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의 진실-하) 서방 첨단 무기로 대반격을 노리는 우크라 - 성공? vs 협상?
(우크라 전쟁의 진실-하) 서방 첨단 무기로 대반격을 노리는 우크라 - 성공? vs 협상?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6.2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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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시나리오 전망 - 푸틴의 일방적 종전선언, 평화협상 복귀, 해 넘기는 전쟁, 지루한 내전 양상으로..

<우크라 전쟁의 진실- 중에서 계속>

수세에 몰린 우크라이나는 그대로 물러설 것인가? 아니다. 승부수를 띄울 작정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20%를 빼앗겼다"고 인정하면서도 "서방의 첨단무기들이 들어오면 판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6월 들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 장악지역에 미사일 공격을 가하고 있다는 뉴스가 러시아 언론에 심심찮게 뜨고 있다. 러시아군이 장악한 남부 헤르손주와 자포로제주는 물론, 돈바스 지역 도네츠크주의 주도인 도네츠크에도 거의 매일 우크라이나군의 포격 소식이 들려온다.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기갑부대 폭격 장면/우크라이나군 텔레그램 동영상 캡처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지난 3일 독일 공영 국제 방송인 '도이치벨레'와의 인터뷰에서 "7, 8월에는 서방측 무기를 보유한 여단을 최소한 4~5개를 편성해 러시아에 대한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7월이 되면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의 첨단 무기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러시아의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우크라이나가 기대하는 미국의 첨단 무기는 사정거리가 긴 M777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시스템인 '하이마스', 대함 하푼 미사일, 공격용 드론 등이다. 영국은 스타스트릭 다연장 로켓을 장착한 스토머 장갑차 등을, 프랑스는 세자르 자주포와 장갑차량, 독일은 레오파드-2 탱크와 게파드 장갑차량 등을 이미 넘겼거나 넘길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의 레오파드-2 탱크
미국의 하이마스 다연장로켓
프랑스 세자르 자주포
영국의 스토머 장갑차량/사진출처:우크라이나군 텔레그램

젤렌스키 대통령 중심의 우크라이나 항전 의지는 아직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우폴의 아조프스탈 제철및 야금 공장 단지에서 저항하던 수천명의 우크라이나군이 일거에 항복하고 최전선에 무기와 탄약의 부족 현상이 피부에 와 닿으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사기가 뚝 떨어졌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지만, 서방 무기를 손에 쥐면 또 달라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주요 지휘부는 하나같이 "지금 러시아와의 협상은 없다"며 결전 의지를 다진다. 서방측 무기로 제대로 반격 한번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협상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인 듯하다.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로 판을 바꿀 수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의 첨단 무기들간에 '한판 승부'가 주목된다. 전쟁이 끝난 뒤 예리한 분석들이 쏟아질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다. 

판을 바꾸는데 가장 큰 변수는 서방 무기의 실제 존재 여부다. 미국 등 서방측이 계속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방안을 발표, 혹은 공언하고 있는데, 문제는 실질적인 지원 여부다. 러시아 언론에는 나토 회원국들간에, 또 나토와 우크라이나간에 무기 공여를 둘러싼 이견, 혹은 불화도 심심찮게 보도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독일이 폴란드에게 나토군용 무기를 공급하면, 폴란드는 그동안 갖고 있던 구소련제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했는데, 독일이 무기를 먼저 넘겨주지 않는다고 폴란드가 불만을 터뜨린다. 폴란드로서도 무작정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줄 수가 없다. 자칫하면 자국군이 사용할 무기가 부족해지는, 예상치 못한 처지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공한 무기가 돈바스 최전선에까지 무사히 인도되는지 여부도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는 서방측이다. 우크라이나의 구조적인 부정부패로 인해 첨단무기가 엉뚱한 곳으로 빠질 수도 있다. 러시아군에 넘어가면 기술 유출 문제가, 테러단체로 넘어가면 대형사고가 생긴다.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의 첨단 무기를 사용하거나, 운영 훈련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어 최전선에서는 '고철 덩어리'나 마찬가지라는 분석도 러시아 언론에선 제기된다. 나토군의 군사 고문단(혹은 특수부대)이 최전선에 나와 있고, 포로로 잡힌 외국인 용병속에는 나토 군사 고문단도 포함돼 있다는 소문은 그래서 나온다. 

