중국, 러시아는 전혀 미국의 통제를 따르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경제·군사·외교 공격도 통하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동맹국과 친미 국가들도 미국의 손에서 이탈하고 있다. 

전통적인 동맹이었던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아비규환이 되었다. 유럽 내에서는 언제까지 미국에 끌려다니며 피해를 봐야 하느냐는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

최근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이 중국과 손을 잡으려 시도하는 것도 이런 일환이다. 독일은 지난 10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함부르크 최대 컨테이너 항구 터미널 지분의 24.9%를 중국에 넘겼다. 또 미국의 비판에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1월 4일 독일 재계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다. 

전통적 친미 국가였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 등을 돌리고 중국, 러시아와 손을 잡는 이변도 나왔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관계 회복을 위해 사우디를 방문했다가 망신만 당했다. 사우디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를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투표에 기권했고, 미국의 원유 증산 요구도 거부했다. 석유 거래에 중국 위안화 결제를 허용할지 검토 중이기도 하다. 

지난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쫓겨나듯 야반도주를 한 이후 동맹국, 친미 국가들이 동요하는 건 사실 당연한 수순이다. 미국은 그나마 남은 동맹국, 친미 국가인 일본, 한국, 대만이라도 건져볼 셈으로 한반도와 대만에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만약 여기서 미국이 북한에 굴복해 북한이 요구하는 한미연합훈련 중단, 전략무기 투입 중단, 주한미군 철수 같은 걸 단행한다면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무너지고 이는 미국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미국은 결코 북한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 

그런데 북한이 초대형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미국을 노리고 있다. 언제 미국 상공에 슈퍼 전자기펄스(EMP)탄이 터질지, 미국 전역에 수소폭탄이 떨어질지 알 수 없다. 지금 미국이 기대하는 건 전쟁까지 가지 않고 북한이 망하거나, 아니면 전쟁이 나더라도 미국 본토가 공격받지 않는 것이다. 둘 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일이다. 그래서 미국의 대북 정책들이 서로 충돌하고 우왕좌왕하는 것이다. 

다음은 윤석열 정권을 살펴보자. 

윤 대통령은 미국에 자기 운명을 철저히 의존하며 대북 선봉대, 돌격대를 자처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유지하는 한 윤석열 정권이 단독으로 북한과 대화를 하거나 교류·협력을 하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나아가 미국이 북한의 군사 행동에 부담을 느껴 대북 군사 행동의 수위를 낮추려 해도 윤석열 정권은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원래 선봉대, 돌격대의 역할이라는 게 본진이 뭘 하든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장에서 기세를 높이며 싸움을 독려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대북 강경 정책을 강화해야 하는 또 다른 요구도 있다. 지금 윤석열 정권은 위기에 놓여 있다. 취임 80일 만에 20%대로 떨어진 지지율은 몇 달째 3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심각한 경제 위기에 10.29 이태원 참사까지 터졌다.

바닥으로 추락한 민생고를 견디다 못해 여기저기서 노동자 파업이 분출하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을 올리는 공식이라던 해외 순방도 윤 대통령이 하면 악재가 되는 희한한 상황이다. 문재인, 이재명 세력을 구속하고 공안 사건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여론의 반발만 키울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권은 수구 적폐 세력이 애용하던 ‘북풍 몰이’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과거와 달리 요즘은 안보 불안이 수구 적폐 정권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역풍이 된다. 하지만 정권 유지를 위해서는 영혼까지 끌어모아야 하는 처지라 요행수를 바라며 북한을 향해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끝으로 북한을 살펴보자. 

북한은 자신을 적대하고 위협하는 미국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11월 4일 외무성 대변인은 성명에서 “지속적인 도발에는 지속적인 대응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중략… 앞으로 정세가 어떻게 번져지든, 그 어떤 상상 못할 사태가 발생하든 국가의 존엄과 자주권, 인민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정의의 길에서 우리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하여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을 용인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북한은 핵무력법에 한미가 북한을 공격하려는 구체적인 조짐이 포착되면 곧바로 주요 대상에 핵미사일을 날릴 것이라고 명시하였다. 북한은 전쟁을 하더라도 한미를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계속 드러냈으며 실제로 미 본토와 주요 해외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중·장거리 미사일과 한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단거리 미사일, 초대형 방사포(다연장로켓포)를 실전 배치한 상태다. 지금껏 북한이 보여준 모습으로 짐작해볼 때 북한은 전쟁이 발발하면 가장 먼저 핵미사일 단추를 누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한반도 상황은 어느 한쪽이 물러서지 않으면 결국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런데 남·북·미 모두 물러설 생각이 없고 또 물러설 수 없거나 물러설 이유가 없다. 이대로 간다면 반드시 군사적 충돌이 난다. 

