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치료 저항성 우울증(TRD·Treatment-Resistant Depression) 치료제가 차세대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시장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얀센(Johnson & Johnson)의 '스프라바토(Spravato, 성분명: 에스케타민·esketamine)'가 기록적인 매출 성장세를 보이며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오랫동안 난치성 영역으로 여겨졌던 TRD가 거대 신약 시장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우울장애는 의욕 저하와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하여 다양한 인지 및 정신·신체적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마음의 감기'로 불리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현재 우울장애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불균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 따라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계열 항우울제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TRD로 발전할 경우 환자는 기존의 SSRI 계열 항우울제를 복용하더라도 체감적인 치료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전체 우울증 환자의 30~50%가 TRD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치성 영역에서 블록버스터 시장으로
과거 정신건강의학계에서 TRD는 사실상 난치성 영역으로 인식됐다. 뚜렷한 생물학적 치료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상담 치료나 인지행동치료(CBT)를 병행하며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치료 전략으로 여겨졌다.
이 같은 인식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 얀센의 '스프라바토'다. '스프라바토'는 뇌의 N-메틸-D-아스파르트산(NMDA) 수용체에 작용해 신경전달 물질인 글루타메이트 분비를 증가시키는 기전의 치료제다. 신경망 활동을 촉진해 우울 증상을 개선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작용 기전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19년 5월 '스프라바토'를 기존 항우울제와 병용하는 TRD 치료제로 처음 허가했다. 출시 초기에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대면 진료 제한과 병원 방문 감소 등의 영향으로 연간 3억 달러(약 4500억 원) 수준의 매출에 머물렀다.
반전은 엔데믹 전환 이후 이루어졌다. 팬데믹 기간 사회적 고립으로 정신건강 문제가 부각되면서 우울증 치료 수요가 증가했고, 이에 따라 '스프라바토' 매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스프라바토' 매출은 2023년 약 6억9000만 달러(약 1조 원), 2024년 10억 달러(약 1조 5000억 원)를 돌파하며 블록버스터 의약품 반열에 올랐다. 이어 2025년 1월 단독요법 적응증 확대 이후 연간 약 17억 달러(약 2조5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후발 주자들 잇따라 참전 ... 글로벌 시장 각축전 예고
'스프라바토'의 성공은 치료 저항성 우울증 치료제 시장 전체에 대한 관심을 한순간에 끌어올렸다.
팬데믹 이후 정신건강 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완화되고, 정신건강 문제를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TRD 치료제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재평가되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1970년대 등장한 전통적 항우울제 시장을 넘어 TRD를 직접 겨냥하는 신약 파이프라인은 현재 46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30개 이상이 2020년 이후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는 '스프라바토'를 시작으로 치료 저항성 우울증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난치성 정신질환 영역으로 인식되던 TRD가 새로운 CNS 신약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차세대 치료제 개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