러시아 측도 서방 무기들이 최전선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손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사전에 파괴하는 미사일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흑해의 주요 항구이 막혀 있는 상태에서 무기 운송은 철도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무기 하역및 보관 장소는 물론, 수송로의 철도 기반 시설을 집중적으로 폭격, 공습한다. 이달 초에는 미국으로부터 처음 받은 M777 자주포로 사격 훈련을 하던 수미의 군훈련장을 미사일로 공격했다는 발표가 러시아 국방부에서 나오기도 했다. 

군사력의 우열에 따른 변수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군사외적인 변수에 더 주목하고 싶다. 러시아와 유럽, 미국 사이에 벌어진 '에너지 전쟁'이 대표적이다. 유럽연합(EU)은 제 6차 대러 제재안에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담았으나, 그 후폭풍에 휘청거리고 있다. 제재안은 러시아산 원유는 앞으로 6개월, 석유제품은 8개월 내에 수입 물량을 90%까지 줄이겠다고 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만, 벌써 EU에 '에너지 비상'이 걸렸으니, EU가 '제 발등을 찍은 격'이라는 생각이다. 

러시아는 한발 더 나아가, 자국의 천연가스를 '무기'로 휘두를 조짐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가스 대금의 루블화 결제 요구'로 유럽에 1차 타격을 가했다. 루블화 결제를 거부하는 폴란드와 불가리아, 핀란드, 더치쉘 독일지사, 네덜란드, 덴마크 등에 가스 공급을 끊었다.

또 비성수기인 여름철에 추운 겨울을 대비해 가스 저장고를 미리 가득 채워야 하는데,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 러시아에서 독일로 가는 해저 가스관 '노르트(노드 스트림)-1'에 문제가 생겼다. 가스관 유지 보수 과정에서 캐나다에 수리를 맡긴 가스 터빈을 제 때 돌려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러시아가 '노드 스트림-1'의 가스 공급량이 60% 이상 줄인 것이다. 캐나다가 수리한  터빈을 러시아에 돌려주지 않는 이유가 기존의 대러시아 제재 조치 때문이라고 하니, 독일도 예상치 못한 사태 전개에 황당해 한다. 그 결과는 에너지 가격의 폭등이다. 

글로벌 식량 부족 사태도 유럽을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가 흑해 항구를 봉쇄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규탄했지만, 뾰족한 타개책이 없다. 우크라이나의 최대 수출 품목인 곡물을 해외로 내보내지 못한다면, 우크라이나는 재정 수입 급감,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은 기아 위기에 직면한다. "전 세계의 4,300만명이, 많게는 1억명이 수개월 안에 기아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유엔과 세계식량기구 등 전문기관에서 나온다.

이 사태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서방 진영은 북미와 유럽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가혹한 대러 제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첨단 무기 지원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장기화할 뿐이라는 비판에 시달릴 수도 있다. 그 경우, 지금까지와는 달리, 유엔 등 각종 국제기구에서 진행될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표 대결에서 절대 다수의 지지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 

'에너지및 곡물 전쟁'은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 곧바로 '물가 폭등'이라는 '핵 폭탄'을 몰고 왔다.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미국과 유럽에서 월 8% 이상의 물가상승률은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이다. 그 결과, 바이든 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11월 중간선거에 비상이 걸렸고, 지난 19일 치러진 프랑스 총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다함께' 연정이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20년만에 '야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졌다.

영국에서는 수천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민생 시위'와 함께 철도 운수 해운 등 기간 산업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거나 들어가기 직전이다. 

지난 5월 유럽 10개국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Datapraxis & YouGov) 결과는 서방 진영에 깊은 고민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전쟁의 즉각 종식(평화, Peace)를 원하는 응답은 35%로, 우크리아나의 승리가 우선(정의, Justice)이라는 답변(22%)을 크게 앞섰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해, 계속 전쟁을 하게 할 것이 아니라, 바로 종전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게 현재 유럽의 여론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것도 우크라이나 인근 폴란드를 제외한 9개국에서 즉각 분쟁 종식 여론이 우세했다. 특히 이탈리아(52%)와 독일(49%), 루마니아(42%), 프랑스(41%) 순으로 '평화' 목소리가 높았다.

