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형 매장과 저가 판매를 앞세운 이른바 '창고형 약국'의 불법 개설·운영 의혹을 들여다보기 위한 현장 조사에 나선다. 이번 조사는 약사 명의 뒤에 숨은 실제 운영 주체를 가려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AI 생성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대형 매장과 저가 판매를 앞세운 이른바 '창고형 약국'이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가 처음으로 불법 개설·운영 여부를 직접 들여다본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약국 규모나 판매 방식이 아니라 약사 명의 뒤에서 누가 실제 자금을 대고 약국 운영과 수익을 지배했는지를 가리는 데 있다.
보건복지부 비정상·가짜진료 행정조사반은 10월 중 불법 개설·운영 의혹이 제기된 창고형 약국 1곳과 의료비 불법 환급을 통한 환자 유인이 의심되는 병·의원 2곳을 대상으로 제4차 행정조사를 실시한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월부터 진행한 1~3차 행정조사에 이은 네 번째 조사다. 복지부와 시·도, 보건소,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함께 참여한다.
특히 이번에는 조사 대상을 기존 병·의원에서 약국으로 확대했다. 복지부는 "최근 대규모 약국을 중심으로 면허 대여와 부당한 운영 개입 등 불법 의심 제보가 늘면서 창고형 약국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대상 약국에는 등록된 약국 개설자가 아닌 사람이 관련 법인을 통해 실제 약국 개설과 운영에 관여하고, 영업수익을 법인에 귀속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복지부는 임대업과 의약품도매업을 하는 법인이 약사를 고용한 뒤 해당 약사를 약국 개설자로 등록시키고 실제 운영을 맡는 형태를 대표적인 불법 의심 유형으로 제시했다.
현행 약사법은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약국이 크거나 창고형으로 운영된다는 이유만으로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명의상 개설자가 약사라 하더라도 비약사나 법인이 실질적으로 약국을 지배·운영했는지 여부다.
대법원도 약국의 적법성을 판단할 때 개설 명의만 보지 않는다. 약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약국 시설과 인력을 마련하고 관리하거나, 운영자금을 조달하고 의약품 판매와 경영을 주도하며 운영성과를 가져가는 경우 약사법이 금지하는 비약사 개설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비약사가 자금을 투자해 약국 시설을 갖추고 약사를 고용한 뒤 해당 약사 명의로 약국을 개설·신고한 경우에도 약사법상 불법 개설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명의자인 약사가 직접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복약지도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실질 운영 주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이번 행정조사는 누가 약국 개설 자금을 댔는지, 임대차계약과 인력 채용을 누가 결정했는지, 의약품 매입과 판매전략에 법인이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최종 수익이 누구에게 귀속됐는지 등이 주요 확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사 대상이 임대업과 의약품도매업을 하는 법인과 연결돼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현행 약사법은 의약품 도매상 등 의약품공급자가 원칙적으로 의약품을 소매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도매업과 약국 소매 기능이 사실상 한 사업주체 아래에서 결합됐는지도 조사 과정에서 살펴볼 대목이다.
병·의원 2곳에 대해서는 이른바 '페이백'을 통한 환자 유인 여부를 조사한다. 의료비 일부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환자를 유치하거나 일정 금액 이상 의료비를 낸 환자에게 일부 금액을 환급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외래환자로 등록한 환자가 실제로는 병실에서 입원환자처럼 생활하면서 의료비 일부를 돌려받았다는 제보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복지부는 제보된 내용을 면밀히 조사한 뒤,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관계기관과 협력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곽순헌 비정상·가짜진료 행정조사반장은 "비정상·가짜진료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적극적인 제보가 필수"라며, 의료현장의 과도한 혜택이나 금품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에 대해 적극적인 제보를 당부했다.
비정상·가짜진료가 의심되는 경우 의료기관·약국 종사자, 환자 및 보호자 등 누구든지 전화(☏129) 또는 이메일(medi129@korea.kr)을 통해 제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