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의 '자큐보정'. [사진=제일약품 제공][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제일약품이 개발한 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P-CAB) '자큐보'(Jaqbo, 성분명 자스타프라잔·Zastaprazan)의 치료 영역을 항혈전제를 복용하는 뇌졸중 환자의 위장관 출혈 예방으로 확대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시작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아산병원은 일과성 뇌허혈발작(TIA) 또는 허혈성 뇌졸중을 겪고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환자 984명을 대상으로 자스타프라잔의 상부 위장관 출혈 예방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연구자 주도 임상 3상을 오는 10월 시작한다. 임상 종료 예정 시점은 2029년 9월이다.
항혈전 치료의 오랜 딜레마
허혈성 뇌졸중이나 일과성 뇌허혈발작을 겪은 환자는 재발을 막기 위해 장기간 항혈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비심인성 뇌졸중 환자에게는 아스피린이나 클로피도그렐 같은 항혈소판제를 사용하고, 일부 고위험 환자에게는 제한된 기간 두 약물을 함께 투여하는 이중 항혈소판요법(DAPT)을 시행한다. 심방세동 등 심인성 원인이 확인된 환자에게는 주로 항응고제를 사용한다.
문제는 이들 약제가 출혈 위험을 높인다는 점이다. 혈전 형성을 억제하는 약인 만큼 위나 십이지장 점막에서 출혈이 발생하면 지혈이 어려워져 상부 위장관 출혈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뇌졸중 환자는 고령자가 많고, 신기능이 저하됐거나 여러 약물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흔해 출혈 위험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임상 현장의 딜레마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출혈이 발생하면 지혈을 위해 항혈전제를 중단해야 할 수 있지만, 이들 약물은 뇌졸중 재발을 막는 핵심 치료제다. 투약을 중단하면 혈전이 다시 생겨 뇌졸중이 재발할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같은 위험을 낮추기 위해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프로톤펌프억제제(PPI)를 병용해 왔다. 그러나 일부 PPI는 클로피도그렐의 활성화에 관여하는 간 대사효소 CYP2C19를 억제해 항혈소판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CYP2C19 영향 적은 P-CAB, 대안으로 주목
자스타프라잔이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4년 국제학술지 '파마슈틱스(Pharmaceutics)'에 발표된 약동학 연구에 따르면 자스타프라잔은 주로 CYP3A4·CYP3A5를 통해 대사됐으며, CYP2C19 유전형에 따른 약물 노출량 차이도 크지 않았다.
이러한 대사 특성은 위장관 보호 목적으로 자스타프라잔을 클로피도그렐과 함께 사용할 때, 일부 PPI에서 제기돼 온 CYP2C19 매개 약물 상호작용 우려를 줄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P-CAB 계열 약물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나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환자의 위장관 보호에 활용될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다.
작용기전에서도 P-CAB은 PPI와 차이가 있다. 산성 환경에서 활성화되는 과정 없이 위벽세포의 칼륨 이온과 경쟁적으로 결합해 위산 분비를 억제한다. 일반적으로 약효 발현이 빠르고 지속 시간이 길어 야간을 포함한 위산 억제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P-CAB이 항혈전제를 복용하는 뇌졸중 환자의 위장관 출혈을 실제로 줄일 수 있는지는 아직 대규모 임상시험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기존 P-CAB 출혈 예방 연구는 내시경 시술 후 출혈 등 특정 임상 상황에 집중돼 있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근거의 공백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된다.
치료 영역 하나씩 넓혀가는 자큐보, 심혈관질환도 타깃
자큐보는 제일약품의 연구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한 국산 37호 신약으로, 2024년 국내 허가를 받았다. 현재 허가된 적응증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과 위궤양 치료다.
자스타프라잔을 항혈전제와 함께 사용하려는 시도는 뇌졸중 환자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 4월에는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만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자스타프라잔과 기존 위산분비억제제 라베프라졸의 위장관 보호 효과를 비교하는 연구자 주도 임상 4상이 시작됐다.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환자 역시 혈전 형성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을 병용하는 경우가 많아 위장관 출혈 예방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자스타프라잔이 뇌졸중과 심혈관질환 환자의 항혈전 치료에 동반되는 위장관 출혈 위험을 낮추며 새로운 치료 영역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