참고로 10개국의 여론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이탈리아, 평화 52%-정의 16%
*독일, 평화 49%-정의 19%
*루마니아, 평화 42%-정의 23%
*프랑스, 평화 41%-정의 20%
*스웨덴, 평화 38%-정의 22%
*스페인, 평화 35%-정의 15%
*포르투갈, 평화 31%-정의 21%
*핀란드, 평화 26%-정의 25%
*영국, 평화 22%-정의 21%
*폴란드, 평화 16%-정의 41%

러시아도 내부적으로는 '반전 여론'을 우려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반전 여론'이 거셌던 체첸 전쟁을 직접 상대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1994년 12월 제 1차 체첸 전쟁이 2년 뒤 서둘러 평화협정을 체결한 것은 '체첸전쟁 희생자 어머니회'가 앞장서 '반전 여론;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봉합한 평화협정이 깨지면서 시작된 제2차 체첸 전쟁(1999년 9월)은 푸틴 당시 총리가 직접 지휘했다. 그 때도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러시아 기갑부대가 대책없이 수도 그로즈니에 진입했다가 반군에게 크게 망신을 당했고, 이듬해 2월 초 무차별 공습 후 재진입해 그로즈니를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그로즈니서 퇴각한 체첸반군은 남부 산악지대을 거점으로 저항했으나, 러시아군과 친러시아 성향의 체첸군과의 연합공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그 과정에서 여론의 힘을 실감한 푸틴 대통령이다. 그래서 이번 전쟁에는 아예 언로를 철저하게 막아놨다. 반전 시위는 커녕, 언론은 군사작전에 관한 한 국방부의 공식 발표만 활용할 수 있고, SNS를 통한 개인의 의견 표시도 러시아군이나 군사작전 등을 폄훼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다(형사 소송법 개정)

하지만, 언론가 막는다고 완전히 막히겠는가? 전세가 불리하게 돌아가면, 반전 여론은 자연스럽게 표출하게 되어 있다.

국제사회의 대 우크라이나 압력도 갈수록 강해지는 모습이다. 전쟁 피로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증거다. 국제정치의 '거목'인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지난 5월 23일 다보스 포럼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완전한 승리를 얻으려 하지 말고 조속히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요지로 발표한 게 시발점이 됐다. 구체적으로는 개전 전 상태(status quo ante)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2014년 러시아가 합병한 크림반도와 친러세력이 장악한 돈바스를 (러시아 측에) 양보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당연히 우크라이나는 크게 반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신저의 달력은 아직도 1938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며 "이 제안은 2차 세계대전 직전 독일 나치를 달래려는 유럽의 시도와 다를 바 없다"고 깎아내렸다. 당시 유럽 국가들은 나치 독일에게 '체코 영토의 일부'를 양보하면서 평화를 얻었다고 주장했지만, 끝내 히틀러의 제국주의 야망을 꺾지 못한 것을 젤렌스키 대통령이 빗댄 것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미하일로 포돌랴크 고문도 "다보스 포럼 회의장 바깥에서는 벌써부터 서방 기업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과 크렘린과의 협상, 러시아 시장 복귀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누군가의 지갑을 채워주기 위해 주권을 내놓지 않을 것이고, 전쟁을 끝내는 최단거리는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무기와 돈, (러시아에 대한) 금수 조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탈리아도 제6차 대러 제제 결의를 위한 EU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체 평화중재안을 사실상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와 크림반도와 돈바스의 러시아 영유권 인정 등 러시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3월 30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우크라이나 마지막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측에 제시한 초안을 바탕으로 양측의 요구를 절충한 중재안이라는 평가가 일각에서는 나왔다. 

키예프를 방문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루마니아 정상을 한꺼번에 맞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위)와 독일 일간지 벨트의 '협상 복귀 설득설'/동영상및 얀덱스 캡처 

16일에는 이탈리아와 독일, 프랑스 3개국 정상이 키예프에 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다. 겉으로는 젤렌스키 지지 모임 같은데, 실제로는 '협상 압력'을 가했다는 게 독일 언론의 보도다. 디벨트는 3국 정상이 폐쇄된 문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와의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라고 압력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3개국 정상이 협상의 시기와 내용은 순전히 우크라이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지지를 표시했다고 반박했으나 협상 재개 논의가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라가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등 주류 언론도 슬슬 협상 편을 들기 시작했다. 이코노미스트는 5월 말 "전쟁이 3개월 이상 계속되면서 서방 국가들이 종전 시나리오를 둘러싸고 갈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늦기 전에 협상을 시작하자는 ‘평화파’와 러시아에 대한 혹독한 보복을 강조하는 ‘정의파’가 서로 대립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인데, 일사분란하던 반러시아 대오가 깨지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 평화파는 독일과 프랑스이고, 영국을 비롯한 폴란드와 발트 3국(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은 정의파로 분류된다. 미국의 입장은 아직 모호한데, NYT는 사설에서 "러시아가 패배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협상론이 제기되는 것은 전쟁 장기화와 그에 따른 후유증이 예상보다 깊고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이 최근까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전비는 각각 54억 달러(약 6조8000억원), 17억 유로(약 2조3000억원)에 이른다.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 폭등에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유럽 각국은 '전쟁'보다는 '민생 안정'에 힘을 쏟을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그 사이, 러시아 정부는 점령지역의 실효적 지배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현 상태에서 휴전 혹은 종전을 대비한 작업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전망을 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하자. 앞날을 전망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려주는 문구들이 몇 개 있다. 우선 선거다. 여론조사가 어쩌구 저쩌구 해도 투포함을 까봐야 안다. 또 소송. 심리 중에 판사가 아무리 한쪽 편을 드는 것 같은 태도를 취해도, 땅땅땅 선고할 때까지 어느 쪽도 안심해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야구.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전쟁은 뭐라고 해야 할까? 그냥 하늘에 맡긴다?

