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예술의전당(사장 장형준)은 오는 8월 26일(금)부터 9월 25일(일)까지 서울서예박물관 2층 실험전시실과 현대전시실에서 <낯선 만남 : ~@#/ 당신은 어떻게 읽나요?>(이하 낯선 만남) 전시를 개최한다. 청년 서예 단체 ‘80後’(이하 팔령후)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번 전시는 대중에게 친숙한 특수문자를 주제로 전통미술과 현대미술의 화합을 보여주는 장이다. 전통미술인 서예를 비롯하여 공예, 설치, 미디어아트 등 현대미술 분야를 망라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다. 전시를 위해 팔령후의 서예가 8인(금헌 송이슬, 경전 윤정연, 대솔 이광호, 청람 이신영, 이완, 소연 이윤정, 남송 정준식, 보인 채송화)과 시각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 8인(고숙, 김원진, 민찬욱, 박현지, 선우훈, 이다희, 인세인 박, 조지)이 특별한 만남을 가진다.

6인의 청년 작가, 서예와 현대미술의 컬래버레이션
6인의 청년 작가, 서예와 현대미술의 컬래버레이션

이들의 특별한 만남이란 ‘컬래버레이션’(협업, collaboration)이다. 최근 들어 전통과 현대미술이 협업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서예의 협업은 캘리그라피, 그래피티 아트(Graffiti art) 등 문자 예술 장르에 한정되어 있었다. 이번 <낯선 만남>에서 서예가들은 낯선 인공지능, 키네틱 아트 등의 현대미술을 접하며 서예 장르의 확장 기회를 엿보았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많은 서예가가 활발하게 활동했으나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자 교육이 시들해지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문 서예가 대중에게 외면 받으며 서예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향유 계층과 전통을 계승할 젊은 작가가 감소하는 환경에서 꾸준히 전통서예를 계승해나가는 팔령후를 조명한다. 이들은 동시대 현대미술 작가들과 함께하며, 전통성과 현대성이 가미된 신선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 @ # /, 전시 부제에 사용된 특수문자 4개는 스마트폰 키패드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은 기호다. 모두가 사용하는 이 기호를 읽는 방식은 다양하다. 같은 ‘#’이여도 때에 따라 ‘샵’, ‘해시태그’, ‘우물 정자’ 등으로 불린다. 읽는 방법뿐만 아니라 그 쓰임새도 다양하다. ‘~’는 기간, 덧붙임, 생략 등을 의미하고, ‘@’은 전자우편의 도메인 주소나 위치를 뜻한다. ‘#’은 키워드나 번호에 사용되고 ‘/’은 분수, 구분, 명령어 등에 표기된다. 참여작가 16인은 우리가 수많은 방식으로 읽고 의미를 부여하는 이 기호들을 여덟 개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리듬감 넘치는 특수문자 ‘~’에서 만나는 [이신영x민찬욱], [정준식x이다희]는 기계와 음악이 함께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인공지능과 인간이 교차하여 써 내려가는 글씨, 청각인 음악을 시각적으로 전이시키는 작품으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은 대형 설치 작품과 퍼포먼스를 만난다. ‘@’를 [채송화x고숙]은 인간의 다채로운 감정으로, [송이슬x조지]는 SNS에서 이루어지는 소환의 형태로 말한다. 무용수 김수진의 움직임과 8미터 천장에 설치된 압도적인 작품으로 관람객들을 주목시킨다.

‘#’은 SNS를 사용하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특수문자다. 두 팀은 ‘#’을 탐색으로 해석하여 서예의 유산을 기억하는 작품과 기성의 방식을 저항하는 작품을 이항대립하여 보여준다. [이윤정x김원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쌓여가는 이야기를 (#탐색)하며 작품을 만들어가고, [이완x인세인 박]은 기성세대의 방법론에 대해 각자가 (#탐색)한 것을 블랙 코미디로 풀어 나간다.

‘/’는 점이 모여 선이 되고 면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윤정연x박현지]는 특수문자가 저마다 새로운 의미를 가지고 파생하는 것을 자연으로 승화시켰다. 실과 색이 이루는 자연을 만나볼 수 있다. [이광호x선우훈]은 각각의 획과 픽셀이 덩어리로 만들어진 것에 공통점을 찾으며 현대미술과 서예의 접점을 드러낸다.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은 서예뿐만 아니라 타이포그래피, 캘리그래피, 민화 등 여타의 전통장르들을 대중에게 꾸준히 선보여 왔다. <낯선 만남>전은 서예의 전통과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며 확장성을 더하고 있다. 이번 “서예와 현대미술과의 만남”은 우리에게 익숙한 특수문자처럼 더 이상 낯선 관계가 아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함께 상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예술가들에게는 작업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었고, 관람객에게는 전통과 현대를 경험하고 공유하는 친숙한 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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