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벗' 프레스콜(해설 김봄희) 2022.12.0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벗' 프레스콜(해설 김봄희) 2022.12.0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한 아이의 엄마이고 배우로서 연기를 하는 것도 김봄희 자신도 그렇고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제 아들한테 제 고향을 보여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제 고향 원산은 아침 노을이 너무나 아름다운데 그 풍경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공연할 때 공감도 많이 되고 마음 한 켠이 아린 상태로 공연에 임하고 있다" - 연극 '벗' 해설 김봄희 

 

배우 김봄희는 연극 '벗'에 출연하는 배우 중 유일한 실제 북한이탈주민 출신 배우이다. 1980년대 생이고 2008년 한국에 입국해 동국대학교 연극학과를 졸업했다. 뮤지컬 '황색 바람', '말랑말랑 이야기', '그날이 오면'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신체극 '우리집에 왜 왔니' 등 작품에 출연했다. 

 

12월 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양레퍼토리씨어터에서 연극 '벗'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전막 시연후 가진 간담회에 이해성 연출과 함께 참석한 김봄희는 "제가 마지막으로 북한 소식을 들은 것은 2018년이다. 2020년 이후 북한 사회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고난의 행군(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국가의 경제 사정이 극히 어려워지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사회적 이탈을 막기 위해 김정일이 내놓은 당적 구호) 전까지는 변화가 크지 않았다. 소설 속 상황이 '고난의 행군' 전까지는 거의 비슷하고 그 이후에는 아무래도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으로 조금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언어적인 부분에서 보자면 이 작품 안에서 해설하면서 사실 굉장히 힘들다. 남한 말로 북한 글을 읽자니 저도 모르게 북한 말이 나오는데 언어적인 부분에서는 거의 바뀐게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극 '벗' 프레스콜(해설 김봄희) 2022.12.0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벗' 프레스콜(해설 김봄희) 2022.12.0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소설 속 판사 정진우가 채순희와 리석춘의 안타까운 이별 신청 사연에 자신이 아내 한은옥을 만났던 순간을 회상하며 순희와 석춘의 마음을 돌리려 노력하는 부분이 현실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하는 질문에 김봄희는 "'고난의 행군' 시점으로 국가 시스템이 있는 경우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혼의 예를 들자면 인민반이나 어떤 조직 체계안에서 이혼을 관리하고 부부 관계를 도와줄려는 그런 문화는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면서 "북한이탈주민들을 보고 있자면 소설 속 상황과 많이 비슷하다. 어느 집 부부의 사이가 안좋다고 하면 그 집에 찾아가 밥도 해주고 얘들도 봐주면서 그러는데 남한분들이 보기에는 사생활 침해로 판단할 수 있는 그런 풍속이 여전히 북한이탈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이해성 연출은 "커뮤니티가 살아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우리는 커뮤니티가 다 무너졌고 아파트 위층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지 않는가. 누가 어디에 있고 어떤 상태인지 지속적으로 서로 연동하는 것 같다"면서 "나쁜 의미로는 간섭이나 침해가 될 수 있겠지만 좋은 의미로는 고독사나 혼자 병들어 쓸쓸히 죽는 일은 없다는거죠. 아직도 서로서로 챙기는 문화가 존재한다. 그 차이점은 분명한 것 같다"고 했다.

 

연극 '벗' 프레스콜(해설 김봄희) 2022.12.0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벗' 프레스콜(해설 김봄희) 2022.12.0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벗'은 1988년 북한의 백남룡 작가가 쓴 동명의 장편소설을 세계 최초로 연극으로 만든 작품이다.?한 판사가 이혼소송을 청구한 젊은 여성의 사건을 조사하면서 그의 가족이 겪는 고통과 슬픔을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결혼생활도 돌아보게 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1960년대 이후 북한 문학에서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흔적 없이 오롯이 평범한 사람들의 연애, 결혼, 이혼, 육아, 직업 등 일상을 다룬 북한 최초의 작품으로, 체제와 이데올로기의 그늘 밑에 가려져 있던 북한사람들의 미시적 삶의 풍경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소설은 출판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가정과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각 인물들이 안고 있는 고민들은 여전히 동시대적으로도 유효한 보편성을 담아내고 있다. 연극을 통해 남북한 사이의 거리감을 좁혀보고자 2017년 발족된 남북연극교류협의회에서 이미 2019년 '벗'의 낭독공연을 진행한 바 있는데, 이번 공연은 당시 낭독공연을 보완, 발전시켰다.

 

채순희 역이송이, 녀교원 역 장인혜, 한은옥 역 변신영, 채림 역 강일, 정진우 역 정나진, 기능공 역 김성일, 리석춘 역 문종철, 연공 역 박현민, 윤희 역 안소진, 주물공 역 양지운, 리호남 역 손아진, 해설에 북한이탈주민 배우 김봄희가 출연한다. 연극 '벗'은 12월 1일부터 11일까지 대학로 한양레퍼토리씨어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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