그래도 전쟁 전망을 한번 해보자. 우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1'은 러시아가 몇개월 뒤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군사작전을 끝내는 것이다. 러시아가 세운 군사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할 시점에 푸틴 대통령이 또다시 나서는 시나리오다. 

앞으로 2~3개월 치열한 난타전 끝에 러시아가 돈바스와 남부지역, 크림반도를 잇는 전략적 지역을 장악하면 일방적으로 군사작전의 완료를 선언하기에 충분 조건이 마련됐다고 본다. 그것은 '남북한식 영토 분단화'다.  

두번째는 평화 협상을 통해 전쟁을 종식하는 것이다. 러-우크라이나 '양자 회담'과 '제2의 노르망디 협상'을 예상해볼 수 있다.

지난 3월 말 이후 중단된 양국간 협상을 재개해 '핀란드식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게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를 위해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다. 키예프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직후, 모스크바에도 갈 수 있다고 밝혔다. 단, 전제조건이 있다고 했다. 양국간 외교 통로나 비선을 통해 푸틴 대통령에게 의사를 타진해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계속 협상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서방측 무기로 빼앗긴 땅을 일부 수복한 뒤에 그 상태에서 협상하는 전략인데, 공언한 대로 7월에 반격을 시작해 8월, 9월에는 협상력을 가지든, 포기하든 결판이 나지 않을까 전망해본다.

양자 협상은 지난 3월 당시보다는 더 복잡해졌다. 러시아가 지금까지 점령한 지역을 순순히 내놓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 때는 러시아가 대충 돈바스와 크림 정도를 요구했는데, 이제는 헤르손과 자포로제, 오데사 일부도 요구안에 넣지 않을까? 

양자 평화협상으로 전쟁이 끝난다면, 결국 핀란드식이 될 것이라고 본다. 핀란드는 1939년 11월 30일 소련이 침공했을 때, 지금의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100일 가까이 열심히 싸웠다. 그러나 1940년 3월 13일 핀란드 영토의 11%를 소련에 떼주는 협상안으로 발트 3국처럼 소련에 완전 흡수되는 최악 상황은 피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119일째다. 

2014년 우크라이나 내전은 독일과 프랑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노르망디 협상'에 끌어들여 '민스크 협정'을 이끌어냈다. 비슷한 구도가 또다시 만들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시나리오-3과 시나리오-4는 비슷한 구도다. 강경한 우크라이나가 해를 넘기면서 저항을 포기하거나, 미국과 영국 폴란드 발트 국가등 대러 강경파가 우크라이나 지원의 한계를 느끼는 경우다. 일단 지리한 장기전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시나리오-3'이고, 그 반대의 경우가 '시나리오-4' 다. 

엄밀히 말하면, '시나리오-3'은 우크라이나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전쟁을 계속 끄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러시아와의 협상팀을 이끈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지금 누구도 승리했다고 주장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전쟁은 적어도 오는 겨울까지 계속될 것이나, 우리가 충분한 무기를 확보할 때까지, 우리의 입장이 강화될 때까지, 러시아군을 가능한 한 멀리 밀어낼 때까지 협상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가 노리는 게 바로 '시나리오-3'이다.

'시니리오-4'는 어쩌면 최악의 시나리오다. 휴전을 한 것도, 전쟁을 하는 것도 아닌, 내전처럼 분쟁이 계속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19일 나토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쟁이 수년간 계속될 수 있다"며 "나토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나리오-4'를 대비한 포석이다. 

<발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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