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ASCO 연례학술대회가 열린 미국 시카고 맥코믹 플레이스. (사진=미국임상종양학회)[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유한양행이 글로벌 거대 제약 기업 얀센(Janssen)에 기술 수출한 국산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 '렉라자 (Leclaza, 성분명: 레이저티닙·Lazertinib)'의 적응증 확장을 가늠할 수 있는 후속 임상 데이터가 공개된다.
얀센의 모회사 존슨앤드존슨(J&J)이 진행 중인 임상 1/1b상 다중 코호트(동일한 특성을 가진 환자 집단 분류) 연구 'CHRYSALIS-2'의 일부 결과가 오는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6)에서 정식 구두발표(Oral Abstract Session)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렉라자'는 현재 얀센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Rybrevant, 성분명: 아미반타맙·amivantamab)'와의 병용 조합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번 발표의 초점은 비전형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군이다. 이미 처음 진단받은 환자 대상 1차 치료 영역에서 아미반타맙과 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이 자리를 잡아가는 가운데, 기존 EGFR 표적치료제가 충분히 포괄하지 못했던 특이 변이 환자군까지 치료 영역을 넓힐 수 있을지가 이번 발표의 관전 포인트다.
특히 이번 발표에는 환자가 치료 시작 후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을 뜻하는 전체생존기간(OS)을 포함한 업데이트 데이터가 담길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단순 반응률을 넘어 환자의 생존 연장 가능성을 보여줄 경우, 향후 보충신약허가신청(sBLA) 또는 추가 적응증 확대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데이터를 곧바로 유한양행의 잔여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수령 시점과 직접 연결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잔여 마일스톤의 구체적 지급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ASCO 발표는 추가 허가와 시장 확장 가능성을 높이는 변수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누적 수령액 3억 달러 고지 … 남은 과제는 '적응증 확장'
유한양행이 2018년 11월 얀센과 체결한 렉라자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총 9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조 4307억 원)다. 계약금 5000만 달러(약 753억 원)로 시작해 개발·허가·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이 순차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다.
가장 최근에는 2026년 5월 14일 유럽 상업화 개시에 따른 3000만 달러(약 451억 원) 규모의 마일스톤을 수령했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의 누적 수령액은 약 3억 달러(약 4518억 원)에 도달했다. 전체 계약 규모의 약 3분의 1을 확보한 셈이다.
남은 금액은 약 6억 5000만 달러(약 9789억 원)다. 이 금액은 향후 추가 적응증 승인, 판매 지역 확대, 매출 달성 조건 등과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렉라자가 이미 확보한 1차 치료 영역을 넘어 새로운 환자군에서 임상적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느냐가 후속 마일스톤 수령의 핵심 변수가 되는 셈이다.
이번 ASCO 발표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전형 EGFR 변이 환자군은 전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중 약 5~10%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기존 치료제의 접근이 제한적이었던 영역이라는 점에서 임상적 미충족 수요가 크다.
1차 치료제 안착 … 매출 성장으로 확인된 시장 진입
렉라자의 기본 전장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다. 얀센은 자사의 이중특이성 항체 리브리반트와 렉라자의 병용요법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이 병용요법은 임상 3상 'MARIPOSA' 연구에서 기존 치료제인 '타그리소(Tagrisso, 성분명: 오시머티닙·Osimertinib) 단독요법 대비 암이 더 진행되지 않는 무진행생존기간(PFS)을 개선했다. 이후 전체생존기간(OS)에서도 우월성을 보인 데이터가 추가 공개되면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영역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4년 8월 '아미반타맙+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을 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 L858R 치환 변이를 가진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이후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 최선호요법(Category 1)으로 반영되며 처방 확대의 물꼬를 텄다.
이는 곧 실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J&J의 2026년 1분기 기준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 관련 글로벌 매출은 2억 5700만 달러(약 3870억 원)로 집계됐다. 2024년 1분기 기록한 4700만 달러(약 707억 원)와 비교하면 2년 만에 5배 이상 커진 수치다.
다만 2024년 1분기는 미국 1차 치료 승인 이전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단순한 전년 대비 성장률보다 중요한 것은, 승인 이후 본격 처방이 붙으면서 매출 곡선이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렉라자 병용요법이 실험실과 학회장을 넘어 실제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병용요법 다음 타깃은 '표준 변이 밖' 환자군
렉라자 병용요법의 다음 타깃은 이미 승인된 대표 EGFR 변이를 넘어, 치료 근거가 부족했던 환자군까지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영역이 비전형 EGFR 변이다. G719X, L861Q, S768I 등으로 대표되는 비전형 변이는 기존 EGFR 표적치료제의 임상 근거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환자 수가 적어 대규모 임상시험 설계가 쉽지 않고, 변이 유형별 생물학적 특성도 달라 치료 반응을 일률적으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이번에 발표되는 'CHRYSALIS-2'의 의미가 있다. CHRYSALIS-2는 여러 환자군을 나눠 평가하는 다중 코호트 연구다. △타그리소 치료 후 질병이 진행한 환자군, △비전형 EGFR 변이 환자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아미반타맙·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의 가능성을 탐색해 왔다.
CHRYSALIS-2, 새 공개 데이터 가치가 관건
CHRYSALIS-2에서는 이미 여러 코호트에서 의미 있는 신호가 확인된 바 있다.
△타그리소 치료 후 병이 진행된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 A에서는 독립중앙심사 기준 객관적반응률(ORR) 35%, 암이 더 진행되지 않거나 안정 상태를 유지한 임상이익률(CBR) 58%가 보고됐다. 연구자 평가 기준 ORR은 28%였다. 이 환자군은 기존 치료제 실패 이후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반응률 자체가 임상적 의미를 갖는다.
△비전형 EGFR 변이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 C에서는 더 높은 반응률이 확인됐다. 전체 객관적반응률은 52%로 보고됐고,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군에서는 50%를 웃도는 반응이 관찰됐다. 비전형 변이 환자군에서 기존 치료 옵션의 근거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적응증 확장 논의의 기초가 될 수 있는 데이터다.
이번 ASCO 2026 구두발표는 이 코호트 C의 후속 업데이트 성격을 갖는다. 특히 전체생존기간 데이터가 포함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단순 반응률 중심의 초기 신호를 넘어 실제 임상적 이득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의약품의 임상 연구에서 ASCO 구두발표는 채택 그 자체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학회에서 기존 연구의 후속 분석이나 장기 추적 데이터를 받아들일 때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새로운 정보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발표 자료에는 기존의 공개된 내용 외에 생존율·추적기간·세부 환자군 분석 등 추가 해석이 가능한 데이터가 담겼을 가능성이 높다.
추가 승인 명분 쌓아야 시장 확장 가능
비전형 EGFR 변이는 시장 규모만 놓고 보면 거대 적응증은 아니다. 하지만 렉라자 병용요법 입장에서는 전략적 가치가 크다. 1차 치료 영역에서 타그리소와 직접 경쟁하는 구도만으로는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 기존 치료제가 충분히 장악하지 못한 특이 변이 영역에서 근거를 쌓아야 차별화된 처방 영역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ASCO 발표는 렉라자의 다음 단계를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조합이 1차 치료제 영역에 안착한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은 이제 이들 약물이 '표준 변이 밖' 환자군에서 얼마나 의미있는 데이터를 보여줄지에 쏠리고 있다.