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한미약품이 독자 개발한 비만·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 개발 과제명 HM11260C)'가 주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 중 가장 뛰어난 심장 및 신장 보호 효과를 지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 세계 비만약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나 일라이릴리의 '트루리시티' 등 쟁쟁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들을 모두 제친 결과여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2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영국과 인도 공동 연구진이 주사형 GLP-1 계열 약물들의 심혈관 및 신장 안전성 마커에 대한 네트워크 메타분석(NMA) 연구를 진행한 결과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및 신장 복합 평가변수(Renal Composite Outcomes) 모두에서 평가 대상 약물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2024년 1월까지 발표된 제2형 당뇨병 환자 대상의 GLP-1 관련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 15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위약 대비 MACE 발생 위험을 26%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약물 간 우열을 확률적으로 정량화하는 누적 순위 곡선 아래 면적(SUCRA) 평가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81.5%의 최고 점수를 획득하며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로 선정됐다.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세마글루타이드(오리지널 제품명 위고비·오젬픽)는 56.8%, 리라글루타이드(오리지널 제품명 삭센다·빅토자)는 46.9%, 둘라글루타이드(오리지널 제품명 트루리시티)는 40.8%에 그쳐 에페글레나타이드와 큰 격차를 보였다.
신장 보호 효과에서도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효능은 독보적이었다. 위약 대비 신장 복합 사건 발생 위험을 32% 감소시켰으며, SUCRA 점수 역시 81.33%에 달해 가장 강력한 신장 보호 잠재력을 입증했다. 동급 최강 약물로 평가받던 세마글루타이드의 신장 보호 SUCRA 점수가 44.26%에 머문 것과 크게 대조되는 수치다.
태생부터 다른 분자 구조 … '엑센딘-4·랩스커버리' 시너지 적중
이처럼 뛰어난 심장 및 신장 보호 효과의 배경에는 에페글레나타이드 고유의 분자생물학적 구조와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라글루타이드나 세마글루타이드가 인간 GLP-1 구조를 변형한 것과 달리,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아메리카독도마뱀의 타액에서 유래한 엑센딘-4(Exendin-4) 골격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 약효 지속시간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주는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LAPSCOVERY)'가 결합했다. 랩스커버리 기술은 약물이 피하조직에서 체내로 천천히 흡수되는 방식을 유도해 GLP-1 계열의 고질적인 약점인 구토, 설사 등 위장관계 부작용을 줄일 뿐만 아니라 혈관 내피세포 보호와 신기능 보존이라는 추가적인 치료 혜택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심장·신장 안전성은 과거 사노피 주도로 진행한 대규모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인 'AMPLITUDE-O' 연구를 통해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심혈관 질환이나 만성 신장 질환을 심각하게 동반한 초고위험군 환자 4076명이 참여한 이 임상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뛰어난 심혈관 및 신장 보호 효과를 입증했다.
비만 넘어 당뇨까지 '정조준' … 압도적 데이터 무기로 연내 출시 박차
한미약품은 이러한 압도적인 안전성 데이터를 앞세워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에페글레나타이드 오토인젝터주의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이미 식약처로부터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으로 지정된 상황이어서 조기 상용화가 기대된다.
한미약품은 신속심사 제도의 이점을 십분 활용해 당초 계획했던 올해 하반기 국내 시장에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출시한다는 목표다.
최근에는 비만을 넘어 당뇨병 치료제로 적응증을 적극 확대하기 위한 3상 임상시험에도 돌입했다. 메트포르민과 다파글리플로진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추가 병용 투여해 통합 대사 질환 치료제로서의 임상적 근거를 확고히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외산 대항마로 떠오른 국산 신약 … 안정적 공급망·원가 경쟁력 승부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의 최첨단 자체 생산 기지인 평택 스마트플랜트에서 전량 생산할 예정이다.
수입 비만약들의 전 세계적인 품귀 현상과 초고가 정책으로 환자 접근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한미약품은 수직 계열화를 통한 막강한 원가 및 가격 경쟁력으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임상적 우위성과 경제적 접근성을 모두 갖춘 에페글레나타이드가 다국적 제약사들이 독점하던 비만 및 대사 질환 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로 안착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의학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