얼마 전 한미연합훈련 기간 남북의 미사일이 서로 동해 북방한계선 너머로 날아가는 일이 있었다. 물론 공해상에 떨어졌다. 하지만 다음에는 그것이 영해에 떨어질지, 육지에 떨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또한 최전방에서 공해상으로 발사한 현무 미사일이 잘못 날아가 북한에 떨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평시에 발생하는 사고는 서로 대응을 자제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긴장이 최고조로 올라간 상황에서는 사소한 사고 하나가 곧바로 전면전으로 넘어갈 수 있다. 한미가 앞으로도 강도 높은 한미연합훈련을 계속하고 특히 내년 봄에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한다면 심각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4. 평화를 위한 대책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상대를 적으로 대하지 않고 공존하려는 자세부터 가져야 한다. 이것 없이 일시적인 타협이나 부분적인 조치를 통해 위기를 완화한다고 해도 언제든 다시 위기가 고조될 수 있으며, 지금은 그런 타협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타협을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한데 지금 북한은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아마도 북한은 일시적 타협을 통해 위기를 완화했다가 다시 위기가 고조되는 다람쥐 쳇바퀴 식 역사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런 때일수록 근본적인 해법을 통해 평화 공존으로 가야 한다. 

첫째, 북미는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따라 새로운 북미 관계를 수립해 평화 공존의 길로 나가야 한다. 

북미 양국은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두 나라 국민들의 염원에 맞게 새로운 북미 관계를 수립”하고 “한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로 하였다. 형식적으로는 북미 수교와 평화협정 체결로 나타나겠지만 본질적으로는 북미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적대하지 말자는 것이며 그래야 평화와 번영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미국이 북한을 적대하는 행동을 종료하는 것이다. 더 이상 말은 필요 없다. 말로는 바이든 대통령도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존중한다, 북한을 적대할 의도가 없다, 대화를 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을 겨냥한 한미연합훈련을 진행하고, 심지어 이른바 ‘참수 훈련’ 영상을 공개하며 시시때때로 대북 제재를 추가하는 행동이 지속되는 한 바이든의 말은 그저 상대를 속이기 위한 거짓말에 불과하다. 

지난해 10월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국방발전전람회 기념 연설에서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라고 하였다. 바이든 정부에 중요한 언질을 준 것이지만 미국은 대북 정책에 아무런 변화도 주지 않았다. 스스로 ‘주적’의 자리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이 미국에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대북 적대 정책을 하루빨리 폐기해야 한다. 

둘째, 남북은 서로 존중하며 민족 공조를 통해 평화통일로 나아가야 한다. 

남과 북은 원래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였는데 외세의 개입으로 원치 않는 분단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분단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외세는 끊임없이 남북을 대결 구도로 몰아갔다. 남북이 서로를 적대하며 대결하는 것은 외세가 바라는 것이며 우리 민족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북은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부터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까지 남북이 합의한 바에 따라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평화통일을 해야 한다. 분단이라는 비정상 체제를 끝내지 않으면 언제든 전쟁 위기는 고조될 수밖에 없다. 분단 체제를 유지한 체 평화 상태를 만들고 유지하자는 구상은 실현 불가능하다. 분단은 전쟁이요, 통일은 평화다. 

남북이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데서 특히 한국이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지금 한국은 미국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다. 미국이 시키면 교류·협력도 중단해야 하고, 북한을 향한 돌격대도 되어야 한다. 이를 끊어내지 않고서는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없다. 

윤석열 정권은 대북 적대 정책에 매달리며 미국의 대북 돌격대를 자처하고 있다. 한반도의 전쟁을 막고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윤 대통령을 퇴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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