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러시아에서 '병행 수입' 마케팅 시작 - 그게 뭔대?
삼성전자, 러시아에서 '병행 수입' 마케팅 시작 - 그게 뭔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7.03 0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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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 코메르산트 "칼루가 공장 생산 TV, CIS권으로 수출했다가 다시 반입, 판매"
러, 서방의 대러 제재 조치에 대항하기 위해 '병행 수입' 합법화 - 보따리 장사 가능

삼성전자는 러시아 현지 칼루가 공장에서 생산한 TV 등 가전제품을 구 소련권의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벨로루시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등 5개국)으로 수출한 뒤, '병행 수입' 방식으로 러시아로 다시 갖고 들어와 판매하고 있다고 현지 유력 경제지 '코메르산트'가 1일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방식으로 국제 사회에 대한 대러 제재 약속을 지키면서 러시아 판매망을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 칼루가 공장, '병행 수입' 방식으로 제품 공급 시작/얀덱스 캡처

이 신문은 이날 '삼성이 병행(수입) 세계로 진입했다'(Samsung уходит в параллельный мир)는 제하의 기사에서 "러시아 공장을 폐쇄하지 않는 외국 기업들은 이미 상품의 '우회 공급' 방식인 '병행 수입'의 요령을 터득했다"며 "EAEU로 수출한 뒤 '병행 수입' 방식으로 러시아로 다시 반입하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그 대표적인 예로 삼성전자를 들었다. 

러시아의 '병행 수입'(параллельный импорт)은 우리에겐 생소한 용어다. 지난달 28일 푸틴 대통령에 의해 서명, 발효된 '병행 수입에 관한 법률'(이전엔 총리 행정명령)은 상품의 원천 제작사(특허및 상표권 보유자)로부터 허락을 받지 않고도, 해당 상품의 러시아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서방의 가혹한 대러 제재 조치에 맞서기 위한 조치다.

예컨대 삼성 스마트폰의 경우, 삼성전자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인지, 제품을 러시아로 직접 수출했는지 여부를 굳이 따지지 않고, 누구나 수입 신청서를 내면 합법적으로 수입 허가를 내준다는 것이다. 한때 유행했던 러시아 보따리 장사꾼의 삼성 스마트폰 대량 수입도 가능해진 게 사실이다. 

미슈스틴 총리, 지난 4월 '병행 수입' 합법화에 관한 (행정명령) 문서에 서명했다는 기사 묶음/얀덱스 캡처

다만, 러시아 당국은 지난 5월 '병행 수입'이 가능한 제품을 스마트폰 등 IT제품과 가전 제품 등 50여개 품목에 200여개 브랜드 제품으로 제한한 바 있다. 

이 신문은 현지 지자체 소식통을 인용, "삼성전자 칼루가 공장은 지난 6월 초 부분적으로 조업을 재개했으며, 러시아에서 판매되는 TV 등 가전제품의 대부분이 그런 식(병행 수입)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삼성 (칼루가 공장)은 7월에 연간 여름 휴가를 가질 예정이지만, 공장 폐쇄에 대한 공식 정보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칼루가 공장을 계속 가동하려면 (한국으로부터) 핵심 부품들을 반입해야 하는데, 그 방법을 찾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삼성 칼루가 공장 TV 조립 모습(위)와 공장 전경/사진출처:삼성전자 뉴스룸 러시아어판

또 중국 하이얼 그룹의 캔디-후버(Candy-Hoover) 러시아 법인 대표 그렙 미쉰이 "삼성전자가 칼루가 공장에서 생산한 TV를 CIS 국가에서 팔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코메르산트는 "미쉰 대표가 TV들이 다시 러시아로 돌아오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러시아 TV 시장 점유율은 3.2%로, 연간 판매 수익은 600억 루블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신문에 따르면 삼성 브랜드 러시아 판매를 맡고 있는 IRG(Inventive Retail Group)는 "삼성전자 유통망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며 "매장과 홈페이지에는 (EAEU로부터) 공식 수입된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 디지털 스쿨(Moscow Digital School)의 교원 아나톨리 세메노프는 "러시아에서 제조한 상품을 '병행 수입'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삼성의 판매 방식도 이해할 수 있다"며 "대러 제재 약속을 지키고, 러시아에서 사업을 계속해야 하는 제조업체에게는 합리적인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신문은 "삼성을 포함한 해외 제조업체들이 러시아에 계속 남아 있을 것인지, 남아 있다면 어떤 식으로 남을 것인지 조만간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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